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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 추천 명반 BEST 5 – 락 서브장르 탐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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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29

 

■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음악

너바나(Nirvana)의 “Nevermind” 앨범이 올해로 딱 30주년이 되었다. 펑크(Punk)인지 메탈(Metal)인지 그 정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당시로선 생소하기 짝이 없던 그런지(Grunge)라는 장르를 주류로 끌어올린 앨범이었다. 음악은 시대를 반영한다. 냉전이 종료 분위기로 들어선 새로운 시대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음악이 필요했고, 너바나는 1991년 9월 말 “Nevermind”를 발표하며, 자신들이 그 새로운 음악의 적격자라는 것을 온 세상에 증명했다. 이 앨범이 세상에 출시된 지 약 세 달 후, 소련은 해체되었다.

 

너바나가 구사하던 그런지는 곧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라는 용어로도 분류되었다. 직역을 하자면, 대안의 록 음악이라는 뜻. 냉전이 끝나고 도래한 새 시대에, 새로운 음악이라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이 지키고 있던 빌보드 1위를 자리를 뺏어버렸을 정도니, 이 용어는 너바나가 대중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너바나의 존재감은 거대했다.

 

 

▲ 너바나 정규 2집 앨범 “Nevermind”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적인 장르로서 그런지가 주로 소개되긴 했지만, 사실 얼터너티브 록이란 그 이름에 걸맞게 좀 더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댄스 음악과 메탈의 결합을 꾀한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 록에 펑크(Funk: Punk가 아니다!)를 섞어서 만든 펑크 록(Funk Rock)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더 나아가 펑크에 멜로디를 강조한 팝 펑크(Pop Punk)와, 메탈에 힙합(Hip-Hop), Funk 등의 요소를 섞은 뉴 메탈(Nu Metal)의 등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국에선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음악적 운동에 대항하는 의미로서, 브릿팝(Britpop)이라는 게 생겨나기도 했다. 브릿팝이라는 용어가 영국에서 대중화되기 전, 슈게이징(Shoegazing)이라는 연주의 기교보다도 굉음의 질감에 더욱 몰두하는 괴이한 장르가 생겨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또한 브릿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니 말이다.

 

얼터너티브 록이란 90년대에 새롭게 뻗어나간 여러 음악적 갈래를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어쩌면 하나의 장르라고 부르기보단, 하나의 운동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음악적 갈래가 생겨나면서도, 여전히 그 어떤 갈래로도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었던 음악들도 존재한다.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이름 외엔 아무 이름도 붙일 수 없는 정체불명의 록 음악, 그렇지만 낯선 만큼 그 어떤 음악보다도 참신했던 그런 음악. 여기선 그런 음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업적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음악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들이 남긴 유산들 덕분에, 지금 우리는 좀 더 다양한 모습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이들의 음악은 어쩌면, 새로 다가올 시대는 좀 더 다양한 모습의 삶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 아닐까. 그들의 염원은 “Nevermind” 앨범이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얼마나 실현되었을까. 이제 얼터너티브 록 명반들을 감상하며, 이들이 꿈꿨던 새 시대를 들여다보자.

 

* 먼저 발매된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추천이므로, 나오리라 기대하신 음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 - Ritual de lo habitual (1990)

제인스 어딕션은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되었다. 이들을 이야기할 때 밴드 핵인 페리 퍼렐(Perry Farrell)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본 밴드의 보컬리스트이면서도, 동시에 훌륭한 음악 사업가였는데, 그가 1991년 처음 개최한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는 출연하는 밴드들부터 기존 록 페스티벌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록 페스티벌이 필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설파하였다. 95년에는 얼터너티브 록의 시조격 밴드라 할 수 있는 소닉 유스(Sonic Youth)를 헤드라이너로 세우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데이브 나바로(Dave Navarro)는 본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페리 퍼렐의 이러한 음악적 야망을 실현시켜주기에 가장 적합한 동반자였다. 메탈을 기반으로 연주를 펼치지만, 그 안에서 록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폭넓은 연주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그야말로, 록의 역사를 한 몸에 다 갖고 있는 기타리스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런 그의 성향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에서의 활약까지 이어진다. Funk를 기반으로 했던 이 밴드는 “One Hot Minute”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데이브 나바로를 잠시 기타리스트로 들이며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데이브 나바로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탈퇴한 이후에도 그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데이브 나바로가 그들에게 더욱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가능하게 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 1번 트랙 “Stop!” 뮤직비디오

이들의 정규 2집 앨범 “Ritual de lo habitual”은 퍼렐과 나바로가 소속된 이 밴드의 음악적 역량을 가장 강렬하게 접할 수 있는 앨범으로서 흔히 언급된다. 앨범의 시작부터 스페인어로 속삭이는 소녀가 등장하더니, 데이브 나바로가 연주하는 Funk 리듬이 바쁘게 끼어든다. 거기에 페리 퍼렐이 날카로운 음색으로 소리를 꽥 내지르자, 기타 연주에 메탈 톤이 가미되며, 음악은 더욱 과격하고 흥겨운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1번 트랙 “Stop!”의 흥겨운 Funk 리듬은 2번 트랙 “No One's Leav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3번 트랙 “Ain't No Right”에선 광란의 질주에 이른다.

 

6번 트랙 “Three Days”는 10분 48초에 이르는 대곡인데, 긴 연주 시간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구성으로 청자를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곡의 초반부를 지배하는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 사운드는 물론, 같은 연주를 반복하지 않고 다른 분위기로 환기시키는 부분에선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 떠오른다. 그러다 곡의 절정에선 데이브 나바로의 주특기인 메탈 톤 연주가 끼어들며, 록 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간다. 이후에 이어지는 트랙들도 하나는 8분, 하나는 7분짜리 곡으로서, “Three Days”에서 보여준 것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마지막 9번 트랙 “Classic Girl”의 부드러운 서정이 돋보이는 연주는, 이 밴드가 이 당시 갖고 있던 역량이 얼마나 폭넓었는가를 숙고하게 만든다. 이 앨범만큼 얼터너티브 록의 역동성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트랙리스트

1. Stop!
2. No One's Leaving
3. Ain't No Right
4. Obvious
5. Been Caught Stealing
6. Three Days
7. Then She Did ...
8. Of Course
9. Classic Girl

 


 

■ 유투(U2) - Achtung Baby (1991)

록 음악의 특징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의식 있는 뮤지션들이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겠다. 지극히 유희와 상업성에만 치중한 록 음악도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록 음악의 본격적인 진화를 이끌어낸 1960년대 후반에 유행한 사이키델릭 록만 보더라도 그렇다. 히피(Hippie) 운동과 결합하여 반전(反戰) 메시지를 설파하는 데 열중한 것은 물론이고,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신세대의 외침을 만들어낸 펑크 록(Punk Rock)도 빼놓을 수 없고, 펑크 록에 본격적으로 급진적인 정치 메시지를 넣기 시작한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까지, 그야말로 록과 사회적 메시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록 음악의 사회적 메시지를 얘기할 때, 유투 얘기를 결코 빼놓을 수 없겠다. 이들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설파하는 데 노력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어떻게 더욱 새로운 방법으로 설파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는 밴드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전에 사회적 메시지를 설파하던 다른 록 밴드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음악을 선보이게 되었다. 얼터너티브 록을 얘기할 때, 유투의 영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사회적 메시지의 새로운 전달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 그에 걸맞은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개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유투는 기존 록 밴드들이 퇴폐적이고 과격한 음색 속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것에 벗어나, 온건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자신들의 메시지가 더욱 폭넓은 대중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일랜드 밴드 유투의 이런 음악적 방법론은 바다 건너 미국까지 전해졌고, 이것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이 탄생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들도 유투처럼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이렇게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이름 아래 맞이하게 되는 여러 음악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다.

 

 

▲ 3번 트랙 “One” 뮤직비디오

유투 스스로도 어느 한 지점에서, 자신들의 음악이 정형화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슬슬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다. 그 변화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는 7번째 정규앨범 “Achtung Baby”가 주로 언급된다. 유투가 보여준 음악적 대안을 대표하는 앨범 “The Joshua Tree”가 애절한 감성을 부드러운 음색에 녹여내는 음악을 선보였다면, 그로부터 4년이 흘러 91년에 발표한 “Achtung Baby”에서는 좀 더 경쾌하고 역동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변화는 1번 트랙 “Zoo Station”부터 감지된다. 거칠게 긁어대는 기타 사운드가 청자의 신경을 때린다. 이에 보컬의 부드러운 음색은 곡을 조율하며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다 곡은 다시 흥겨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렇게 흥겨움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청자에게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2번 트랙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과 7번 트랙 “The Fly”에서 보여주는, 슈게이징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이고도 날카로운 음색은, 이 밴드가 확실히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음을 증명한다.

 

5번 트랙 “Who's Gonna Ride Your Wild Horses”에서는 유투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감성과 새로운 사운드의 결합을 꾀하며 신선한 감동을 불어넣는다. 8번 트랙 “Mysterious Ways”의 Funk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운드도 이색적이다. 3번 트랙 “One”과 마지막 12번 트랙 “Love Is Blindness”에서는 유투 특유의 애절한 감성을 좋아했던 기존 청자들마저 만족시키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밴드의 흔적이 잘 묻어나오는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Zoo Station
2.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3. One
4. Until the End of the World
5. Who's Gonna Ride Your Wild Horses
6. So Cruel
7. The Fly
8. Mysterious Ways
9. Tryin' to Throw Your Arms Around the World
10. Ultraviolet (Light My Way)
11. Acrobat
12. Love Is Blindness

 


 

■ 페이브먼트(Pavement) - Slanted and Enchanted (1992)

1991년 말, 너바나의 광풍이 휩쓸고 간 미국 대중음악계. 이곳에 이들과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록 음악에 새로운 충격을 선사할 앨범이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1989년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밴드 페이브먼트는 화려한 기교보다 자신들의 패기와 아이디어를 전면에 내세워, 누구라도 록 밴드를 만들고, 록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DIY 메시지를 설파한 밴드였다. 너바나가 얼터너티브 록을 주류에 세우는 동안, 이들은 본래 얼터너티브 록이 갖고 있었던 인디펜던트 정신을 지독하게 고수하고 있었다.

 

이들의 음악은 단순하다. 단순하지만 난해하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뚜렷한 것에 비해, 사운드는 온갖 난해한 굉음들로 떡칠되어 있다. 너바나도 기존 록 음악보다 훨씬 간편한 음악성으로 주목 받았지만, 페이브먼트는 그들보다도 단순했으며, 동시에 그들보다도 거칠고 실험적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밴드는 아니었을지라도, 너바나에 의해 주류가 되어버린 얼터너티브 록에 환멸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이전에 얼터너티브 록이 추구했던 지독한 독립 정신을 다시 일깨워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평단에서도 극찬이 이어졌고, 점차 열성 지지자 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들이 1992년 발표한 정규 1집 앨범 “Slanted and Enchanted”는 앞서 열거한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앨범이다.

 

 

▲ 1번 트랙 “Summer Babe (Winter Version)” 1999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라이브

1번 트랙 “Summer Babe (Winter Version)”은 꽤 소박한 멜로디를 갖고 있지만, 그 사이로 스며드는 난잡한 굉음이 기묘한 감상을 전해준다. 이런 기묘함은 2번 트랙 “Trigger Cut / Wounded-Kite at :17”에 이르러 좀 더 역동적인 모양을 띠게 되고, 3번 트랙 “No Life Singed Her”에서는 파격을 곁들인 질주로 이어진다. 5번 트랙 “Conduit for Sale!”은 본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후렴을 곡 처음부터 때려 넣는 건 물론, 그 후렴이 주는 중독성이 상당하다. 그에 따라오는 굉음의 향연이 청자를 광란의 장으로 인도한다.

 

7번 트랙 “Chesley's Little Wrists”와 12번 트랙 “Fame Throwa”는 낯선 멜로디와 맥락을 알 수 없는 굉음들로 범벅되어, 참신하다는 느낌을 넘어 황당하다는 느낌마저 전해준다. 이런 황당함도 어떤 측면에선 이 밴드가 내뿜는 특유의 매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9번 트랙 “Here”는 본 앨범에선 드물게 부드러운 서정을 전면에 내세운 곡이다. 이런 서정이 본 앨범에 쉼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 같다. 그런 것치고는 조금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한 편으로는 주류에서 선보이는 정갈한 음악에선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소박하고 비루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트랙리스트

1. Summer Babe (Winter Version)
2. Trigger Cut / Wounded-Kite at :17
3. No Life Singed Her
4. In the Mouth a Desert
5. Conduit for Sale!
6. Zurich Is Stained
7. Chesley's Little Wrists
8. Loretta's Scars
9. Here
10. Two States
11. Perfume-V
12. Fame Throwa
13. Jackals, False Grails: The Lonesome Era
14. Our Singer

 


 

■ 벡(Beck) - Odelay (1996)

1993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벡이 발표한 곡 “Loser”는 미국의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컨트리(Country) 음악을 기반으로 하였지만, 거기에 붐뱁(Boom Bap) 비트를 얹고, 비관적인 랩과 후렴을 곁들여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세상을 조롱하듯, 신세대의 패배자 정서를 표현한 괴작이었다. 이런 괴작은 수많은 90년대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얻어냈고, 94년 4월 30일,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런 괴이한 음악으로도 대중의 막대한 지지를 얻어낸 벡은 96년, 자신의 온갖 음악적 아이디어를 총 동원한 5집 앨범 “Odelay”로 돌아온다.

 

“Odelay” 사실 이 앨범을 록 음악이라고 소개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이 앨범은 벡이 만들어낸 독자적인 음악 세계라 불러야 훨씬 마땅해보인다. 앨범의 중심을 차지하는 록 기타 리프들만이 이 앨범을 겨우 록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앨범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기성 록 음악에선 전혀 만나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샘플링과 힙합 비트의 결합이었다. 그렇다고, 정통 힙합과 비교해도 딱히 마땅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음악은 당시에도 생소했겠지만, 지금 들어도 무척 생소하다. 이런 음악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 4번 트랙 “The New Pollution” 뮤직비디오

내가 음악 소개를 여러 번 하면서 자주 하는 얘기지만, 생소하다는 건 곧 새롭다는 것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앨범에서 표현하는 세계는 무척 기이하다. 온갖 괴기스러운 은유들이 가사를 채우고 있고, 사운드는 그 가사들에 맞춰 징그럽게 날뛴다. 벡이 바라본 90년대 미국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런데, 듣고 있으면 흥겹게 들썩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벡이 바라본 90년대 미국의 괴이하고 역동적인 세계를 느끼기에, 이 앨범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기성세대 음악과 신세대 음악, 록과 힙합을 바쁘게 오가며 펼쳐지는 벡의 음악 세계는 이토록 기이하게 흘러가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음악이 될 때, 그 안에서도 흥겨운 여유를 만들 수 있다는 낙천적인 메시지마저 전하는 것 같다.

 

트랙리스트

1. Devils Haircut
2. Hotwax
3. Lord Only Knows
4. The New Pollution
5. Derelict
6. Novacane
7. Jack-Ass
8. Where It's At
9. Minus
10. Sissyneck
11. Readymade
12. High 5 (Rock the Catskills)
13. Ramshackle

 


 

■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 Funeral (2004)

흔히 얼터너티브 록의 시초를 논할 때, 주로 등장하는 두 밴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소닉 유스와, 픽시즈(Pixies)가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맨땅에서 바로 솟아나지는 않았을 터. 이들이 이러한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만드는 데, 분명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었을 터. 이들의 기원을 굳이 따져보면,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가장 먼저 말해야겠다. 실제로 저 두 밴드 모두 멤버 전원이 데이비드 보위의 열성팬인 것은 물론이고, 데이비드 보위 또한 자신의 후배 뮤지션들이라 할 수 있는 얼터너티브 록 진영의 뮤지션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그들을 후원해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데이비드 보위 음악에는 록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를 혼합한 흔적이 돋보인다.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이미 얼터너티브 록을 하고 있던 사람, 그가 바로 데이비드 보위다. 그런데, 데이비드 보위 얘기를 갑자기 왜 하냐고?

 

지금 소개할 이 밴드가 데이비드 보위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밴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데이비드 보위가 그들의 음악을 사랑했다는 사실, 그것 자체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데이비드 보위의 사랑이, 그들의 음악이 록 역사에 끼친 맥락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은 아케이드 파이어. 닐 영(Neil Young)이 태어나고 자란 땅, 캐나다에서 2000년에 결성된 밴드로서, 이들의 데뷔앨범 “Funeral”은 데이비드 보위를 크게 감명시켜, 앨범을 한 박스로 사게 만들었다. 데이비드 보위는 “Funeral” CD를 주변 사람들에게 기꺼이 선물로 나누어주었다고.

 

 

▲ 9번 트랙 “Rebellion (Lies)” 뮤직비디오

아케이드 파이어의 음악은 흔히, 얼터너티브 록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왜냐면 이들은 90년대에 펼쳐진 얼터너티브 록의 어떤 흐름에도 속할 수 없는 음악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은 곧 인디 록(Indie Rock)이라는 또 다른 용어로 분류되었으며, 이는 2000년대에 얼터너티브 록의 흔적조차도 벗어나려 했던,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설명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인디 록조차도, 사실은 얼터너티브 록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소개해본다. 인디 록, 그 중심에 아케이드 파이어가 있었고, 이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 “Funeral”은 그 업적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들의 음악은 자신들이 파격적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럽고 유려하게 자신들의 색깔을 청자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만든다.

 

앨범의 이름은 “Funeral”일지라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음악에선 약동하는 생명과 발랄한 희망이 넘실대는 것 같다. 90년대 내내 이어졌던 기괴하고 음울한 음색들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자신들의 생기를 실컷 발산하는 것만 같다. 이들은 이 앨범을 작업할 당시, 밴드 멤버들 중에 주변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많아서, 제목을 그냥 이렇게 지었다고 밝혔는데, 우연의 일치라 할지라도 이렇게 절묘할 수가 있을까. 이들이 말하는 장례식이란, 단순히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라기보다, 그 슬픔을 장례 보내는 것 같다. 해묵은 어제의 슬픔을 장례식에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들이 부르짖는 내일을 향한 희망이 과연 얼마만큼 이뤄졌을까. 팬데믹 사태가 한참 진행 중인 지금, 우리는 어떻게 내일을 향한 희망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 이 앨범을 들어보며 그 해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트랙리스트

1. Neighborhood #1 (Tunnels)
2. Neighborhood #2 (Laïka)
3. Une année sans lumière
4. Neighborhood #3 (Power Out)
5. Neighborhood #4 (7 Kettles)
6. Crown of Love
7. Wake Up
8. Haiti
9. Rebellion (Lies)
10. In the Backs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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