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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윤하(Younha) - MIND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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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74: 윤하(Younha) - MINDSET

 

이루지 못한 꿈이라도, 이루지 못한 채로 아름다운 것

 

■ 꿈은 꼭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

꿈이라는 건 뭘까. 잘 때 꾸는 꿈 말고, 내 삶의 미래를 그려보는 꿈 말이다. 꿈이라는 건, 내 재산과 명예에 관련한 것일 수도 있고, 그와는 상관없이 삶에서 마주하고 싶은 풍경일 수도 있다. 꿈이란 만나고 싶은 사람, 만들고 싶은 사랑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삶을 생각해본다. 삶과 꿈을 나란히 내 마음에 놓고 생각해본다. 내 삶은 내가 품었던 꿈과 얼마나 닮았는지. 딱히 그렇게 닮은 것 같지 않아서 왠지 슬퍼진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헛된 것이었나. 헛된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그리던 꿈과 전혀 달라서 오히려 아름다운 삶이기도 했다. 내 삶이 아름답고 말고는 꿈을 이뤘느냐 이루지 못했느냐, 이런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삶에 충실했느냐는 것이다. 꿈이 삶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연료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꿈은 꼭 이룰 필요가 없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2004년 9월에 일본에서 데뷔한 가수 윤하,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기 전, 그에 맞는 마음을 다지기 위한 준비로 보인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면, 그만큼 새로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언제나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할 테니까.

 

가수라는 건 꿈과 가장 가까운 직업일 터. 윤하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과 겪고 있는 삶이 달라서, 그 괴리에 좌절하는 순간들이 있었을 거다. 그건 인기에 관한 것일 수도, 하고 싶었던 음악에 관한 것일 수도, 가수 활동을 하면서 맺었던 인연들에 관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수로 살아온 윤하라고 해서, 가수로서 삶이 언제나 자신의 꿈과 일치되는 삶이었을까. 올해 발표한 윤하의 신보 “MINDSET”을 들어보면, 그 대답이 이렇게 느껴진다. 아니라고.

 

 

▲ 윤하 “MINDSET” 앨범 티저

■ 윤하의 가장 진솔한 목소리가 담긴 앨범

“MINDSET” 앨범은 윤하가 발표한 음반들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스튜디오 앨범도 아니고, 라이브 앨범도 아닌,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 이런 이름을 달고 나온 것부터 수상하다. 수록곡들을 보면, 예전에 발표했던 곡들을 다시 수록한 게 보인다. 다른 가수 원곡을 윤하 목소리로 다시 부른 노래도 있다. 들어보면, 원곡과 다른 편곡을 갖고 있어, 단순한 컴필레이션 앨범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음미하면, 편곡에서 한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전자악기를 최소로 사용한 어쿠스틱 편곡이라는 거다. 어쿠스틱 편곡은 윤하의 목소리를 더욱 자연스럽게 꾸며준다.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 이런 수식어조차 이 앨범을 설명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이 앨범은 스튜디오 앨범도, 라이브 앨범도, 컴필레이션 앨범도 아닌, 그냥 윤하 앨범이다. 윤하 앨범. 어쿠스틱 편곡으로 음악을 꾸민 윤하, 자연에 가까워진 편곡만큼 윤하의 감성은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꾸며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이 앨범에 수록된 10곡은 딱 세 가지 주제로만 진행된다. 이별, 꿈, 짝사랑. 모두 이루지 못한 갈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앞서, 윤하는 이 앨범을 통해 왠지, 자신의 삶도 언제나 꿈과 닮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느낌이라 적었다. 이렇게 느끼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이 앨범의 수록곡들 때문이다. 모두 이루지 못한 갈망에 관한 노래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왠지, 이 노래들이 크게 우울하거나 음침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오히려 치유를 느끼고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마저 든다. 이 앨범이 지닌 이런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1번 트랙 “어려운 일”은 사랑하던 연인과의 이별이 얼마나 어려운지 털어놓는 노래다. 원곡은 2019년 발표한 EP “STABLE MINDSET” 수록곡이다. 이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이 곡은 하나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이별만 어려운 게 아니라, 삶이라는 게 전부 다 어려웠노라 고백하는 것 같다. 고요한 곳에 피아노 연주만 덩그러니 울리며 곡은 시작된다. 외로운 피아노 옆으로 윤하의 목소리가 넋두리를 시작한다. 피아노는 외로움을 벗고 윤하의 목소리와 함께 빛난다. 다른 악기들이 그 둘 사이로 슬며시 끼어들며 음악은 점차 풍부해진다.

 

이제는 스물이라는 단어조차 먼 옛날처럼 느껴질 정도가 된 윤하. 그렇게 윤하는 2번 트랙 “스무살 어느 날”로 그때를 회상한다. 원곡은 2020년 발표한 EP “UNSTABLE MINDSET”에 수록되어 있다. 이제는 추억이 된 그날, 다시 돌아올 수는 없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상태로 그래도 아름답다고 속삭이는 것 같다. 3번 트랙 “서른 밤째”는 2021년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와 협업한 음원으로 나온 게 원곡이다. 제목은 왠지, 30일이 지난 어느 날, 헤어진 지 한 달이 지난 후를 뜻하는 것 같지만, 서른 해를 지난 자신의 삶에 지난 삶을 돌아보는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사는 슬픈데, 악기 연주는 살랑살랑 춤을 유도한다. 이를 따라 윤하의 목소리도 밝은 색을 잃지 않고 속삭인다. 여기에 지난 삶을 그리워하면서도,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마저 느껴진다.

 

 

▲ 4번 트랙 “바람”

■ 바람이 바람이듯, 눈물은 눈물

4번 트랙 “바람”은 윤하가 2010년에 일본어로 먼저 발표한 노래다. 일본 정규 2집 앨범 “ひとつ空の下(한 하늘 아래)”에 수록되었다. 벌써 이 노래가 나온 지도 거의 13년이 되었다. 13년이라는 세월은 윤하 속에 불어오는 기억의 바람을 어떻게 꾸며주었을까. 이 곡의 원곡인 2010년 일본어 곡을 들었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에 먼저 놀랐다. 이 앨범에서 가장 원곡과 다른 편곡을 가진 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은 거리를 슬슬 걸으며, 불어오는 찬바람과 함께 사색에 젖는 느낌이라면, 원곡은 거리를 춤추듯 걸어가는 발랄한 모습이 먼저 떠오르고, 주변에 상쾌한 바람이 부는 느낌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바람”은 내가 올해 들었던 노래 중, 나를 가장 많이 눈물짓게 만든 노래다. 슬픔과 황홀이 뒤엉켜, 어떤 감정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게,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이럴 때 눈물은 눈에서 흐르는 걸 뜻하는 게 아니라, 눈물, 그 자체로 감정이 된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눈물. 그저 눈물이라는 감정이 차오른다. 바람이 그저 바람인 것처럼.

 

한국어로 공기의 흐름을 말하는 바람과, 뭔가를 원하는 바람이 같은 음을 가졌다는 사실은 많은 사색을 가져온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 봄, 여름이 지나서, 다시 가을이 돌아오는 것처럼, 마음에 불어온 바람도 다시 돌아온 계절이 된다. 이루지 못한 바람이 계절이 되어, 내 “기억의 바람”으로 불어온다.

 

바람은 그리움의 향기를 품고 내게 불어온다. 그리움은 이루지 못한 꿈, 만날 수 없는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돌아온 계절은 이 모든 것이 “그대로”라는 걸, 떠난 줄 알았는데 언제든 다시 돌아올 그리움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이 기억의 바람은 “아무도 만질 수 없는” 것이라서, 온전히 나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계절은 흘러야 하기에, 이 계절이 떠나도 다시 돌아올 걸 다 알면서도, 바람이 흘러 계절아 흘러라, 간절한 소망을 노래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건,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그리움의 계절은 시간이 언제나 앞으로만 흐르지 않는다고 속삭인다. 시간은 원을 그리며 돌고 돈다. 돌아온 계절 앞에 “나약한 내 모습”을 실감한다. 그때 고요히 흐르는 눈물은 보석처럼 빛나며, 그리움이 지닌 아름다움을 내 가슴에 일깨운다.

 

“변하는 게 너무나도 겁이 나서, 너를 도망쳐 왔어. 여기까지 와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네가 없는 걸.

 

눈물을 배우고 아픔을 알고서, 미소 짓는 법도 알게 됐지. 너도 그랬을까, 한참을 앓고서, 내게만 보여준 미소였을까? 돌아갈 수 없게 멀어진 yesterday.”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건, 당신이 내게 준 사랑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사랑이 만든 그리움이라, 슬퍼도 아름답다. 당신의 사랑 앞에 나는 나약했지만, 그런 나약한 모습마저 안아준 당신이었다.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것 같은 어제도,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계절처럼 내 곁에 있다. 당신은 없지만, 바람이 몰고 온 그리움이 당신의 향기를, 당신의 사랑이 뿜던 그 향기를 내 가슴에 새겼다. 당신은 연인이기도 했고, 친구이기도 했고, 스승이기도 했으며, 꿈이었고, 하나님이기도 했다. 어쨌든 당신은 언제나 사랑이었다. 이걸 깨달은 나는 그리움 앞에서 웃을 수 있다. 계절은 다시 바람 따라 흐른다.

 

 

▲ 2015년 일본 EP, 3번 트랙 “View”

■ 이루어지지 않은 꿈과 사랑이라도 여전히 아름다운 걸

5번 트랙 “동네길”은 2015년 일본 EP “View”에 같은 이름으로 수록된 곡이 원곡이다. 이 때도 일본에서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지 10주년을 맞이하고 부른 노래였는데, 거기서 8년이 더 흐른 지금 다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본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에서 어린 시절 마음에 품었던 꿈을 회상하는 노래다. 이 앨범에 실린 곡과 원곡은 단순 악기 편곡이나 가사의 언어만 바뀐 것이 아니다. 윤하의 목소리와 감성이 8년 전에 비해 훨씬 깊어진 걸 느낄 수 있다. 이루어지지 않은 꿈과 삶의 괴리에 좌절하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 시절 그 동네를 만나니, 살며시 깨닫는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라는 사실. 그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여전히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사실.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새로운 꿈을 꾼다. 꿈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더라도, 어쨌든 나는 미래를 그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6번 트랙 “나의 하루하루”는 2015년 윤하가 개최한 소극장 콘서트에서 처음 불러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정식 음원이 발표된 적이 없다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정식 발표된 노래다. 동경하는 사람을 향해 갈망을 내뿜는 노래다. 이런 정서는 8번 트랙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거쳐 9번 트랙 “별보다 먼 그대”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윤하는 사랑도, 꿈과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걸 마음에 품었던 세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라고.

 

7번 트랙 “미워하다+사랑하다+기다리다”는 6번 트랙과 8번 트랙의 정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윤하를 10년 이상 꾸준히 지켜본 팬이라면, 이 트랙을 보고, 반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윤하의 한국 데뷔와 정규 2집, 정규 3집을 거치며 이어진 사랑의 서사. 각각 2006년, 2008년, 2009년에 발표되어 곡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분명 발표된 순서대로라면 “기다리다” “미워하다” “사랑하다”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미워하다”를 맨 앞으로 빼고, 다음에 2009년 “사랑하다”를 넣고, 마지막에 2006년 “기다리다”를 넣었다. 가사의 서사 측면에서도 짝사랑에서 시작해, 마침 사랑이 이루어졌지만 헤어지게 되었고, 헤어지고 나서도 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순서도 이게 맞다. 그런데 이런 바뀐 순서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사색하게 만든다. 이별과 짝사랑은 무척 닮았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별을 겪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간 사랑의 모습을 그린 것 같기도 하며, 떠나간 사람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노라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다.

 

8번 트랙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는 2016년 이소라 목소리로 처음 발표된 노래를 윤하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 곡이다. 얼핏 들으면 그저 짝사랑 노래로 들릴 수 있지만, 권태에 빠진 연인을 향한 노래로 들리기도 한다. 혹은 세상의 동의를 얻기 힘든 형태의 사랑을 겪고 있는 사람이 노래하는 걸로 들리기도 하고, 아무튼 이 노래는 이루기 힘든 사랑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산을 오르려” 하는 사람의 위치까지 격상시키며, 힘든 사랑을 겪는 모든 이들을 위로한다. 그들을 위해 대변한다. 오르기 힘든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마땅히 존경을 받는데, 당신들은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라고. 그런 사랑이 어쩌면 정상을 노리는 등산가들보다 위대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 지치지 말라고. 당신들의 사랑은 타인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윤하의 목소리는 남에게 말을 건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며,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공명한다.

 

9번 트랙 “별보다 먼 그대”는 5번 트랙 얘기하면서 소개한 앨범 “View”에 수록된 곡이다. 이 곡을 통해 윤하는 자신이 한 때 겪은 사랑이 “정상이 없는 산”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못 박는다. 그 산의 정상은 “저 별보다 멀고 먼” 거리에 있었고, 그건 아무리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없는 그리움의 길이다.

 

 

▲ 10번 트랙 “다음에 봐”

■ 나의 이루지 못한 꿈과 좋은 이별을 하려고

10번 트랙 “다음에 봐”는 2번 트랙에서 얘기한 “UNSTABLE MINDSET”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1번 트랙이 이별에 관한 노래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 관한 은유처럼 느껴졌듯이, 이번 10번 트랙도 가사는 권태에 빠져 헤어졌다가 다시 그리워진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꿈에 관한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꿈은 나의 연인이었다. 꿈만 생각하면,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으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었는데, 어느새 꿈이 나를 외롭게 만든다는 걸 깨닫고, 꿈에 점점 질려간다. 그렇게 꿈과 나는 자주 다툰다. 그러나 나는 이 다툼을 끝내려 한다. 더 다투기엔 나와 꿈은 서로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기에. 돌아보면 우리 둘 중에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니었다. 우리 둘 모두의 잘못이었다. 다툼을 끝내기 위해 나는 좀 더 성숙할 필요가 있었다. 나의 이루지 못한 꿈과 좋은 이별을 하려고, 눈물로 이뤄낸 성숙으로 조심스레 한마디를 던진다.

 

“그래, 다음에 봐.”

 

“MINDSET”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있는 뜻과 달리, 윤하가 따로 의미를 부여한 말이라고 한다. 마음을 준비한다는 뜻이라고. 그런데 마음을 준비한다면서, 어찌 이토록 갈망에 관한 노래들로만 일관했을까. 삶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내 갈망들과 좋은 이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꿈이, 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거기에 좌절만 겪고 있기에는 내 삶이 아깝다. 좌절에 흘려보낸 시간이 대체 얼마란 말인가. 좌절을 털고 일어나야 한다.

 

내 삶을 돌아본다. 내 삶은 정말 좌절뿐인 삶인가. 돌아보니, 오히려 꿈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삶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 앨범에 노래들이 이뤄지지 않은 갈망들로만 채워져 있어도, 크게 우울하거나 음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덕분이다. 이 노래들은 갈망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갈망이 이뤄지지 않은 삶도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다면, 더 이상 좌절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 가사들은 갈망을 노래하지만, 그를 노래하는 목소리는 이뤄지지 않은 꿈과 함께 걸어가는 삶을 찬양한다. 그래서 이 앨범은 빛이다. 맑은 미소고, 밝은 희망이다. 이뤄지지 않은 갈망들을 보듬고 나서, 내 마음에 미소와 희망이 잔뜩 들어설 자리를 준비한다.

 

윤하의 노래가 있어, 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꿈과 달라진 삶조차 아름답다는 걸 깨닫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멈추지 않고 노래해준 윤하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윤하의 노래를 처음 듣던 나는 꿈 많은 사춘기 중학생이었는데, 이젠 나도 이뤄지지 못한 꿈을 논하는 서른 넘은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윤하는 내가 꿈을 꿀 때 같이 꿈을 꾸고, 내가 꿈에 좌절할 때 같이 아파하던 가수였다. 그동안 윤하의 노래가 내 곁을 지켜주었기에, 그 시간들이 모두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다. 

 

이뤄지지 않은 꿈들은 “그대로” 남아서 “기억의 바람”으로 불어와, 돌아온 계절이 되어, 나를 그리움에 사무치게 만들 테지만, 그리움은 내 눈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줄 것이다. 내 꿈은 눈물을 먹고 미소 짓는다. 눈물을 배운 미소라서 그 미소는 더욱 밝게 빛난다. 눈물의 빛이 더해진 탓이다. 눈물은 미소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걸 깨닫게 되면, 좌절에 흘린 눈물조차 아름답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테니까. 삶과 꿈이 꼭 일치되어야 아름다운 게 아니다. 삶은 삶대로, 꿈은 꿈대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 이제 울만큼 울었으면 일어나 앞으로 가자. 새로운 꿈을 꾸자.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트랙리스트

1. 어려운 일

2. 스무살 어느 날

3. 서른 밤째

4. 바람

5. 동네길

6. 나의 하루하루

7. 미워하다+사랑하다+기다리다

8.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9. 별보다 먼 그대

10. 다음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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