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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2010년대 ROCK 명반 BEST 5

[ 인생명반 스페셜 18 ]

 

 

■ 록은 아직 죽지 않았다!

 

요즘 록(Rock)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등장한 지 반세기를 훌쩍 지난 음악이고, 그 기간은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급변했던 기간이었다. 따라서 음악의 흐름도 급변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록은 그럭저럭 자기 자리를 잘 지키는 듯 보였지만, 역시 급변하는 세상처럼 빠르게 새로 등장하는 장르들을 견딜 수는 없었는지, 이제는 힙합과 EDM에 완전히 주류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그마저도 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단 한 번도 주류였던 적이 없었던 장르였기에, 록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록의 쇠퇴가 더욱 깊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록은 이제 죽었을까? 아니다. 음원 차트에서는 록이 죽은 것처럼 보여도, 공연 수익으로 보면 록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SeatGeek” 통계, 어느 음악 장르의 공연이 가장 잘 팔리는가.

 

미국의 유명 티켓 판매 사이트인 “SeatGeek”에서 2018년 1월을 기준으로 통계 낸 자료가 있는데, 어떤 음악 장르의 공연이 가장 잘 팔리는가에 대한 통계였다. 여길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록이 다른 장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경제력이 빵빵한 노땅들이 좋아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유가 그것뿐이라고 말하기엔 수치가 지나치게 압도적이라는 거다. 즉, 장년층만의 힘만으로 이런 수치가 나온 건 아니라는 거다. 여전히 록 음악 특유의 에너지를 공연장에서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고, 그 에너지는 장년층뿐만 아니라, 10대, 20대, 청년층도 잘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고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공연수익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밴드 및 뮤지션은 모두 “U2”나 “메탈리카” 같은 9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활동한 팀들뿐이기 때문이다. 즉, 록 판에 있어서 새로운 피가 수혈될 필요성이 다급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대를 반년도 남기지 않고 2020년을 맞이할 날만을 기다리는 지금, 2010년대 록은 어떠했을까 돌아본다. 록이 본격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한 2010년대에도 록 역사에서 중요한 명반들이 많이 나왔고, 재능 넘치는 신예 밴드들도 등장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록이 죽었다고 말하는 게 대단한 실례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죽었다니. Rock will never die. 이 오래된 격언을 증명하는 2010년대 록 명반들을 만나보자.

 

※ 객관적인 면을 고려했지만, 결국 필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나오리라 기대한 음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 나씽 벗 띠브즈(Nothing But Thieves) - Nothing But Thieves (2015)

 

비틀즈(The Beatles)와 퀸(Queen)의 나라 영국에서 탄생한 “나씽 벗 띠브즈”는 2015년에 첫 번째 정규앨범 “Nothing But Thieves”를 발표하며 청자들을 경악시켰다. 나는 이 밴드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보컬의 목소리만 듣고 라디오헤드(Radiohead)일 것이라 짐작했다. 보컬의 목소리가 톰 요크(Thom Yorke)와 무척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굵고 직진적인 사운드는 라디오헤드의 음악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마치 라디오헤드보단 뮤즈(Muse)에 더 가깝게 들렸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을 자세히 듣고 있으니, 왠지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라디오헤드와 뮤즈, 이 두 팀의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그런 팀이었다. 이들의 첫 정규앨범은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을 거둬, 요즘처럼 스트리밍이 대세인 시대에도 25만장 판매라는 놀라운 성적을 이룩했다.

 

 

▲  5번 트랙 “If I Get High” 뮤직비디오

시작을 담당하는 1번 트랙 “Excuse Me”부터 긴장감 넘치는 연주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이는 곧 몰아치는 연주와 광기 섞인 가성으로 청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게 2번, 3번, 4번 트랙까지 몰아치듯 달리다가, 5번 트랙 “If I Get High”에서 부드러운 감성을 내뿜더니, 청자를 서서히 몰아치는 애수의 파도 속으로 빠뜨린다. 격렬한 광기 뒤에 기습처럼 몰려오는 애수의 파도는 청자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애수에 젖은 청자를 6번, 7번, 8번 트랙을 거쳐 깨운다. 그 후에 밴드는 다시 청자에게 부드러운 감성으로 기습한다. 9번 트랙 “Lover, Please Stay”는 다른 악기들을 다 빼고, 클린톤을 내뿜는 일렉트릭기타 두 대와 보컬, 이렇게 세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진행된다. 뮤즈에게선 느낄 수 없는 말끔한 부드러움, 라디오헤드와는 다른 직설적인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드러운 곡이 울려 퍼진 게 무색하게 11번 트랙 “Painkiller”는 앞서 언급한 두 팀에게선 들어보기 힘든, 가장 원초적인 로큰롤 사운드를 전개한다. 이런 놀라운 팀이 불과 2015년에 첫 번째 정규앨범을 냈다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라 할 수 있겠다.

 

 

트랙리스트

 

1. Excuse Me

2. Ban All the Music

3. Wake Up Call

4. Itch

5. If I Get High

6. Graveyard Whistling

7. Hostage

8. Trip Switch

9. Lover, Please Stay

10. Drawing Pins

11. Painkiller

12. Tempt You (Evocatio)

 


 

 

 

■ 로열 블러드(Royal Blood) - Royal Blood (2014)

 

“로얄 블러드”는 2014년에 첫 정규앨범 “Royal Blood”를 발매한 영국 밴드다. 이들은 2015년에 NME Awards, Brit Awards, Kerrang! Awards, Q Awards 등 각종 매체에서 상을 받으며, 순식간에 가장 강력한 신예 록 밴드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더해진 거장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Jimmy Page)의 찬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미 페이지가 누구인가, 하드 록(Hard Rock)의 기초를 마련하고, 거기에 더 나아가 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설의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창립 멤버 아니던가! 로열 블러드는 지미 페이지의 찬사에 걸맞게 로큰롤의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팀이다. 이 팀의 멤버는 보컬 겸 베이시스트와 드러머, 이렇게 단 두 명뿐이다. 그런데도 다른 4인조 5인조 못지않은 탄탄하고 강력한 사운드를 내뿜는다. 아니, 어쩌면 멤버가 단 둘이라서 오히려 로큰롤의 원초적 에너지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3번 트랙 “Figure It Out” 라이브 영상

이들의 첫 정규앨범 “Royal Blood”는 이들의 명성에 맞는 깊은 충격을 선사한다. 아무리 과격한 메탈(Metal) 밴드라도, 정규앨범에는 한 곡 정도 부드러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트랙을 넣기 마련인데, 이 앨범은 단 한 곡도 그런 곡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사운드로 밀어붙인다. 보통 앨범 전개를 이런 식으로 하면 쉽게 피곤해지기 쉬운데, 이 앨범은 피곤해질 틈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각 곡마다 개성이 뚜렷한 기타 리프를 가지고 있고, 드럼도 이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1번 트랙 “Out Of The Black”은 앨범의 시작부터 무거운 비트를 잔뜩 때려 넣으며 청자를 흥분시킨다. 3번 트랙 “Figure It Out”은 4분도 되지 않는 짧은 곡 길이에 역동적인 전개를 촘촘히 배치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5번 트랙 “Little Monster”는 무거운 비트와 끈적끈적한 보컬이 번갈아 전개되며 색다른 감흥을 준다. 마지막 트랙 “Better Strangers”까지 무겁고 강력한 비트를 놓지 않는 이 앨범은, 로큰롤의 원초적 에너지에 목마른 청자에게 분명, 가장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트랙리스트

 

1. Out of the Black

2. Come On Over

3. Figure It Out

4. You Can Be So Cruel

5. Blood Hands

6. Little Monster

7. Loose Change

8. Careless

9. Ten Tonne Skeleton

10. Better Strangers

 


 

 

■ 원 오크 록(ONE OK ROCK) - 人生×僕=(Jinsei Kakete Boku wa) (2013)

 

일본은 2010년대를 다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록이 대중음악의 주류에서 밀려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신기한 나라다. 록이 쇠퇴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이런 현상으로, 요즘 록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영미 록 밴드보다 일본 록 밴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상황에도 세계 음악 시장에서 크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밴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도 나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들 몇 팀이 있지만, 면면들을 들여다보면 2010년대 이후로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엑스재팬(X-Japan)은 80년대부터 활동한데다가, 98년 핵심 멤버 히데(Hide)의 죽음으로 활동에 치명타를 맞았고, 그 이후로 콘서트 투어는 가끔 하지만 새 앨범을 발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은 90년대 초부터 활동하면서 오래 활동했던 탓에 전성기가 이미 다 지났다는 진단이 지배적이고,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이나 래드윔프스(RADWIMPS)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2010년대 이후로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세카이노 오와리(Sekai no Owari)가 그마나 이들에게 필적할 수 있으려나. 다만, 이들은 원초적인 로큰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  4번 트랙 “The Beginning” 뮤직비디오

그 중에서도 “원 오크 락”은 일본 밴드로서 세계 음악 시장에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원 오크 락은 2007년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낸 밴드로서, 포스트 그런지(Post-Grunge), 포스트 하드코어(Post-Hardcore), 이모 코어(Emo-Core)까지,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록의 각종 흐름들을 유연하게 흡수하며, 일본 록 시장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원 오크 락이 2010년대 이후로도 세계 록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일본 팀인 셈이다. 그러니, 요즘 록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원 오크 락이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름 탄탄한 팬 층을 보유한 팀으로서, 이는 총 5회에 걸친 내한 공연이 증명한다.

 

이들을 세계적인 밴드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앨범을 뽑으라면 역시 2013년에 발표한 여섯 번째 정규앨범 “人生×僕=”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이 앨범이 특별히 잘 만든 앨범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이 앨범이 가지는 여러 가지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존 펠드만(John Feldmann)과 작업한 앨범이며, 밴드가 이 앨범과 함께 첫 월드투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앨범의 수록곡들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지도를 자랑한다. 인지도 높은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니, 입문에 적합한 앨범으로 이것만한 것이 없다.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부드러운 곡과 격렬한 곡이 적절한 비율로 배치되어 있다. 특히 4번 트랙 “The Beginning”에서 7번 트랙 “Nothing Helps”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정규앨범의 미학이 살아있는 명장면으로서,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들어보길 권한다. 

 

 

트랙리스트

 

1. Introduction〜Where Idiot Should Go〜

2. Ending Story??

3. Onion!

4. The Beginning

5. Clock Strikes

6. Be the light

7. Nothing Helps

8. Juvenile

9. All Mine

10. Smiling Down

11. Deeper Deeper

12. 69

13. The Same As...

 


 

 

■ 테임 임팔라(Tame Impala) - Lonerism (2012)

 

“테임 임팔라”는 2010년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호주 밴드다. “네오 사이키델리아(Neo-Psychedelia)”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진보적인 사운드를 내뿜지만, 프론트맨 “케빈 파커(Kevin Parker)”의 보컬은 존 레논(John Lennon)을 떠올리게 만들며 향수에 젖게 만든다. 확실히 음악을 잘 들어보면, 60년대 후반의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은 요소들이 많이 느껴진다. 신구의 적절한 조화로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고, 각종 매체에서 상을 받는 이 시대 최고의 록 밴드로 자리 잡았다. 2019년에는 캘리포니아 최대 음악 페스티벌 “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에 헤드라이너로 오르면서 대중적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들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는 앨범이 있는데, 2012년에 이들이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Lonerism”이 그 주인공이다.

 

 

▲  7번 트랙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1번, 2번, 3번 트랙까지 각 곡의 개성을 뚜렷하게 잡으면서도, 마치 모두 한 곡인 것처럼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3번 트랙 “Apocalypse Dreams”는 테임 임팔라 특유의 사운드가 집약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로 파이(Lo-Fi) 느낌을 낸 피아노 음색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운드가 만화경처럼 겹겹으로 쌓이며, 청자에게 별세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5분 57초라는 긴 길이에 걸맞게 다양한 전개를 선보이며, 한 곡 안에서 귀가 시릴 정도로 화려한 풍경을 많이 전시한다. 그렇게 3번 트랙의 광대한 풍경이 지나고 나면, 60년대 후반을 떠올리게 만드는 정겨운 퍼즈(Fuzz)를 들을 수 있는 곡, 4번 트랙 “Mind Mischief”가 울려 퍼진다. 그 외에 통통 튀는 베이스 라인이 매력적인 7번 트랙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나, 한껏 담백해진 연주로 60년대 후반이 재림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드는 8번 트랙 “Keep On Lying”도 주목해볼만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운 음악적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그것을 정규앨범의 미덕에 맞게 하나의 흐름으로 탁월하게 묶은 명반.

 

 

트랙리스트

 

1. Be Above It

2. Endors Toi

3. Apocalypse Dreams

4. Mind Mischief

5. Music to Walk Home By

6. Why Won't They Talk to Me?

7.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8. Keep on Lying

9. Elephant

10. She Just Won't Believe Me

11. Nothing That Has Happened So Far Has Been Anything We Could Control

12. Sun's Coming Up

 


 

 

■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 Wasting Light (2011)

 

“푸 파이터스”는 미국 록 밴드로서, 90년대 전설의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결성한 밴드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죽음으로 너바나가 해체되고, 이듬해 1995년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드러머에서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프론트맨이 된 데이브 그롤을 향해 많은 이들이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브 그롤의 밴드 푸 파이터스는 너바나의 그늘을 벗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90년대에 크게 유행한 그런지(Grunge)라는 장르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빠르게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이쪽으로 분류되던 푸 파이터스도 쇠퇴의 길을 걷는 듯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푸 파이터스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꾸준히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너바나의 그늘은 이들을 따라다녔고, 이들에겐 그것을 벗어낼 결정적인 걸작이 필요해 보였다. 2011년에 발표한 정규 7집 앨범 “Wasting Light”가 그 주인공이다.

 

앨범의 시작 “Bridge Burning”부터 날카로운 기타 음색이 청자의 신경을 긁는데, 기습처럼 몰려오는 드럼이 청자를 실컷 흥분시킨다. 이런 놀라운 에너지를 유지하며 2번 트랙 “Rope”로 이어진다. 단순히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으로 모자라, 다양한 색채의 사운드를 전시하며 다채로운 흥분을 선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타를 사정없이 갈겨대는 4번 트랙 “White Limo”도 주목해볼만하다. 이 와중에 6번 트랙 “These Days”의 아련한 듯 강력한 사운드도 감동적이고, 10번 트랙 “I Should Have Known”의 처절한 음색은 가슴을 찡하게 적신다. 11번 트랙 “Walk”의 진취적인 감성도 마음에 든다. 밴드는 이 곡을 통해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가졌다.

 

 

▲  2번 트랙 “Rope” 뮤직비디오

데이브 그롤은 초심을 되찾고자, 밴드 멤버들을 데리고 앨범을 자신의 차고에서 녹음했다. 이런 데이브 그롤의 결심에 따라 “Wasting Light”는 로큰롤의 원초적 에너지에 지극히 충실한 곡들로 채워졌다. 이들의 꾸준함에 대해 음악의 신이 응답이라도 하듯 기적처럼 탄생한 걸작 앨범이었다. 2009년 “Greatest Hits” 앨범을 발표하며 너바나의 그늘을 벗지 못한 채로 이들의 전성기는 모두 지난 것처럼 보였지만, 이들은 오히려 2011년에 최고의 걸작을 탄생시킨다. 이 앨범 후로도 푸 파이터스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지만 늘 팬들로부터 “차고에서 녹음한 그 앨범만큼 좋지는 않다.”라는 푸념을 들어야만 했다. 그만큼 “Wasting Light”은 기적적으로 탄생한 명반이라는 뜻이다. 푸 파이터스는 이 앨범을 통해 하나의 독립된 밴드로서 록 팬들에게 존경 받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트랙리스트

 

1. Bridge Burning

2. Rope

3. Dear Rosemary

4. White Limo

5. Arlandria

6. These Days

7. Back & Forth

8. A Matter of Time

9. Miss the Misery

10. I Should Have Known

11.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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