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반 에세이

백예린(Yerin Baek) - 선물 인생명반 에세이 65: 백예린(Yerin Baek) - 선물 노래가 선물이 되는 순간 ■ 취향은 언제나 진심이다. “늘 우리가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나처럼 울고 싶은지. 왜 자꾸만 후회되는지. 나의 잘못했던 일과 너의 따뜻한 마음만 더 생각나.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그냥 나에게 오면 돼. 널 위해 비워둔 내 맘 그 자리로.” 박상태 원곡, 김장훈, 김연우가 불러서 화제가 된 노래 “나와 같다면”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떠나간 누군가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의 취향을 떠올리곤 한다. 위에 가사는 그런 우리들의 풍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저 노래 한 곡 들었을 뿐인데,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온갖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런 경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아이유(IU) - CHAT-SHIRE 인생명반 에세이 64: 아이유(IU) - CHAT-SHIRE 본인조차 주체하기 힘들었을 만큼 폭발적으로 피어난 가능성 ■ 새로운 길에서 자신을 증명한다는 것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좀 더 일상적인 예를 들자면, 이직할 때를 생각해보면 될 터. 전 직장에서는 경력이 2년, 3년 쌓였겠지만, 새로운 직장에 도착해서는 자신의 경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새로 증명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한 직원이 회사에 입사해,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상사들의 판단이 서는 게, 보통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하고, 그 회사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반년 간이 가장..
소닉 유스(Sonic Youth) - Dirty 인생명반 에세이 63: 소닉 유스(Sonic Youth) - Dirty 첫 경험처럼 불쾌하게 다가와, 오래된 연인처럼 깊어지는 더러움의 미덕 ■ 인간은 모두 더럽다. 섹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 가장 위험하고 가장 더러운 행위이다. 생각해보라,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나약한 부위를 서로 노출하지 않으면 할 수 없고, 성기는 언제나 배변기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걸 서로 비비고 물고 빨고 하는 걸 안전하고 깨끗한 행위라 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임신을 하고 출생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인류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인간은 더러움을 품고 태어나, 더러움을 갈구하며, 더러움과 함께 살아간다. 더럽다는 건 뭘 의미할까. 그것은 의학적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
리조(Lizzo) - Cuz I Love You 인생명반 에세이 62: 리조(Lizzo) - Cuz I Love You 프로파간다를 초월한 다양성의 승리 ■ 예술과 정치 사이, 작품과 프로파간다 사이 “간란산에서 그것이 전부 보이지는 않지만 가니타에는 건설 도중에 중단된 공사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마을 행정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을 막는 고루한 책동자 같은 녀석이 있는 게 아냐?」 하고 N군에게 물었더니, 이 젊은 구의원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만둬, 그만둬」라고 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사의 주먹구구식 장사, 문학가들의 정치 참견이다. 가나타 마을의 행정에 대한 나의 주제넘은 질문은 전문가인 구의원의 비웃음을 초래하는 바보스러운 결과로 끝났다. 어쨌든 예술가의 정치 참견은 실수의 근원이다. 한 사람의 가난한 글쟁이에 지나지 않는 나는 간란..
오늘도 무사히(Omuhi) – 송곳 인생명반 에세이 61: 오늘도 무사히(Omuhi) – 송곳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실패 언저리에서 ■ 도망치듯이 도착한 나의 고향 이십 대 후반, 그러니까 2018년 5월 말 즈음이었다. 내가 대구에서 살기로 결심했던 것이.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2021년 9월, 내 나이 서른이 되었다. 내가 대구에 살기로 결심했던 당시를 떠올려본다. 나는 무슨 마음으로 여기에 왔을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새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도망치고 싶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당시에 나는, 내가 믿었던 종교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로인해 나는 내 종교를 잃었다. 내가 내 의지로 버린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때 내 모든 것이었던 유일신의 곁을 떠나는 일이 꼭 그렇게 쉬운 일은 아..
검은잎들(Leaves Black) - 책이여, 안녕! 인생명반 에세이 60: 검은잎들(Leaves Black) - 책이여, 안녕! 앉아서 갈구하기보다 일어나서 쟁취하기로 다짐하기까지 ■ 추억은 음악을 만든다“극장에서 누구랑 어떻게 보는가가 사실 영화의 완성이거든요. ‘누구랑 어떤 길을 걸어가서 어떻게 보고 나왔느냐’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왕가위 감독이 자신의 영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나는 본래 영화관에 잘 가지 않는다. 지금 역병 사태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전부터 그랬다. 영화를 누구와 같이 보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일단 최신 영화에 별 흥미를 가지지 않은 탓이기도 하고, 어쩌다 끌리는 영화가 개봉해도,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내 취향에 맞춰줄 사람을 주변에서 찾는 게 힘들다. 취향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Hunky Dory 인생명반 에세이 59: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Hunky Dory 화성에서 온 괴짜가 쓴 창세기 ■ 나만의 세계를 지켜나간다는 것 회사 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가 없어 고민이 심해지던 무렵이었다. 너무도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업무 때문에, 나는 나의 내면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다. 업무 중에는 물론이고, 퇴근 후에도 버거운 업무에 지쳐서, 나의 내면을 돌볼 여유 따윈 없었고, 그저 먹고 누워서 싸구려 유희에 빠져있다 잠들기 바빴다. 양질의 독서와 글쓰기를 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아, 나의 세계는 넓어지지 못하고, 점점 세상이 내게 요구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맞춰 살기 바쁜 삶이 이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제껏 가꿔왔던 나의 내면세계가 점점 빛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 - The Holy Bible 인생명반 에세이 58: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 - The Holy Bible 찬송가보다 거룩한 신성모독 송가 ■ 신성모독은 예수의 가장 큰 업적 예수는 사형수였다. 유일신 예수가 사형에 처하게 된 죄목은 역설적이게도 신성모독이었다. 예수는 사형으로 자신의 신성함을 증거했다. 신성모독이야말로 예수 자신의 신성을 증거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수단이었다. 이런 말이 누군가에겐 금기처럼 느껴지겠으나, 이는 사실이다. 기독교 신자 입장에서는 예수가 유일신이지만, 그 당시 유대인의 관점에선, 아니 지금도 유대인들에겐 예수란 그저 신성모독을 저지른 사형수에 불과하다. 그런 사형수를 신성하고 거룩한 유일신으로 섬기는 집단이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세력 중 하나를 차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