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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양희은(Yang Hee-eun) – 양희은 1991 인생명반 에세이 70: 양희은(Yang Hee-eun) – 양희은 1991 나무를 닮은 노래, 나이테처럼 퍼지는 울림 ■ 누가 기술과 유행을 비난할 수 있으랴 “누구나 노트북, 아이패드 같은 걸 갖고 있죠. 그게 우리 시대의 전통 악기입니다. 20세기의 대화는 사람 VS 기계였습니다. 모더니스트들 이진법이죠. ‘PC 뮤직(PC Music)’은 일렉트로닉(Electronic)과 어쿠스틱(Acoustic)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냈어요.” 올해 2022년, 때는 바야흐로 “하이퍼팝(Hyperpop)”의 시대였다. 하이퍼팝 유행을 선도한 것으로 알려진 레이블 “PC 뮤직”의 대표 A. G. 쿡(A. G. Cook)은 2020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앙팡 테리블(Enfn..
초록불꽃소년단(Green Flame Boys) - GREENBRIDGE 인생명반 에세이 69: 초록불꽃소년단(Green Flame Boys) - GREENBRIDGE 청춘은 몸이 아닌 마음에 있다는 걸 ■ 이들의 음악은 지금부터 시작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내가 이 시리즈를 시작한 게 벌써 5년이 넘었다니. 문득, 내가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무렵 소개했던 음악들이 떠오른다. 그중에는 나를 펑크(Punk) 공연 문화에 빠져들도록 이끌어준 밴드도 있다. “초록불꽃소년단”이라고, 그때 그들은 1집을 내고 활발하게 공연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나는 이들의 2집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그게 올해 딱 나왔다. 그땐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의 2집이 나오기까지 5년이나 걸릴 줄. 초록불꽃소년단 정규 2집 발매 소식은 나의 지난 5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5년 동안, 나는 참 ..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Hesitation Marks 인생명반 에세이 68: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Hesitation Marks 내가 나아질 수 있는 건, 당신이 있기 때문에 ■ 인생명반 5주년, 백 회를 기념하며2017년 7월 28일 새벽 1시, 나는 네이버 블로그에 인생명반 첫 글을 게시했다. 그로부터 오늘 2022월 7월 28일 딱 5주년을 맞이했다. 게다가 이 글은 인생명반 에세이, 스페셜을 모두 합쳐 딱 백 번째 글이 된다. 누군가에겐 어떤 글 연재가 5년이나 되었는데, 겨우 백 회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우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 연재를 꾸준히 지켜봐준 독자들에게 더 많은 글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송구스러운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인생명반이라는 이름으로 이제 백 개의 글이 쌓였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훨씬 더 ..
도마(DOMA) - 도마 인생명반 에세이 67: 도마(DOMA) - 도마 눈 내린 길 위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노래 ■ 노래와 함께하는 겨울 겨울,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더욱 힘든 계절이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나를 안아주지 않을 것 같다. 타인의 온기가 가장 그리워질 겨울에 타인의 온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면 얼마나 외로워지는가. 이럴 때 돈이라도 많다면, 맛있는 걸 잔뜩 사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금전적 여유마저 없다면, 겨울이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계절일까. 삶이 견디기 힘든 것이 될 때는 문득, 이 삶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 얼른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문득, 자신이 위험한 상태에 처했다는 걸..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 인생명반 에세이 66: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 자신의 죽음마저 작품으로 만들어버린 예술가의 삶 ■ 새해는 겨울에 떠오른다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연말의 추위는 여전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은 것 같다. 모든 해의 시작이 겨울과 함께 시작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겨울은 죽음의 계절. 모든 것이 피어나고 열매를 맺기보다, 모든 것이 마르고 비틀어져 앙상해지는 죽음의 표정을 갖게 되는 계절이다. 새해의 시작이 겨울부터 시작한다는 건, 마치 죽음이 있어야 새 삶도 있다는 걸, 세상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Pier Paolo Pasolini)의 말이다. 이런 격언은 ..
백예린(Yerin Baek) - 선물 인생명반 에세이 65: 백예린(Yerin Baek) - 선물 노래가 선물이 되는 순간 ■ 취향은 언제나 진심이다. “늘 우리가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나처럼 울고 싶은지. 왜 자꾸만 후회되는지. 나의 잘못했던 일과 너의 따뜻한 마음만 더 생각나.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그냥 나에게 오면 돼. 널 위해 비워둔 내 맘 그 자리로.” 박상태 원곡, 김장훈, 김연우가 불러서 화제가 된 노래 “나와 같다면”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떠나간 누군가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의 취향을 떠올리곤 한다. 위에 가사는 그런 우리들의 풍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저 노래 한 곡 들었을 뿐인데,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온갖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런 경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아이유(IU) - CHAT-SHIRE 인생명반 에세이 64: 아이유(IU) - CHAT-SHIRE 본인조차 주체하기 힘들었을 만큼 폭발적으로 피어난 가능성 ■ 새로운 길에서 자신을 증명한다는 것 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좀 더 일상적인 예를 들자면, 이직할 때를 생각해보면 될 터. 전 직장에서는 경력이 2년, 3년 쌓였겠지만, 새로운 직장에 도착해서는 자신의 경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새로 증명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한 직원이 회사에 입사해,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상사들의 판단이 서는 게, 보통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하고, 그 회사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반년 간이 가..
소닉 유스(Sonic Youth) - Dirty 인생명반 에세이 63: 소닉 유스(Sonic Youth) - Dirty 첫 경험처럼 불쾌하게 다가와, 오래된 연인처럼 깊어지는 더러움의 미덕 ■ 인간은 모두 더럽다. 섹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 가장 위험하고 가장 더러운 행위이다. 생각해보라,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나약한 부위를 서로 노출하지 않으면 할 수 없고, 성기는 언제나 배변기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걸 서로 비비고 물고 빨고 하는 걸 안전하고 깨끗한 행위라 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임신을 하고 출생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인류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인간은 더러움을 품고 태어나, 더러움을 갈구하며, 더러움과 함께 살아간다. 더럽다는 건 뭘 의미할까. 그것은 의학적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