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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 아이 트러스트(Men I Trust) - Untourable Album 인생명반 에세이 90: 멘 아이 트러스트(Men I Trust) - Untourable Album 멀어지고 아련해지는 것들이 나를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 ■ 추억은 언제나 현실보다 아련하다아련하다. 이 말의 뜻을 아는가. 이 말의 뜻은 선명하지 않고 흐리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아련하게 사용한다. 사람들이 무언가 아련하다고 말할 땐, 그것이 추억에 관한 이야기일 때가 많다. 추억. 이렇게 부르면 기억과는 다른 것 같다. 기억과 추억, 이 두 가지는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추억은 아무래도 기억보다 깊은 느낌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기억보다 내게 깊이 스며든 과거. 그걸 우리는 추억이라고 부른다. 사실 추억이라는 말도, 기억을 추적한다는 뜻으로서, 기억과는 확실히 다른 말이지만, 우리는..
조니 캐시(Johnny Cash) - American IV: The Man Comes Around 인생명반 에세이 89: 조니 캐시(Johnny Cash) - American IV: The Man Comes Around 대중음악과 찬송가의 경계를 허물다 ■ 복음을 대중음악에 침투시켜야 한다음악은 나의 종교였고, 예술이 나의 하나님이었다. 돌아보면, 음악과 예술이 나의 우상이었던 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우상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나는 우상을 사랑할 것이고, 우상과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추억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다만, 우상보다 더욱 많이 사랑하는 것이 생겼다. 이젠 우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생겼다. 교회는 비록 달라졌어도, 예수님께 다시 돌아간 지금도, 대중음악을 통해 영성을 발견하는 일을 즐긴다. 조니 캐시, 그의 인생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깊이 와 닿는다. 그가 노래하는 걸 듣고 있으면,..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 All Things Must Pass 인생명반 에세이 88: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 All Things Must Pass 무상한 삶에서 충만한 행복을 주는 단 하나의 사랑 ■ 어느 요기의 자서전“나는 〈어느 요기의 자서전〉을 집에 쌓아두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들이 ‘재충전’을 원할 때 나는 이 책을 읽어 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모든 종교의 핵심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되도록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두 권을 뽑으라면 이렇다. 한 권은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이고, 다른 한 권은 파라마한사 요가난다 “어느 요기의 자서전”이다. 그렇다. 나는 가톨릭 서적을 읽고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게 아니라, 소설과 힌두교 서적을 읽으며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키웠던 것이다. 내..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Station to Station 인생명반 에세이 87: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Station to Station 신나고 짜릿하고 애절하게 걸어가는 십자가의 길 ■ 그는 무엇을 위해 기도했던 걸까“죽음에 대한 선동, 죽음의 공포라는 선동을 받고 오히려 죽음으로, 그리고 자신의 죽음과 세계의 멸망이 일치하는 절대적 순간의 향락으로. 이는 사실 나치적인 담론입니다. 소설가 토마스 만은 일찌감치 자료도 다 나오지 않을 때부터 명민하게 지적했습니다. 나치의 본질은 전쟁을 위한 전쟁이고 자신의 죽음과 멸망을 위한 전쟁이라고 말이지요. 아주 지당한 말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치가 목표로 했던 것, 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것도 사실 잘 모르지 않나요? 그건 자살입니다. 게다가 자신과 세계를 일격에 동시에 죽이는 것. 종말의..
김현식(Kim Hyun-sik) - 김현식 5 인생명반 에세이 86: 김현식(Kim Hyun-sik) - 김현식 5 인생의 진실을 꿰뚫어본 자의 절규 ■ 인생은 이러나저러나 무상하다는 것대한민국 가요 역사에서 가객(歌客)이라 불린 두 사람이 있었다. 김광석 그리고, 김현식. 이 둘 모두, 지금 내 나이 서른셋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정말 커트 코베인, 짐 모리슨, 이 두 사람처럼 27세가 되면 죽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만 나이로도 31세가 넘었다. 요즘 김현식 노래 “넋두리”를 많이 듣는다. 김현식 5집 수록곡이라는 배경이 나를 자극한다. 김현식 5집은 김현식 생전에 발매된 그의 마지막 앨범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들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의 목소리에서 그가 겪은 인생이 고스란히 스며든 걸 느낄 수 있다. 나는 그가 노래하는 목소리..
미선이(Misoni) - Drifting 인생명반 에세이 85: 미선이(Misoni) - Drifting 0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 ■ 난 화장실에 앉아 있어요“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 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 봄만 되면, 나는 미선이 “Drifting” 앨범에 “진달래”를 찾곤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여기저기 잔뜩 만개하더라도, 여전히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내가 잘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내가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그런 봄에도 웃을 수 없는 당사자가 되면 “진달래”가 내 마음에 더 깊이 스며들곤 했다. 이 앨범은 지금은 “루시드폴”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가수의 작품이다. 그가 록 밴드 “미선이”를 결성하여 1998년에 발표한 1집 앨범이다..
모리세이(Morrissey) - You Are the Quarry 인생명반 에세이 84: 모리세이(Morrissey) - You Are the Quarry 원망과 자기혐오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 예술과 노래는 내겐 동의어“난 계속 그림을 그릴 거야.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계속 그릴 거야. 난 계속 그릴 거야. 이건, 결심이 아니야. 그냥 아는 거야. 난 그릴 거야.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볼 수 있다면. 내 마음이 계속 노래를 부르면 난 계속해서 그릴 거야.” 소설 “풀이 눕는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인물 “풀”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자신의 “마음이 계속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래, 언제나 노래라는 말은 내게는 예술과 동의어로 느껴졌다. 예술이라는 단어가 너무 현학으로 느껴질 땐, 노래라는 단어를 예술 대신에 썼다. 노래는 그만..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 인생명반 에세이 83: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다 ■ 오랫동안 들었지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앨범 인생명반을 2017년 7월 말에 시작하여,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벌써 에세이만 82개가 쌓였고, 이게 벌써 83번째 인생명반 에세이다. 글을 들여다보면 친해진 지 15년 넘은 앨범도 있고, 친해진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앨범을 갖고 글을 쓴 것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전자에 더 가깝다. 정말 오래 들었던 앨범인데, 이상하게 글이 나오지 않았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은 인생명반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