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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김현식(Kim Hyun-sik) - 김현식 5 인생명반 에세이 86: 김현식(Kim Hyun-sik) - 김현식 5 인생의 진실을 꿰뚫어본 자의 절규 ■ 인생은 이러나저러나 무상하다는 것대한민국 가요 역사에서 가객(歌客)이라 불린 두 사람이 있었다. 김광석 그리고, 김현식. 이 둘 모두, 지금 내 나이 서른셋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정말 커트 코베인, 짐 모리슨, 이 두 사람처럼 27세가 되면 죽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만 나이로도 31세가 넘었다. 요즘 김현식 노래 “넋두리”를 많이 듣는다. 김현식 5집 수록곡이라는 배경이 나를 자극한다. 김현식 5집은 김현식 생전에 발매된 그의 마지막 앨범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들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의 목소리에서 그가 겪은 인생이 고스란히 스며든 걸 느낄 수 있다. 나는 그가 노래..
미선이(Misoni) - Drifting 인생명반 에세이 85: 미선이(Misoni) - Drifting 0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 ■ 난 화장실에 앉아 있어요 “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 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 봄만 되면, 나는 미선이 “Drifting” 앨범에 “진달래”를 찾곤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여기저기 잔뜩 만개하더라도, 여전히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내가 잘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내가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그런 봄에도 웃을 없는 당사자가 되면 “진달래”가 내 마음에 더 깊이 스며들곤 했다. 이 앨범은 지금은 “루시드폴”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가수의 작품이다. 그가 록 밴드 “미선이”를 결성하여 1998년에 발표한 1집 앨범이다...
모리세이(Morrissey) - You Are the Quarry 인생명반 에세이 84: 모리세이(Morrissey) - You Are the Quarry 원망과 자기혐오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 예술과 노래는 내겐 동의어 “난 계속 그림을 그릴 거야.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계속 그릴 거야. 난 계속 그릴 거야. 이건, 결심이 아니야. 그냥 아는 거야. 난 그릴 거야.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볼 수 있다면. 내 마음이 계속 노래를 부르면 난 계속해서 그릴 거야.” 소설 “풀이 눕는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인물 “풀”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자신의 “마음이 계속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래, 언제나 노래라는 말은 내게는 예술과 동의어로 느껴졌다. 예술이라는 단어가 너무 현학으로 느껴질 땐, 노래라는 단어를 예술 대신에 썼다. 노래는 그..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 인생명반 에세이 83: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다 ■ 오랫동안 들었지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앨범 인생명반을 2017년 7월 말에 시작하여,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벌써 에세이만 82개가 쌓였고, 이게 벌써 83번째 인생명반 에세이다. 글을 들여다보면 친해진 지 15년 넘은 앨범도 있고, 친해진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앨범을 갖고 글을 쓴 것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전자에 더 가깝다. 정말 오래 들었던 앨범인데, 이상하게 글이 나오지 않았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은 인생명반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
브로콜리너마저(Broccoli, you too?) - 속물들 인생명반 에세이 82: 브로콜리너마저(Broccoli, you too?) - 속물들 착하게 사는 건 힘들고, 나쁘게 사는 건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 인류 공통의 종교 “내가 개신교 신자라고 하면 신부님과 다른 종교니까 대화를 해야 하지만,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같은 편이니까 대화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나한테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떨어져서 그냥 ‘교인’이라고 한다면 같은 종교인이라서 스님과 나는 하나가 된다. 어쩌다가 ‘교인’이라는 말도 떨어지고 ‘사람’만 남으면 내가 가는 마지막 길이다.” 이현주 목사의 위 발언을 곱씹으면서 들었던 앨범이 있다. 바로 브로콜리너마저 정규 3집 앨범 “속물들”이다. 온 인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종교가 있다면, 그 이름은 “속물들”이 아닐까. ‘..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 Lover Of Life, Singer Of Songs 인생명반 에세이 81: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 Lover Of Life, Singer Of Songs 영웅의 영광 뒤에 숨겨진 외로움, 악당의 쾌락 속에 숨겨진 사랑 ■ 음악이 나를 구원해주던 시절 이번 달, 둘째 토요일. 나는 4년 만에 초록불꽃소년단 공연을 봤다. 이들의 공연을 다시 보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그들을 다시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사실 펑크 록 공연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슬램도, 스캥킹도, 기차놀이도, 떼창도 할 수가 없었는데, 슬램과 스캥킹과 기차놀이와 떼창이 부활한 펑크 록 공연의 쾌감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관객들과 함께 서로 침과 땀이 섞이는 것도 잊고서 참 열심히 놀았다. 슬램 하느라 ..
부활(Boohwal) - 서정 인생명반 에세이 80: 부활(Boohwal) - 서정 나의 추억, 나의 그리움, 나의 서정 ■ 리듬게임과 사촌형의 추억리듬게임 한 때 참 좋아했다. 요즘도 가끔 한다. 리듬게임과 나의 첫 만남은 2001년, 내 초등학생 시절 여름방학이었을 거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방학만 되면 대구에 살던 나는 서울에 사는 큰 이모 댁으로 놀러가는 루틴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래서 큰 이모 댁으로 놀러갔을 때였다. 사실 나는 큰 이모보다는 그의 아들 즉, 사촌형이랑 노는 게 좋았는데, 나와 여섯 살 차이인 그 형은 언제나 내게 컴퓨터로 새로운 게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내 눈을 돌아가게 만든 건 “비트매니아”였다.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막대기들, 그 막대기가 어느 지점에 떨어지는 데 맞춰..
장필순(Jang Pill Soon) -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인생명반 에세이 79: 장필순(Jang Pill Soon) -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가을처럼 식어가는 마음에도 끝내 남아있는 건 ■ 가을은 식어가는 열망을 더 식기 전에 붙들라고 속삭인다 가을은 잊혀져가는 것들을 기억하는 계절이다. 여름에 찬란하게 푸른빛을 내던 나무에 이파리들은 서서히 자신의 빛을 잃어간다. 날씨에 열기는 식고 서늘한 바람이 가슴에 스며들면, 그 서늘한 기운이 내가 잊고 지내던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열기가 차지하던 가슴에 열기를 잃어버리는 탓이다. 서늘한 바람이 내 가슴에 통증으로 스며들 때 즈음, 이 아픔은 내게서 떠나가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내 곁에 남아있을 때 더 소중히 여기라고 속삭인다. 가슴이 속삭이는 감미로운 경고. 감미로운 경고의 계절, 가을. 가을은 온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