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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60년대 ROCK 명반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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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명반 스페셜 11 ]



로큰롤(Rock And Roll)은 10대들이 음악의 주 소비계층으로 자리 잡은 세계 역사상 최초의 사례였다. 50년대 미국은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척 베리(Chuck Berry),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등이 불러일으킨 로큰롤 열풍으로 시끄러웠다. 재즈(Jazz)나 블루스(Blues)에선 접할 수 없었던, 요란하고 신나는 리듬은 당시 10대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로큰롤은 도전을 겪어야 했다. 로큰롤이 하나의 음악 장르로서 영속성을 가지려면 10대들의 지지만으로는 부족했다. 마침 5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 로큰롤은 유행지난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되었고, 로큰롤은 변화를 꾀해야만 했다. 이 때, 미국 로큰롤의 영향을 받은 영국의 네 청년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이름은 “비틀즈(The Beatles)”였다. 60년대 영국은 비틀즈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로큰롤 열풍이 불었고, 비틀즈를 따라 4인조 록 밴드를 결성하는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


다른 한 편 60년대를 시작한 미국에서는 히피(Hippie)라고 하는 서브컬처(Subculture) 집단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자유, 평화, 반전(反戰) 등을 부르짖으며, 기성세대에 저항하고자 반문화(Counterculture) 운동에 가담하는 집단이었다. 또한 서구문물에 반발하여 동양종교, 동양철학 등을 내세우기도 했으며, 마약과 프리섹스를 통한 정신적 해방을 추구했다. 미국에선 이런 흐름에 따라, 히피들의 생활양식과 사상을 깊이 받아들인 로큰롤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곧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이라는 장르로 구분되었다. 록의 장르적 세분화가 시작된 셈이다. 사이키델릭 록을 시작으로 록(Rock)에는 훨씬 다양한 사운드와 더욱 복잡한 기교가 들어가게 되었다. 로큰롤의 영속성을 얻기 위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히피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번졌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따라 로큰롤 열풍을 이어가던 영국에서도 사이키델릭 록을 시도하는 로큰롤 밴드들이 늘었다. 이로써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록 음악의 본격적인 진화가 시작된 셈이다. 그렇기에 록을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60년대 록에 대한 탐구는 필수인 셈이다. 이제 60년대 록의 진화를 직접 귀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줄 명반들을 만나보자.

   


   

   

■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 Let It Bleed (1969)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는 비틀즈와 함께 영국 로큰롤 열풍을 이어간 밴드였다. 그러나 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불어 닥친 히피 운동에 힘입어, 롤링 스톤즈도 여러모로 음악적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비틀즈가 67년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을 통해 영국식 사이키델릭 록의 모범을 제시한 후였다. 롤링 스톤즈는 비틀즈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단정한 정장차림을 고수하는 비틀즈와 다르게, 자유분방한 차림새를 추구하며 건달 밴드 이미지를 구축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밴드의 원년 멤버였던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는 롤링 스톤즈가 로큰롤 밴드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블루스를 연주하는 밴드가 되길 갈망했다. 이런 그의 갈망에 따라 롤링 스톤즈는 조금씩 음악에 블루스 색채를 진하게 남기기 시작했다.


그런 브라이언 존스의 갈망이 마지막으로 실현된 앨범이 이들의 여덟 번째 정규앨범인 “Let It Bleed”다. 이 앨범은 블루스뿐 아니라, 컨트리 뮤직(Country music)이나 소울(Soul)의 영향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원래 로큰롤이라는 것이 블루스에 컨트리 뮤직을 섞은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 앨범에선 그런 록 음악의 특성을 조금 다른 형태로 이용한다. 이 앨범의 음악을 듣다 보면,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이 섞였다는 느낌보다도, 그 두 음악을 왔다갔다 오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느껴진다.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이 섞인 형태가 아니라, 그 두 음악의 특성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듯 공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록 음악에 다양한 음악의 형태를 드러내는 건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라는 장르가 본격화된 70년대부터 드러나는 특성인데, 이를 생각하면 롤링 스톤즈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감각을 발휘한 밴드라고 할 수 있다.

    

    

   

▲ 1번 트랙 “Gimme Shelter” 뮤직비디오

   

막상 앨범을 듣다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앨범과 동시대에 나온 다른 밴드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오히려 롤링 스톤즈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것은 컨트리 뮤직과 블루스의 색채를 어떤 밴드보다도 강하게 내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반복 청취하다 보면 결국엔 깨닫게 된다. 이들은 시대를 역행하든 앞서가든 상관없이, 온전히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내뿜고 있음을. 1번 트랙 “Gimme Shelter”는 격렬한 사이키델릭 록 연주 위에 세련된 소울의 색채가 더해져, 이채로운 감각을 선보이는 곡이다. 1번 트랙의 격렬함이 지나면 끈적한 블루스 넘버인 2번 트랙 “Love In Vain”이 등장한다. 2번 트랙의 끈적끈적함이 지나가면, 3번 트랙 “Country Honk”에서 정겹고 흥겨운 컨트리 뮤직을 만나볼 수 있다. 격렬한 로큰롤 넘버 4번 트랙 “Live With Me”가 분위기를 훑고 지나가면, 본 앨범의 색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인 5번 트랙 “Let It Bleed”가 등장한다. 여기서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이 각각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한 곡 안에 공존하는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7분이 넘는 곡 길이에도 다양한 구성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9번 트랙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또한 놓칠 수 없다.



트랙리스트


1. Gimme Shelter

2. Love in Vain

3. Country Honk

4. Live with Me

5. Let It Bleed

6. Midnight Rambler

7. You Got the Silver

8. Monkey Man

9.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 킹 크림슨(King Crimson) -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1969)


킹 크림슨(King Crimson)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에 앞서, 프로그레시브 록을 메인스트림에서 주목 받게 만든 밴드다. 이들이 69년에 발표한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은 이들의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앨범으로써, 첫 정규앨범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천재적 감각을 만나볼 수 있다. 사이키델릭 록의 충격이 채 가시도 전에 그보다도 훨씬 파격적이고 복잡한 음악을 내놓으며, 대중과 평단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런 생소한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UK 앨범 차트 최고 순위 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는 프로그레시브 록이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프로그레시브 록이란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선보이는 매우 기술적인 장르다. 록뿐만 아니라, 재즈나 클래식에 관한 깊은 이해를 두고 있어야 가능한 음악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등장으로 록은 “들리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진화했다”고 평가 받는다.

  

  

  

▲ 3번 트랙 “Epitaph”

   

프로그레시브 록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밴드의 첫 정규앨범이니 만큼,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일단 수록곡 중에 5분을 넘기지 않는 곡이 없다. 가장 짧은 곡도 6분을 넘는다. 가장 긴 곡은 12분을 넘는다. 각 수록곡들이 엄청난 곡 길이를 자랑하기에 수록곡이 5곡에 그치지만, 수록곡이 많아야 명반이 된다는 통념을 당당히 거부하고 실력으로 증명한다. 1번 트랙 “21st Century Schizoid Man”부터 하드 밥 브라스 밴드(Hard bop brass band)의 연주가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 폭풍 사이로 능청스럽게 끼어드는 사이키델릭 록 연주는 가히 일품이 아닐 수 없다. 2번 트랙 “I Talk To The Wind”는 유려하면서도 감미로운 목관악기 연주를 바탕으로 청자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2번 트랙의 편안함이 지나가면, 3번 트랙 “Epitaph”의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다. 웅장한 연주로 진중한 비장미를 선사하는 곡으로써, 9분 가까운 길이에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4번 트랙 “Moonchild”에서는 즉흥연주처럼 들리는 고요한 연주가 10분 넘게 울려 퍼지며, 외계에 도착한 것 같은 이색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5번 트랙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은 마지막 트랙으로서 그 어떤 트랙보다 웅장하고 강렬한 매력을 선보인다.



트랙리스트


1. 21st Century Schizoid Man (Including Mirrors)

2. I Talk To The Wind

3. Epitaph (Including March for No Reason and Tomorrow and Tomorrow)

4. Moonchild (Including The Dream and The Illusion)

5.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Including The Return of the Fire Witch and The Dance of the Puppets)

    


    

   

■ 비틀즈(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7)


록 역사상 가장 넓고 깊은 영향력을 끼친 밴드, 단 하나만 뽑으라면 항상 언급되는 밴드가 있다. 바로 비틀즈다. 이 글의 서두에서도 그 영향을 언급했듯이, 로큰롤을 개인 중심에서 4인조 밴드 중심으로 옮기게 만들었고, 영국에서 록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영국 록을 전 세계로 확장시키는 데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의 업적을 나열하라면 이 지면으로는 모자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 이름은 많이 알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실감할만한 음반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의 대표앨범으로 이들의 여덟 번째 정규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많이 추천한다. 그러나 이 앨범의 경우, 맥락을 모르고 들으면 청자 입장에선 매우 당황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며,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들어야 할지를 미리 알고 듣는다면, 이 앨범을 좀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13번 트랙 “A Day in the Life”

   

“Hey Jude”나 “Let It Be”, “Yesterday” 같은 친근한 멜로디들을 뽑아내는 비틀즈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이 앨범을 들을 때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이 앨범은 비틀즈의 많은 앨범들 중에서도, 록 밴드로서 실험정신을 가장 많이 표출한 앨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이키델릭 록과 히피 문화다. 본 앨범은 1번 트랙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부터 동화적인 분위기와 사이키델릭 록의 격정성을 결합하며 특유의 실험성을 뽐낸다. 3번 트랙 “Lucy In The Sky With The Diamonds”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사운드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 사이로 흥겨운 리듬이 끼어들며 청자의 감각을 깨운다. 7번 트랙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에서는 여러 악기들이 중첩되며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그 사이로 몽환적인 사운드가 끼어들어 청자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8번 트랙 “Within You Without You”는 인도의 전통악기인 시타르(Sitār) 연주를 바탕으로 히피 문화의 동양적 색채를 뽐낸다. 무엇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 받는 트랙은 마지막 13번 트랙 “A Day in the Life”다. 흡사 프로그레시브 록의 시초를 제공하듯, 다양한 사운드 구성으로 청자에게 이채로운 감각을 선보인다.



트랙리스트


1.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2.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3.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4. Getting Better

5. Fixing a Hole

6. She's Leaving Home

7.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8. Within You Without You

9. When I'm Sixty-Four

10. Lovely Rita

11. Good Morning Good Morning

12.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Reprise)

13. A Day in the Life

   


    


   

▲ “Are You Experienced” 오리지날 영국반 앞표지 (좌), 미국반 앞표지 (우)

   

   

■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The Jimi Hendrix Experience) - Are You Experienced (1967)


미국의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는 역대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를 논할 때 항상 첫머리에 등장하는 기타리스트다. 그런데 요즘엔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미 헨드릭스가 왜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칭송 받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게 당연한 게, 지미 헨드릭스라는 기타리스트가 전성기를 맞게 된지도 어느덧 반세기가 넘게 흘렀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수많은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 등장했고, 그에 따라 굳이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력을 찾지 않아도 기타를 충분히 배울 수 있게 되었다. 현 세대에 지미 헨드릭스란 이름 정도는 누구나 다 알아도 정작 그가 어떤 연주를 하는 기타리스트였는지는 모르는 그런 사람이겠다. 하지만 이렇게 모르고 지나가기엔 지금 봐도 돋보이는 매력의 소유자다. 그의 연주는 지금 봐도 충격적이며, 직접 마주하게 되면 반세기가 지난 기타연주에서 기대하는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된다.


지미 헨드릭스는 신들린 기타연주로 흑인이라는 시대적 제약을 당당히 뛰어넘은 뮤지션이었고, 흑인이라는 점을 배제하고서라도 파격 그 자체인 인물이었다. 지미 헨드릭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히피의 상징이었으며, 사이키델릭 록 그 자체였다. 록 기타리스트의 무대매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치아로 피킹하기, 무릎 꿇고 연주하기, 기타 망가뜨리기 등을 모두 처음 유행시킨 인물이 지미 헨드릭스다. 페달과 앰프의 기형적인 사용방법으로 생소한 사운드를 구현해내, 이펙터의 발명에 영감을 준 인물도 지미 헨드릭스였다. 그의 기타연주는 연주라는 말보다도, 기타와 섹스를 한다는 표현이 훨씬 잘 어울릴 정도다. 이런 수많은 업적들을 바탕으로 록 기타리스트의 가장 강렬한 모범을 선보였으니, 어찌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미 헨드릭스의 첫 번째 정규앨범은 이런 모든 특성을 충실하게 반명한다. 제목부터 청자들에게 “Are You Experienced(경험해 봤느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 미국반 1번 트랙 “Purple Haze” 라이브 영상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The Jimi Hendrix Experience)는 이런 지미 헨드릭스의 탁월한 재능에 뒤지지 않는 두 명의 뮤지션과 함께 결성된 밴드다. 앨범 전체가 3인조 밴드의 사운드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연주로 가득하다. 영국반 1번 트랙 “Foxy Lady”는 무겁게 터지는 비트 속에 끈적끈적한 블루스 기타 연주를 입힌 곡인데, 거기에 잔뜩 일그러진 기타 톤이 청자의 신경을 깊게 자극한다. 2번 트랙 “Manic Depression”은 좀 더 빨라진 연주에 어지럽게 얽히는 연주가 청자를 미치게 만든다. 어지럽게 얽히는 듯 그 안에서도 예술적 형식미를 구축해가는 과정을 느끼며 감탄을 절로 나오게 만든다. 미국반 1번 트랙 “Purple Haze”는 끈적끈적한 연주와 격렬한 연주를 능청스럽게 오가며 청자를 유혹한다. 이 밴드의 드러머 미치 미첼(Mitch Mitchell)은 같이 활동하던 지미 헨드릭스의 후광에 가려서 잘 돋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역대 최고의 드러머를 뽑을 때 항상 언급되는 천재 드러머다. 8번 트랙 “Fire”는 그런 미치 미첼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와 미치 미첼의 드럼 연주가 서로 대화를 나누듯 곡이 전개되는 게 인상적이다. 본 앨범에 실린 곡들 중에 가장 역동적인 트랙이기도 하다.



트랙리스트


* 영국반과 미국반을 비교하여 해당 판에만 존재하는 트랙을 빨갛게 표시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LP 기준입니다. CD로는 어떤 걸 구하든 빠지는 트랙 없이 다 들어가 있고, “Stone Free”, “51st Anniversary”, “Highway Chile”, 이렇게 세 곡이 끼워져 영국반과 미국반 모두 17트랙이 들어있습니다.


- 오리지날 영국반


1. Foxy Lady

2. Manic Depression

3. Red House

4. Can You See Me

5. Love or Confusion

6. I Don't Live Today

7. May This Be Love

8. Fire

9. Third Stone from the Sun

10. Remember

11. Are You Experienced?

    


- 미국반


1. Purple Haze

2. Manic Depression

3. Hey Joe

4. Love or Confusion

5. May This Be Love

6. I Don't Live Today

7. The Wind Cries Mary

8. Fire

9. Third Stone from the Sun

10. Foxy Lady

11. Are You Experienced?

   


    

   

■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비틀즈가 양지에서 여러 록 밴드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밴드라면,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는 자신들의 이름처럼 음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밴드였다. 그들이 활동했던 뉴욕은 그들이 활동한 이후로 록의 또 다른 성지가 되었다.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레이몬즈(Ramones) 등, 런던 펑크(London punk)의 시초로 여겨지는 뉴욕 펑크(New York punk)가 형성되기도 했고, 아방가르드 록(Avant-garde rock)과 노이즈 록(Noise rock) 계열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 중 하나인 소닉 유스(Sonic Youth)도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인 루 리드(Lou Reed)는 한 곡에 코드 세 개 넘게 쓰지 않는다는 특유의 작곡 철학으로, 수많은 록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줬다. 특유의 실험정신으로 다양하고 생소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미 비틀즈나 지미 헨드릭스를 능가할 정도였다. 록 음악 특유의 실험정신을 얘기할 때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빼놓고 얘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들은 독일 출신 모델인 니코(Nico)를 객원 보컬로 맞아들이고,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만든 앨범커버를 내세워, 첫 번째 정규앨범 “The Velvet Underground & Nico”를 발표했다.

   

  

 

▲ 4번 트랙 “Venus in Furs”

   

밴드 이름에 걸맞게, 양지에서 잘 얘기하지 않는 퇴폐적인 것들에 관해 노래한다. 4번 트랙 “Venus in Furs”는 무겁게 터지는 비트 속에 몽환적인 사운드를 가미했다.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유혹적인 색채가 피어나는 곡이다. 가사는 부츠를 신고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페티시를 느끼는 감정을 노래한다. 7번 트랙 “Heroin”은 제목 그대로 헤로인에 관해 노래한다. 헤로인은 나의 삶이며, 나의 아내라고 말하는 가사는 충격 그 자체다. 그에 반해 멜로디는 나른하고 감미롭다. 그 와중에 갑자기 리듬이 빨라지고, 그 사이로 찢어지는 소리가 끼어드는 등, 실험적인 곡 전개를 만나볼 수 있다. 11번 트랙 “European Son”은 처음엔 질서 있게 시작하다가, 곡이 진행될수록 악기들이 어지럽게 얽혀, 결국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사운드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이 앨범의 아름다움은 실험정신으로 생소한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1번 트랙 “Sunday Morning”은 광란의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에 겨우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는 나른한 감정을 담았다. 니코가 객원보컬로 참여한 3번 트랙 “Femme Fatale”에선 잔잔한 악기 연주들 사이로 니코의 콘트랄로 목소리가 편안하게 퍼진다. 실험정신이 깃든 아방가르드 사운드와, 쉽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 두 가지 모두에 충실한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Sunday Morning

2. I'm Waiting for the Man

3. Femme Fatale

4. Venus in Furs

5. Run Run Run

6. All Tomorrow's Parties

7. Heroin

8. There She Goes Again

9. I'll Be Your Mirror

10. The Black Angel's Death Song

11. European Son

   


   

   

 

▲ 50년대 최고의 로큰롤 스타,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라이브영상.

 

   

■ “록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명반 BEST 5” 시리즈는 이것으로 마감한다


이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내가 처음 록에 입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나는 과연 록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록에 빠져들었던 걸까. 처음엔 다른 음악에선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저항정신과 격정적인 사운드였던 것 같다. 그러나 록에 대해 알면 알수록 록은 특정 성향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유연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록을 들으면서 록에 대해 깨닫게 된 사실들을,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다. 독자들에게 이런 내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실은 이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 록에 대해 웬만큼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막상 이 시리즈를 손에 잡고 나서 많이 배워야만 했다. 그래서 이것은 독자들에게 음반을 추천하는 걸 넘어서서, 나에게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그토록 배우기 싫은데, 록은 배우면 배울수록 더 배우고 싶고 그랬다. 의외의 순간에 맞이한 배움의 즐거움이었다. 록 입문을 위해 이 글을 읽게 된 독자들이 록 음악과 함께 즐거운 배움의 순간을 만끽했다면 좋겠다.


사실 50년대까지도 올라가려면 갈 수 있지만, 록에 있어서 명반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된 건 60년대부터라서, 더 거슬러 올라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 시리즈는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지금 2018년 세계 대중음악계를 보면, 록은 주류에서 한 발짝 떨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 아쉽게도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록은 이미 훌륭한 유산들을 많이 남겼다. 이 시리즈를 충실히 따라온 독자라면 이미 그 사실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재즈도 대중음악에서 멀리 떨어진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재즈가 남긴 훌륭한 유산들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다. 록도 앞으로 그런 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록은 여전히 음악의 깊은 진정성을 찾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며, 그 시작을 내가 쓴 “록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명반 BEST 5” 시리즈가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지금까지 충실히 이 시리즈를 따라온 사람이라면, 필자가 앞서 추천한 명반들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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