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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인더스트리얼 락(Industrial Rock) 추천 명반 BEST 5 - 락 서브장르 탐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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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21

 

■ 기계적인 소리로 기계 문명을 비판하는 역설

사람들은 기대했다. 기계의 발전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그리하여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고. 그러나 기계가 정말로 인간을 해방시켰는가? 18세기 영국에서 증기기관을 내세워 출발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19세기 전기의 발견으로 산업구조의 또 다른 변혁이 일어나 “2차 산업혁명”이 되었고, 9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2020년, 인류는 스스로 학습을 거듭하는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계가 인간을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기계가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지 않은가. 사람들은 이미 기계에 대한 환멸을 지겹도록 느껴온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존엄성이 증가하기는커녕 “자본가”라는 새로운 계급이 생겨나, 인류 99%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을 핍박하게 되었다. 결국 기계는 인간을 해방시키지 못했다. “산업혁명”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산업혁명 이후로 자본주의가 더욱 강력해져, 돈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괴현상을 낳았다. 당연히 이를 비판하는 수많은 사회운동가, 정치인, 철학자, 예술가들이 생겨났고,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도 “3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인더스트리얼 록”은 우리말로 직역을 하자면 “산업 록”이며, 독일에서 출발한 “크라우트록(Krautrock)”에 기원을 두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면, 록과 EDM이 결합한 형태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더스트리얼 록 뮤지션 대부분은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하여, 오히려 산업혁명 이후 강력해진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자본주의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추락을 거듭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역설적으로 90년대 당시 최신 장르라 할 수 있는 EDM과의 결합을 꾀한 것이다. 그렇기에 EDM과의 결합이 되긴 했지만, 대게는 살벌한 분위기를 내뿜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부터 5개의 명반과 함께, 인터스트리얼 록이 드러내는 현대사회의 추악한 면을 들여다보자.

 

* 먼저 발매된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추천이므로, 나오리라 기대하신 음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 미니스트리(Ministry) - The Mind Is a Terrible Thing to Taste (1989)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결성된 “미니스트리”는 인더스트리얼 록에 있어 선구자 역할을 한 밴드로 자주 거론된다. 밴드명과는 달리, 적그리스도 색채를 인더스트리얼 록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게 만든 장본인 되시겠다. 인간의 내면을 돌보는 것에 관심이 없고, 교세 확장을 통한 종교의 상업화에 더욱 앞장서는 현 종교인들의 추태를 고발하는 음악을 많이 발표하기도 했다. 80년대부터 2018년까지 총 14장에 이르는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현재까지 꾸준히 공연 활동을 이어가는 인더스트리얼 록의 대들보 같은 존재. 88년에 발표한 정규 3집 “The Land of Rape and Honey”를 통해, 본격적으로 댄스 음악과 메탈의 결합을 꾀했고, 이번에 소개할 정규 4집 앨범 “The Mind Is a Terrible Thing to Taste”에서 좀 더 본격화되었다.

 

 

▲ 2번 트랙 “Burning Inside” 뮤직비디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메탈에 있어 필수라 할 수 있는 기타 솔로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오직 리프로만 곡 구조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메탈임에도 EDM을 듣고 있는 착각이 들게 된다. 그러나 메탈이 가진 거칠고 강력한 사운드는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이것이 EDM과는 다른 색다른 감상 포인트가 된다. 1번 트랙 “Thieves”부터 샘플링과 기타 연주가 어지럽게 얽히면서,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 같은 살벌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2번 트랙 “Burning Inside”는 밴드 대표곡으로 자주 거론되는 곡인데,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가 강력한 메탈 사운드와 결합하였고, EDM을 연상시키는 곡 구조와 어울리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반 연주가 긴박하게 울려 퍼지며 청자를 사로잡는 3번 트랙 “Never Believe”도 주목해볼만하고, 8분 14초로 본 앨범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구성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6번 트랙 “So What”도 눈여겨볼만하다.

 

트랙리스트

1. Thieves

2. Burning Inside

3. Never Believe

4. Cannibal Song

5. Breathe

6. So What

7. Test

8. Faith Collapsing

9. Dream Song

 


 

■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Broken (1992)

앞서 소개한 “미니스트리”가 인더스트리얼 록의 기초를 세운 팀이라면, 이번에 소개할 “나인 인치 네일스”는 인더스트리얼 록이 대중에게도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밴드다. 실은 밴드라기엔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의 1인 밴드이기 때문에, 밴드라고 말하는 것도 조금 애매한 느낌이 있다. 물론 2016년부터는 “애티커스 로스(Atticus Ross)”라는 멤버를 영입하며 2인조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이 밴드는 필자가 무한한 애정을 쏟는 밴드인지라, 이미 다른 글에서 충분히 소개를 했고 그래서, 여기서 다시 소개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글의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결코 뺄 수가 없어서 다시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 6번 트랙 “Gave Up” 뮤직비디오. “마릴린 맨슨”도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Broken”은 정규앨범이 아닌 “EP”라 하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포맷으로 발매된 음반이다. 하지만 정규앨범 못지않은 구성과 우수한 수록곡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명반이라 칭송 받게 되었다. 최고 성적 “빌보드 앨범 차트(US Billboard 200)” 7위라는 무시무시한 성과를 거뒀으며, 이는 앞으로 이 밴드가 갖게 될 더욱 거대한 상업적 성공의 초석이 되었다. 본 앨범 수록곡인 “Wish”와 “Happiness in Slavery”는 “그래미 상 베스트 메탈 부문(Grammy Awards Best Metal Performance)”에서 수상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모든 앨범 중 가장 메탈 성향이 강한 앨범으로서,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는 앨범이다. EDM 사운드와 결합하며 색다른 감상을 전해주는 것 또한 당연하다. 참고로, 트렌트 레즈너는 이 음반을 주제로 한 고어 영화를 한 편 기획 했는데, 영화가 워낙 잔혹해서 현재 인터넷에서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어떻게 보려면 볼 수는 있는데, 궁금한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찾아보면 좋을 듯. (예시 링크)

 

트랙리스트

1. Pinion

2. Wish

3. Last

4. Help Me I Am in Hell

5. Happiness in Slavery

6. Gave Up

98. Physical (Bonus Track, Adam Ant Cover)

99. Suck (Bonus Track, Pigface Cover)

 


 

■ 피치쉬프터(Pitchshifter) - www.pitchshifter.com (1998)

영국 잉글랜드에서 결성된 밴드 “피치쉬프터”는 보컬이 내뿜는 특유의 냉소적인 음색이 매력적인 팀으로서, EDM의 리듬을 가장 영리한 방법으로 메탈과 결합시킨 팀이기도 하다. 인더스트리얼 록의 정석을 가장 잘 실천하는 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2000년대 우리나라에선 이 밴드의 음악을 방송에서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스타리그”에서 많이 사용했는데, 밴드의 사이버펑크 느낌 물씬 풍기는 연주가, 게임과 잘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들의 정규 4집 앨범 “www.pitchshifter.com”의 수록곡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앨범은 해외에서도 이 밴드의 대표 앨범으로 많이 언급된다. 앨범 표지부터 인상적인데, 평범하고 행복한 4인 가족의 모습을 표현하면서도, 실컷 그림을 일그러뜨리고, 배경은 살벌할 정도로 붉은 빛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표지부터 이들이 내뿜는 사회를 향한 냉소가 느껴진다.

 

 

▲ 3번 트랙 “Genius” 뮤직비디오

1번 트랙 “Microwave”부터 샘플링과 함께 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2번 트랙 “2nd Hand”로 이어지는 순간이 짜릿하다. 2번 트랙의 질주에 정신을 못 차릴 무렵, 3번 트랙 “Genius”가 거침없이 끼어들며, 폭발적인 사운드로 청자를 패닉에 빠뜨린다. 후렴구에서 보컬의 목소리에 더해진 왜곡은 청자를 전율하게 만든다.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되면서도, 이토록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8번 트랙 “Disposable”도 좋고, 도입부에서 “Come on, come on, come on, come on”을 내뱉는 냉소적인 보컬이 인상적인 9번 트랙 “A Better Lie”도 좋다. 10번 트랙 “Innit”과 13번 트랙 “ZX81”은 보컬이 빠진 곡으로서, 이들의 샘플링을 다루는 재주를 한껏 느껴볼 수 있는 트랙이다. 마지막 14번 트랙은 그전 트랙들에 사용되었던 샘플링들을 나열한 곡으로서, 앨범의 아웃트로 역할을 재치 있게 담당한다.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보단,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사운드로 밀어붙이는 정공법이 돋보이는 앨범으로서, 정신없이 즐기고만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것이다.

 

트랙리스트

1. Microwaved

2. 2nd Hand

3. Genius

4. Civilised

5. Subject to Status

6. W.Y.S.I.W.Y.G.

7. Please Sir

8. Disposable

9. A Better Lie™

10. Innit

11. What's in It for Me?

2. I Don't Like It

13. ZX81

14. Free Samples

 


 

■ 롭 좀비(Rob Zombie) - Hellbilly Deluxe (1998)

영화 “살인마 가족(House of 1000 Corpses)”으로 유명한 미국의 호러 영화감독 “롭 좀비”는 뉴욕 주에서 결성된 메탈 밴드 “화이트 좀비(White Zombie)”의 멤버이기도 했다. 영화로든 음악으로든 본인 특유의 호러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열심인 인물이다. “화이트 좀비”로서 인기를 얻으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98년, 솔로로서 정규 1집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그것이 “Hellbilly Deluxe”라는 앨범으로서, 화이트 좀비 때부터 시도하던 EDM과 메탈의 결합이 좀 더 본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솔로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나인 인치 네일스,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람슈타인(Rammstein)과 더불어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더스트리얼 록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 3번 트랙 “Dragula” 뮤직비디오

저예산 호러 영화에서나 쓸 것 같은 효과음에, 살벌한 메탈 연주를 곁들여, 롭 좀비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는 앨범이다. 3번 트랙 “Dragula”는 롭 좀비 대표곡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곡이고, 4번 트랙 “Living Dead Girl”은 음산한 분위기 속에 그루브를 곁들여, 댄서블 사운드를 강조한 독특한 곡이다. 연주곡인 5번 트랙 “Perversion 99”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 다음, 6번 트랙 “Demonoid Phenomenon”에서 살벌한 연주로 청자의 혼을 쏙 배놓는다. 본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사운드를 내뿜는 곡으로 뽑고 싶다. 8번 트랙의 “How To Make A Monster”의 유머도 마음에 들고, 12번 트랙 “Return Of The Phantom Stranger”의 음산하고 비장한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따로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음악만으로 이미 호러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앨범.

 

트랙리스트

1. Call of the Zombie

2. Superbeast

3. Dragula

4. Living Dead Girl

5. Perversion 99

6. Demonoid Phenomenon

7. Spookshow Baby

8. How to Make a Monster

9. Meet the Creeper

10. The Ballad of Resurrection Joe and Rosa Whore

11. What Lurks on Channel X?

12. Return of the Phantom Stranger

13. The Beginning of the End

 


 

■ 마인드리스 셀프 인덜전스(Mindless Self Indulgence) - Frankenstein Girls Will Seem Strangely Sexy (2000)

뉴욕 주에서 결성된 밴드 “마인드리스 셀프 인덜전스”는 앞서 소개한 밴드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 팀이다. 제라드 웨이(Gerard Way)의 아내인 “린지(Lyn-Z)”가 베이시스트로 소속된 팀이기도 하다. 여기서 소개한 팀들 중 가장 우스꽝스러운 팀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밴드의 음악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유머로 소비하고 지나치기에 좀 아까운 면이 있다. 애초에 이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유머에만 있지 않다. 음악 곳곳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다. 이들의 정규 2집 앨범 “Frankenstein Girls Will Seem Strangely Sexy”는 이런 이들의 음악적 재치를 한껏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 18번 트랙 “Kill the Rock”

우선 30트랙이라는 경악스러운 트랙 수부터가 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곡 제목도 친절하게 알파벳순으로 나열해놨다. 하지만 음악은 친절함과는 좀 거리가 멀고, 온갖 조롱이 정신없이 날뛰고 넘쳐난다. 트랙이 30개가 있는 것만 보면, 러닝타임이 꽤 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1시간도 되지 않는다. 대신 30개의 트랙이 2분 내외로 짧게 이어지며 바쁘게 곡의 분위기를 넘나든다. 30개의 트랙 속에서 이들의 아이디어를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보인다. 듣다 보면, 이들의 욕심이 과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이 30개의 트랙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다양한 샘플링도 있지만, 역시 보컬의 위력이 크다. 마치 애니메이션 성우처럼 익살스러운 연기를 쉴 새 없이 펼치는 게 특히 인상적이다. “릭 앤 모티(Rick and Morty)”나 “사우스 파크(South Park)” 같은 미국식 잔혹한 유머를 좋아한다면 즐길만한 앨범이다.

 

트랙리스트

1. Backmask

2. Bitches

3. Boomin'

4. Clarissa

5. Cocaine and Toupees

6. Dicks Are for My Friends

7. F

8. Faggot

9. Futures

10. Golden I

11. Harry Truman

12. Holy Shit

13. I Hate Jimmy Page

14. I'm Your Problem Now

15. J

16. Keepin' Up with the Kids

17. Kick the Bucket

18. Kill the Rock

19. Last Time I Tried to Rock Your World

20. London Bridge

21. M

22. Masturbates

23. Planet of the Apes

24. Played

25. Ready for Love

26. Royally Fucked

27. Seven-Eleven

28. Step Up, Ghettoblaster

29. Whipstickagostop

30.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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