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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설빈(Yeoyu and Seolbin) - 희극 인생명반 에세이 98: 여유와 설빈(Yeoyu and Seolbin) - 희극 여러분을 웃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웃고 싶었어요 희극. 앨범 제목이 “희극”이다. 그런데 이 연극에 나오는 광대는 하나도 안 웃기다. 오히려 질질 늘어지는 우울한 얘기나 늘어놓는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해.” 이 문장만 보면, 기대할 내일이 있다는 듯 희망이 샘솟는 느낌이지만, 여기 광대는 이 문장을 노래하면서도, 세상살이에 지치고 지쳐서 넋을 잃고 힘없는 웃음이나 흘리는 느낌이다. 웃기지도 않는 희극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웃기지도 않는 희극에 마음이 끌릴까. 웃기지도 않는 광대가 뭐라고 지껄이는지 살펴보자. “다들 어디론가 사라졌어. 비가 내린 뒤에 알았네. 너른 들판으로 뛰어 가서, 노래와 글 모두 태웠네.”..
이소라(Lee So-ra) - 눈썹달 인생명반 에세이 97: 이소라(Lee So-ra) - 눈썹달 세상에 커다란 소식들보다 중요한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거울 속에 나, 참 못생겼어.” 하늘에서 내려온 거룩한 가르침도, 유치한 욕망 앞에서 번번이 쉽게 무너졌다. 하늘에서 내려온 가르침은 내가 하늘을 바라보아야 할 이유를 주었지만, 내가 땅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할 이유를 주지는 않았다. 내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숨을 쉬며 살아가야 할 이유는 너였다. 너를 가지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였다. 천사도 악마도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지극히 사람이었다. 나는 너를 욕망하고, 너는 나를 욕망한다. 이 사랑은 하늘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의 사랑이다. 사람이 하늘보다 열등하지 않은 세계에서,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서로를 바..
넥스트(N.EX.T) - The Return of N.EX.T Part 2 : The World 인생명반 에세이 96: 넥스트(N.EX.T) - The Return of N.EX.T Part 2 : The World 뒤집힌 세상에서 희망 찾기 ■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신해철 아우구스티노. 그는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독실한 신앙을 가졌고 사제가 되길 꿈꾸었지만, 훗날 무신론자가 되었다. 자신이 가진 세례명과 정반대 삶을 살았던 셈이다. 어쩌면 정확히 반대로 살았기 때문에, 아우구스티노와 꼭 닮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우구스티노와 정반대로 살았기에 오히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거울이 된 셈이다. 그는 더 이상 아우구스티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고, 그는 성인(聖人)이 아니라 마왕(魔王)이 되었다. 신해철은 뒤집힌 아우구스티노였다. 아우구스티노, 그는 누구인가. 천주교 4대 교부(敎父)..
어떤날(Oneday) - 어떤날 I 1960 · 1965 인생명반 에세이 95: 어떤날(Oneday) - 어떤날 I 1960 · 1965 그날도 오늘이고, 어떤 날도 오늘이다 ■ 드림팀도 처음에는 소박했다드림팀. 스포츠 경기에서 각 팀에 흩어진 훌륭한 선수들만 모아, 최고의 팀을 구성했을 때 쓰는 말이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한 팀이 될 수 없는 조합인데, 꿈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팀이 나타났을 때 쓰는 말이다. 스포츠에만 드림팀이 있는 건 아니다. 여기 한국 대중음악 역사 안에도 드림팀이 있었다. 조동익, 이병우. 단 두 명이지만, 그 두 명의 이름이 저 두 명이라면, 드림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조동익, 그는 김광석, 안치환, 장필순 등, 여러 명가수의 여러 명반을 제작한 프로듀서가 되었다. 이병우, 그는 김지운, 이준익, 봉준호 등, 여러 명감독과 ..
도마(DOMA) -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인생명반 에세이 94: 도마(DOMA) -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나는 이 섬에서 외로움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가수춥고 어두운 계절, 겨울이다. 공기는 차갑고, 바람은 날카롭고, 해는 짧아진 겨울. 따스함보다 차가움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계절. 상냥함보다 날카로움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계절. 빛보다 어둠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계절. 그래서 겨울은 우울한 계절이다. 이런 우울한 계절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겨울이 되면 늘 생각나는 가수가 한 명 있다. 밴드 “도마”의 보컬, 김도마. 그가 부른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사운드트랙 “레인보우”를 소개한다. “조용히 눈이 내린다. 온 세상이 하얘진다. 하아 불면 따뜻..
검은잎들(Leaves Black) - 비행실 인생명반 에세이 93: 검은잎들(Leaves Black) - 비행실 작아졌던 세상이 다시 커지더라도 ■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비행기 타는 기분비행기 모드. 요즘 나오는 휴대폰에 기본으로 내장된 기능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비행기 탈 일도 없는데, 휴대폰 사용하면서 비행기 모드 누르는 일이 많다. 왜 그럴까. 그 누구에게도 간섭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비행기 모드, 이것은 휴대폰이 비행기가 항공하는 데 방해되는 전파를 쏘지 않기 위하여 만들어진 기능이다. 비행기 항공에 방해되는 전파란, 전화에 필요한 전파, 인터넷에 필요한 전파 등이다. 그래서 이 기능을 켜면,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승객들은 비행기에 타고 휴대폰을 사용할 때, 이 기능을 반드시 켜야 한다. 그런데 나는 왜 비..
이랑(Lang Lee) - 늑대가 나타났다 인생명반 에세이 92: 이랑(Lang Lee) - 늑대가 나타났다 내 얘기 들어줄래요? 나는 충분히 잘 듣고 있으니까 ■ 밥은 굶어도 시는 쓰고 죽어야지사람이란 참 이상한 족속들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그냥 말로 해도 될 걸, 굳이 운율과 행과 연을 맞춰서 시를 쓰고, 거기 가락을 붙여 노래로 만들고, 글을 잔뜩 써서 책으로 만들고, 온갖 장비를 동원하여 영화로도 만든다. 내 감정이랄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감정 표현하는 데 그렇게 공을 들일까. 그건 분명 말로 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다. 그러니까 말에 운율과 가락을 붙이고 악기도 곁들이고, 서사를 또 붙이고, 그걸 영상으로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겠지. 즉 예술은 소통이다. 아무리 창작과 발표를 많이 ..
이랑(Lang Lee) - 신의 놀이 인생명반 에세이 91: 이랑(Lang Lee) - 신의 놀이 슬픔과 고통은 신의 놀이 ■ 내겐 무섭도록 감동적인 노래그 어떤 요란한 외침도 없이, 그저 잔잔하고 건조하게 읊조리는 이랑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두려움에 떤다. 내겐 마릴린 맨슨 노래보다, 메이헴 노래보다, 슬립낫 노래보다, 이랑의 노래가 훨씬 무섭게 다가온다. 이랑의 노래는 무서울 만큼 감동적이다. 나는 그 감동을 무엇보다 두려워했다. 나에게 박힌 이랑의 첫인상이란 이랬다.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현장에서, 자신이 수상한 트로피를 곧장 관객들을 대상으로 경매에 부치는 모습. 이랑은 자신의 노래 “신의 놀이”를 통해,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 일을 “신의 놀이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놀이는 놀이일 뿐, 생활이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