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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그런지(Grunge) 추천 명반 BEST 5 – 락 서브장르 탐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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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22

 

■ 평화 속에 가려진 청년들의 음울한 초상

80년대 후반, 냉전이 종료 분위기로 들어가면서, 세계에는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결국 91년 12월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찾아오는 듯 보였다. 그것도 잠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와 함께 급하게 따라온 새로운 문제들을 맞이해야 했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이념의 적이 무너지자, 젊은이들은 사회보다는 자신들의 문제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는 이들이 많아지게 되었고, 이는 곧 그 시대 젊은이들 사이에 패배자(루저Loser) 정서를 형성하고야 말았다. 이 루저 정서란, 당시 젊은이들을 뜻하는 “X세대”의 주된 정서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장 큰 흐름이었던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 록의 흐름을 철저히 거부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양식을 선보이던 얼터너티브 록에는,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형성되던 패배자 정서마저 드러내며 시대를 대변했다. 얼터너티브 록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이런 루저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장르를 하나 뽑자면, 이번에 소개할 “그런지(Grunge)”라는 장르가 바로 그것이다.

 

 

▲ 90년대 문화 아이콘이자 그런지의 상징, 너바나(Nirvava)

그런지(Grunge)는 먼지라는 뜻인데, 언뜻 대충 지은 것 같은 장르명에서도 알 수 있듯, 록 특유의 강한 음색을 추구하면서도, 펑크(Punk)나 메탈(Metal)로는 정의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장르를 의미한다. 그래도 특징을 뽑자면, 정제되지 않은 거친 음색과, 예측이 어려운 전개 등을 뽑을 수 있다. 이토록 정의하기 힘든 장르지만, 펑크나 메탈 씬에 비하면 그 결속력이 약할지라도, 나름의 확고한 씬을 형성하며, 점차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확립해나갔다.

 

짙은 루저 정서 또한, 이 장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특징 또한 본 장르가 크게 유행했던, 90년대 미국 사회의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 먼저 소개했던 영국의 슈게이징(Shoegazing)도 루저 정서를 짙게 표방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독하게 내향적인 음색으로 드러났다면,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그런지의 경우, 자신이 루저라는 것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며, 슈게이징에 비해 외향적인 느낌을 풍기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얼터너티브 록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르이니 만큼, 심지어 얼터너티브 록과 동의어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당시 최고 인기 장르이기도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게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 장르인데, 내게는 그런지가 록의 첫 인상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지 덕분에 록에 깊이 빠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5개의 명반들을 통해, 미국의 90년대를 지배했던 장르, 그런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 먼저 발매된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추천이므로, 나오리라 기대하신 음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 픽시즈(Pixies) - Surfer Rosa (1988)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결성된 픽시즈는 80년대 후반에 소닉 유스(Sonic Youth)와 함께, 얼터너티브 록 특히, 그런지라는 장르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밴드다. 방구석에서 피자나 먹으며 밖에는 전혀 나가지 않을 것처럼 생긴 너드(Nerd) 프론트맨이나, 그 옆을 받치는 성깔 꽤나 있어 보이는 여성 베이시스트까지, 언뜻 불협화음처럼 보이는 그들은 외형부터 기존 록의 흐름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을 하고 있다. 외형만 그럴까, 음악은 훨씬 더 그러했다. 도무지 기존 펑크나 메탈로는 정의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악을 들고 나왔는데, 그 둘 못지않은 격정적인 음색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심지어 그런지라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뮤지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자신의 밴드 너바나(Nirvana)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픽시즈를 베꼈다!”

 

이들이 88년에 발표한 정규 1집 “Surfer Rosa”는 시작부터 파격으로 가득했던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첫 정규앨범이니만큼 이들의 날것과 같은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본 앨범 5번 트랙에 수록된 “Gigantic”은 베이시스트 킴 딜(Kim Deal)이 읊조리는 팝 멜로디와, 필리핀계 기타리스트 조이 산티아고(Joey Santiago)의 격정적인 기타 연주가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서, 본 밴드의 시그니처 송으로 자주 언급된다.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에 삽입되어 유명해진 노래 “Where Is My Mind?”도 7번 트랙에 수록되어 있다.

 

 

▲ 5번 트랙 “Gigantic” 라이브 영상

프론트맨 블랙 프랜시스(Black Francis)의 익살스러운 보컬과 맥락 없이 날뛰는 기타 연주로 괴이한 매력을 내뿜는 4번 트랙 “Broken Face”도 인상적이며, 토니(Tony)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쳐대는 9번 트랙 “Tony's Theme”, 정신없이 울려 퍼지는 코러스가 격정적인 연주와 섞이며 기묘한 매력을 내뿜는 10번 트랙 “Oh My Golly!”, 밴드의 실험적인 연주가 한껏 펼쳐지는 11번 트랙 “Vamos”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본 앨범의 별미다. 그런지라는 장르가 형성되기도 전에 이토록 파격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이들의 경악스러운 음악적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Bone Machine
2. Break My Body
3. Something Against You
4. Broken Face
5. Gigantic
6. River Euphrates
7. Where Is My Mind?
8. Cactus
9. Tony's Theme
10. Oh My Golly!
11. Vamos
12. I'm Amazed
13. Brick Is Red

 


 

■ 머드허니(Mudhoney) - Superfuzz Bigmuff Plus Early Singles (1990)

머드허니는 지금까지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인디 레이블 서브 팝(Sub Pop)의 초창기를 대표하는 밴드이며, 서브 팝은 이들의 성공으로 너바나와 사운드가든(Soundgarden)까지 영입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런지라 하면, 미국 워싱턴 주의 최대 도시, 시애틀(Seattle)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뒤이어 너바나, 펄 잼,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등 미국의 90년대를 지배한 밴드들도 같이 떠오를 테고. 이들이 90년대를 장악하기 전에, 시애틀에서 그런지가 맹위를 떨치도록 초석을 마련한 밴드가 바로, 이번에 소개할 머드허니다.

 

88년에 이들이 발표한 EP “Superfuzz Bigmuff”가 인디 씬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자, 이들은 이듬해, 무서운 기세로 정규 1집 앨범을 셀프 타이틀로 발매한다. 정규 1집이 EP를 뛰어넘는 더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밴드는 이듬해 이 기세를 몰아 EP “Superfuzz Bigmuff”의 확장판 앨범 “Superfuzz Bigmuff Plus Early Singles”를 발매한다. 정규앨범이 아닌 컴필레이션 앨범이지만, 정규앨범 못지않은 볼륨과 퀄리티로 수많은 사람들이 머드허니의 대표 앨범으로 이 앨범을 뽑는다.

 

 

▲ 9번 트랙 “In 'n' Out of Grace” 라이브 영상

평단과 팬들의 극찬을 이끌어낸 그 EP의 수록곡들이 전부 포함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데뷔 싱글이자 현재까지 이들의 시그니처 송으로 자주 언급되는 “Touch Me I'm Sick”을 1번 트랙에 수록하기도 했다.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 밴드 더 딕스(The Dicks)의 곡 “Hate the Police”의 커버를 3번 트랙에 수록하며, 본인들이 펑크 정신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고, 6번 트랙에선 소닉 유스의 곡 “Halloween”을 커버하며 자신들이 새로운 음악의 흐름을 타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EP 수록곡이었던 9번 트랙 “In 'n' Out of Grace”는 이들의 가장 격정적인 연주를 포함하고 있어, 그런지의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트랙리스트

1. Touch Me I'm Sick
2. Sweet Young Thing Ain't Sweet No More
3. Hate the Police
4. Burn It Clean
5. You Got It (Keep It Outta My Face)
6. Halloween
7. No One Has
8. If I Think
9. In 'n' Out of Grace
10. Need
11. Chain That Door
12. Mudride

 


 

■ 펄 잼(Pearl Jam) - Ten (1991)

펄 잼은 앞서 언급한 시애틀 그런지를 대표하는 네 밴드 중 하나로서, 항상 너바나 바로 뒤에 언급될 만큼 유명한 밴드이기도 하다. 너바나의 그림자에 가려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을지는 몰라도, 시애틀 그런지라 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밴드인 건 확실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네 밴드 중에서도 가장 방대한 음악적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혹자는 이들이야 말로 너바나를 뛰어넘는 진정한 그런지의 거장이라 평하기도 한다. 심지어 올해 2020년에 정규 11집 “Gigaton”을 신보로 내면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펄 잼은 시애틀 그런지를 대표하는 네 밴드 중, 가장 블루스(Blues) 색채가 강한 밴드로서, 블루스 특유의 깊이 있고 끈적끈적한 음색이 매력적인 밴드다. 사실 이건 양날의 검이기도 한데, 특유의 블루스 색채 때문에 그 네 밴드 중에선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깊은 매력에 천천히 스며들다보면, 확실히 진국이 우러나오는 밴드이기도 하다. 이들이 91년에 발표한 정규 1집 앨범 “Ten”은 너바나 2집 “Nevermind”와 함께 그런지를 대표하는 쌍두마차로 자주 언급될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앨범이다.

 

 

▲ 3번 트랙 “Alive” 뮤직비디오

블루스 색이 강하긴 해도, 1번 트랙 “Once”를 들으면, 이들도 역시 그런지 특유의 격정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동시에 보컬 에디 베더(Eddie Vedder)의 깊고 풍부한 음색이 돋보이기도 한다. 2번 트랙 “Even Flow”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격정성을 이어가다, 3번 트랙 “Alive”에선 기타리스트 스톤 고사드(Stone Gossard) 특유의 블루스 색 강한 연주가 깊이 있고 여유로운 느낌을 한껏 자아낸다. 6번 트랙 “Jeremy”는 부드러운 서정과 그런지 특유의 격정적인 음색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서, 밴드의 시그니처 송으로 자주 언급된다. 7번 트랙 “Ocean”에선 훨씬 더 부드러워진 밴드의 서정을 만나볼 수 있으며, 8번 트랙 “Porch”에선 급작스레 격정적인 분위기로 전환하면서도, 청자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블루스 특유의 서정과 그런지의 강한 음색이 최적의 조화를 이룬 명반.

 

트랙리스트

1. Once
2. Even Flow
3. Alive
4. Why Go
5. Black
6. Jeremy
7. Oceans
8. Porch
9. Garden
10. Deep
11. Release

 


 

■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 Dirt (1992)

본 밴드를 앞서 시애틀 그런지를 대표하는 네 밴드 중 하나라고 소개했는데, 실은 펄 잼과 함께 그 넷 중에 진입 장벽이 높은 밴드에 속하는 편이다. 특유의 끈적끈적한 걸 넘어 질척거리는 느낌마저 드는 연주와, 나머지 세 밴드와 비교를 불허하는 극도로 음울한 정서 때문인데, 어쩌면 이들이 가진 이런 특징이, 시애틀이라는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애틀은 워싱턴 주의 최대 도시이니 만큼,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 뽑히는데, 그 이면엔 일조량이 적고 안개가 자주 끼는 음울한 분위기의 기후가 존재한다. 이런 기후 때문에 미국에서 자살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뽑히기도 한다. 앨리스 인 체인스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가.

 

앞서 언급한 특징들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밴드라 소개하긴 했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밴드들이 늘 그러하듯, 한 번 빠지면 그만큼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들이 92년에 발표한 정규 2집 “Dirt”는 1집을 거치며 더욱 완숙해진 이들의 늪과 같은 매력을 한껏 뿜어낸다.

 

 

▲ 1번 트랙  “Them Bones” 뮤직비디오

80년대를 대표하는 메탈 밴드 반 헤일런(Van Halen)과 같이 투어를 돌 만큼, 메탈 성향이 강한 밴드이기도 한데, 본 앨범 12번 트랙에 실린 밴드의 시그니처 송 “Would?”가 밴드가 가진 메탈 색채를 잘 반영하고 있다. 보컬의 강렬한 비명 소리로 시작하는 1번 트랙 “Them Bones”부터 밴드의 파격이 잘 드러난다. 이 파격을 거치면 점차 밴드 특유의 질척이는 음울한 음색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5번 트랙 “Sickman”이 뿜어내는 불안한 정서에서 시작하여, 6번 트랙 “Rooster”, 7번 트랙 “Junkhead”, 8번 트랙 “Dirt”까지 거쳐 가며, 무겁게 질척이는 음색을 이어가는데, 이를 통해 청자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을 훑어낸다. 마침내 9번 트랙 “God Smack”에서 그 모든 깊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 같은 격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색다른 카다르시스를 안겨준다. 뚜렷한 개성으로 청자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아로새긴 명반.

 

트랙리스트

1. Them Bones
2. Dam That River
3. Rain When I Die
4. Down in a Hole *
5. Sickman
6. Rooster
7. Junkhead
8. Dirt
9. God Smack
10. Intro (Dream Sequence)/Iron Gland **
11. Hate to Feel
12. Angry Chair
13. Would?

 

* 어떤 판에는 “Would?” 바로 위 트랙에 배치되어 있다.

** 판에 따라 제목이 다르며, 어떤 판에는 “God Smack” 혹은 “Hate to Feel” 트랙과 합쳐져 있거나, 아예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1995)

스매싱 펌킨스는 흔히 그런지 밴드로 많이 분류되지만, 본인들은 막상 그런지 밴드로 분류되는 걸 거부했을 만큼, 기존 그런지 밴드들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다. 이런 밴드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앨범을 하나 뽑자면 95년에 발표한 정규 3집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을 뽑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네 장의 앨범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앨범으로서, 앞서 언급한 앨범들에서 느껴지는 그런지 특유의 격정성만 기대하다간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부드러운 서정과 격정을 바쁘게 오가며, 다양한 정서를 표출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보면,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록의 흐름을 주도했던 포스트 그런지(Post-Grunge)의 포문을 연 앨범이라 평할 수도 있겠다.

 

2CD에 러닝타임 2시간이 넘는 엄청난 볼륨을 자랑하는 앨범이지만, 그 볼륨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음악성을 선보이는 앨범이기도 하다. 일단 밴드의 프론트맨 빌리 코건(Billy Corgan)이 한 인터뷰에서 대놓고 음악 역사상 길이 남을 명반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밝힌 만큼, 칼을 갈고 이를 갈며 어깨에 힘 잔뜩 주고 만든 앨범이다. 그에 걸맞게 극에 달한 밴드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계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James Iha)의 연주는 밴드의 다채로운 음악성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드러머 지미 챔버린(Jimmy Chamberlin) 역시 능숙한 연주로 이들을 잘 보조하고 있다. 밴드의 원년멤버이자 여성 베이시스트 다아시 레츠키(D'arcy Wretzky)는 남성주의가 만연하던 록 씬의 인습을 타파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아이콘으로서 탁월한 역할을 해냈다. 밴드 멤버 구성에 있어서도 역대 최고라 불리며, 이 앨범 속에서 최적의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 CD1-2번 트랙 “Tonight, Tonight”

CD1에선 각 트랙마다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팝의 정서마저 드러내고 있다. 앨범의 인트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1번 트랙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에선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로 청자에게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2번 트랙 “Tonight, Tonight”에선 부드러움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클래식 스트링 연주가 강렬한 록 음색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3번 트랙 “Jellybelly”에서 파격적인 분위기 전환을 이끌어내, 4번 트랙 “Zero”까지 격정적인 연주를 이어가며 청자를 흥분시킨다. 6번 트랙 “Bullet with Butterfly Wings”도 본 밴드의 격정적인 연주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7번 트랙 “To Forgive”14번 트랙 “Take Me Down”에서 보여준 부드럽고도 음울한 음색도 눈여겨볼만하다.

 

CD2에선 좀 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연주들을 펼치는데, CD1이 각 수록곡의 개성을 강조했다면, CD2는 앨범 흐름의 유기성을 좀 더 강조한 느낌이다. 5번 트랙 “1979”는 사운드나 멜로디 측면에선 오히려, 그런지보다 팝에 가까운 구성을 가졌지만, 79년과 95년의 모습을 대조하며 90년대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이 곡은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7분이 넘는 두 개의 대서사시, 7번 트랙 “Thru the Eyes of Ruby”와 9번 트랙 “X.Y.U.”는 이 앨범의 별미라 할 수 있는데, 그 둘 사이를 잇는 8번 트랙 “Stumbleine”의 부드러운 서정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세 트랙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모습을 본 앨범 최고 명장면으로 뽑고 싶다. 특히 9번 트랙 “X.Y.U.”에선 본 앨범에서 가장 살벌하고 파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며 청자를 경악시킨다. 방대한 볼륨과 그에 응하는 다채로운 음악성이 천재성을 뽐내는 명반.

 

트랙리스트

CD1
1.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2. Tonight, Tonight
3. Jellybelly
4. Zero
5. Here Is No Why
6. Bullet with Butterfly Wings
7. To Forgive
8. Fuck You (An Ode to No One)
9. Love
10. Cupid de Locke
11. Galapogos
12. Muzzle
13. Porcelina of the Vast Oceans
14. Take Me Down

 

CD2

1. Where Boys Fear to Tread
2. Bodies
3. Thirty-Three
4. In the Arms of Sleep
5. 1979
6. Tales of a Scorched Earth
7. Thru the Eyes of Ruby
8. Stumbleine
9. X.Y.U.
10. We Only Come Out at Night
11. Beautiful
12. Lily (My One and Only)
13. By Starlight
14. Farewell and Goo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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