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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국내 ROCK 명반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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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명반 스페셜 6 ]

 

 

흔히 우리나라에는 “록의 불모지”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는다. 그래서 록 음악을 입문하고자 할 때, 우리나라 음악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한국인들은 록 음악에 입문할 때 영미권 음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땅에도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듯이, 그들이 자라서 스스로 로커가 되고 록 밴드를 결성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록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도 영미권 록 음악과 비교해도 마냥 뒤처진다고 할 수 없는 우수한 결과물들이 생겨났다.

 

뒤처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한국형 록 음악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록 리스너들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잘 만들기만 하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훨씬 가까운 사람들이 연주하는 록 음악이 와 닿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영미권 록 음악도 물론 좋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와 문화가 반영된 록 음악에 목말랐던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 록 음악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뭐부터 접해야 좋을지 몰랐던 사람들은, 지금부터 본 필자가 추천하는 음반들에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이 중에 한 장 정도는 당신의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 서태지 – Seo Tai Ji (1998)

 

“서태지”는 흔히 조용필과 함께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판도를 가장 크게 뒤흔든 “문화 대통령”으로 자주 언급되는 거물이다. 요즘의 30대와 40대들에겐 서태지라는 이름만 대면, 깜짝 놀라며 추억에 젖기 일쑤지만, 요즘 10대 20대들에겐 조용필보다도 멀리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필자도 오랜 시간 동안 서태지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뮤지션인지 몸으로 직접 실감해 본 적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조용필이야 최근에 “Bounce”라는 히트곡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충분히 어필했지만, 서태지는 최근 10년 간 “Moai” 이외에 딱히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긴 히트곡이 없었다. 사실 그 “Moai” 조차도 단단한 서태지 팬덤에서만 힘을 발휘했지, 대중에겐 여전히 생소한 곡이라는 게 현실이다. 아이유와 함께 “소격동”이라는 노래를 콜라보하기도 했지만, “문화대통령”치고는 반응이 미지근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필자도 서태지가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머리로는 들은 바가 많아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 문화의 시초라느니, 한국에 힙합을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인물이라느니, 서태지가 작사한 노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느니, 그런 것들 말이다. 이런 말들에 현혹되어 서태지의 여러 음반을 들어봤지만, 딱히 인상 깊은 음반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좋은 노래가 많기는 했기만, 서태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마따나, “외국의 음악을 그대로 베낀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생소한 음악을 들여와서 유행시킨 점은 높이 사지만, 확실히 그 시대에만 먹힐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다분했다. 지금 들으면 딱히 독창적이지도 않고, 세련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게, 서태지 음악을 들을 때의 주된 내 감상이었다.

  

  

▲ 8번 트랙 “Take Five” 뮤직비디오

서태지의 여러 음반을 접하면서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다가, 내게 서태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음반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서태지 솔로 정규 1집 “Seo Tai Ji”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까지 합하면 서태지 정규 5집에 해당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서태지는 우리나라에 힙합을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인물로 자주 언급되지만, 사실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 헤비메탈 밴드인 “시나위”의 베이시스트로 처음 음악을 시작한 사람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도 “하여가”와 같은 록과 국악의 조화가 돋보이는 히트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앨범은 그런 서태지의 로커로서의 정체성을 본격화한 작품이다. 자신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내건 만큼 서태지의 그 어떤 앨범들보다 가장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내가 서태지를 “따라쟁이 뮤지션”에서 하나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가진 “진정한 뮤지션”으로 인식하게 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태지의 “문화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록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Maya

2. Take One

3. Take Two

4. Radio

5. Take Three

6. Take Four

7. Lord

8. Take Five

9. Take Six

 


   

 

■ 언니네 이발관 – 비둘기는 하늘의 쥐 (1996)

 

록 음악에는 시끄럽고 과격한 사운드 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하위 장르가 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사운드로 대표적인 록의 장르로 흔히 “브릿팝(Britpop)”이 자주 거론된다. 당연히 대한민국에도 브릿팝의 추종자들이 있었고, 실제로 그것을 시도한 밴드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브릿팝 밴드라고 하면 크게 두 밴드가 자주 언급되는데, 한 밴드가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고, 다른 한 밴드가 이번에 소개할 “언니네 이발관”이다. 특히 언니네 이발관은 델리 스파이스보다도 앞서서 대한민국에 브릿팝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기념비적 밴드다. 대한민국 록 음악의 다양성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매번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명반”으로 평가될 정도로 앨범을 만드는 실력이 출중한 밴드다. 그들의 음반은 모두 명반이지만, 역시 그들의 음악적 특색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은 그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다. 평소 “라디오헤드(Radiohead)”나 “오아시스(Oasis)” 혹은 “스미스(The Smiths)”,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같은 말랑말랑한 록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런 음악을 멀리서만 찾을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은 첫 앨범부터 그들의 음악을 완벽하게 계승하고 있다.

 

 

▲ 1번 트랙 “푸훗”

“푸훗”, “동경”, “보여줄순 없겠지” 등 과반수의 트랙이 말랑말랑함을 보여주지만, 본토 브릿팝 밴드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의 음악도 마냥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업그런지”, “미움의 제국”에서는 거칠고 격정적인 연주들을 들려준다. 한 가지 스타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여러 가지 스타일을 조금씩 시도하며, 앨범으로서의 다채롭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선보인다. 앨범으로서의 구성과 각 싱글의 개성을 모두 살린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푸훗

2. 동경

3. 보여줄순 없겠지

4. 쥐는 너야

5. 생일 기분

6. 산책 끝 추격전

7. 팬클럽

8. 로랜드 고릴라

9. 상업그런지

10. 미움의 제국

11. 소년

12. 우스운 오후

 


  

   

■ 넥스트(N.EX.T) -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1994)

 

“넥스트(N.EX.T)”는 대한민국의 “프로그레시브 메탈(Progressive Metal)” 밴드로서 “마왕” 신해철이 리더로서 이끌었던 밴드다. 신해철이라고 하면 현재 대중은 몇 년 전에 병원 측의 의료 과실로 안타깝게 사망한 인물로서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 전에는 거침없는 발언들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선 논객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신해철은 뮤지션으로서 조명 받는 일이 드물었는데, 그는 원래 의료 과실에 의해 사망한 사람이기 전에, 유명한 논객이기 전에, 시트콤 배우이기 전에, 뮤지션으로서 가장 먼저 유명세를 얻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무려 앞서 언급한 조용필이 그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세계를 극찬했을 정도다.

 

뮤지션으로서의 신해철을 떠올리는 사람도 “무한궤도”라는 밴드로 “그대에게”라는 노래를 부르는 88년도 대학가요제의 모습을 주로 떠올릴 것이다. 그의 음악세계가 워낙 대한민국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 “그대에게” 외엔 딱히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행보를 인상 깊게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하지만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록 밴드 “넥스트(N.EX.T)”의 리더로서 머리와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넥스트의 음악적 위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이 그들의 정규 2집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이다.

  

 

▲ 2번 트랙 “The Destructu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

넥스트는 앞서 소개 했듯이,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로서 화려한 곡 구성과 고도의 기교를 내세운 음악을 하는 밴드였다. 듣고 있다 보면 이런 음악이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2번 트랙 “The Destructu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는 10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듣는 내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트랙이다. 특히 중후반에서 기타 속주와 신디사이저 연주가 서로 자웅을 겨루는 장면은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 명장면 중 하나다. 4번 트랙 “The Dreamer”와 5번 트랙 “날아라 병아리”는 잔잔하면서도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록발라드의 훌륭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6번 트랙 “나는 남들과 다르다”와 7번 “Life Manufacturing: 생명생산”은 넥스트를 단순히 메탈 밴드로만 볼 수 없는 실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트랙들이다. 신해철이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이었는지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다면, 주저 않고 이 앨범을 들어보라.

 

 

트랙리스트

 

1. The Return of N.EX.T

2. The Destructu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

3. 이중인격자

4. The Dreamer

5. 날아라 병아리

6. 나는 남들과 다르다

7. Life Manufacturing: 생명생산

8.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

   


   

 

■ 부활 – Remember (1987)

 

“부활”은 흔히 “시나위”와 “백두산”과 함께 대한민국 80년대 3대 헤비메탈 밴드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부활은 나머지 두 밴드에 비해 부드러운 서정성이 돋보이는 음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마냥 서정성이라고 부르기엔, 부드러운 음악만 하지는 않았던 게 원래 부활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나위와 백두산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딥 퍼플(Deep Purple)”과 같은 70년대 “하드록(Hard Rock)”에 뿌리를 둔 정통 헤비메탈을 했다면, 부활은 거기에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의 다채로운 구성은 물론이고,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의 몽환적인 사운드까지 입힌 변종 헤비메탈을 구사했다. 한마디로 부활은 시나위와 백두산보다 훨씬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고, 훨씬 다양한 정서를 표출했던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부활의 실험성이 절정에 달한 앨범이 바로 정규 2집 “Remember”다. 현재 발라드 가수 겸 “어서와”로 유명한 이승철과 현재 “국민 할매” 이미지로 굳어진 김태원을 생각하면, 이 앨범이 정말 그들이 만든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진지하면서도 광기어린 음악을 보여준다. 록 음악을 듣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현실에선 쉽게 표출할 수 없는 깊은 분노와 광기를 표출하기 위함인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부활의 정규 2집 “Remember”는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어둡고 과격한 건 물론이고, 끈적끈적하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 1번 트랙 “회상 I”

1번 트랙부터 3번 트랙까지는 “회상” 시리즈가 이어진다. 각각의 트랙이 각자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곡을 이끌어가며, 묘한 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회상 I”은 음울하면서도 묵직한 사운드로 곡을 이끌어가고, “회상 II”는 여전히 음울하지만, 전 트랙보다 훨씬 화려하고 과격해진 사운드로 청자를 매료시킨다. “회상 III”는 훗날 이승철이 솔로로 활동하면서 “마지막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바꿔 리메이크해서 화제가 된 곡인데, 이승철의 곡처럼 부드러운 서정성이 잘 드러나긴 하지만, 그 곡과는 다른 몽환적이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 4번 트랙 “2月 7日”과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one)”의 음악을 일렉트릭 기타에 맞게 편곡한 7번 트랙 “Jill’s theme”은 둘 다 연주곡으로서, 김태원이 왜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불리는지 한껏 느끼게 하는 트랙들이다. 모차르트의 곡을 사용하여 색다른 시도를 한 5번 트랙 “천국에서”와 부활 특유의 록발라드적인 매력이 한껏 느껴지는 6번 트랙 “슬픈 사슴”까지, 단 하나의 트랙도 빼놓을 것 없이 숨 막힐 정도로 멋진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회상 Ⅰ

2. 회상 Ⅱ

3. 회상 Ⅲ

4. 2月 7日 (경음악)

5. 천국에서

6. 슬픈 사슴

7. Jill's Theme

  


    

    

■ 산울림 – 1집 (1977)

 

1977년 영국에선 “펑크 록(Punk Rock)”의 대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가 첫 번째 정규앨범을 냈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한국 록 음악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앨범이 하나 탄생하게 된다. 그 앨범은 “산울림”의 정규 1집이다. 산울림은 기타에 김창완, 베이스에 김창훈, 드럼에 김창익 이렇게 세 명이서 결성한 록 밴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삼형제가 함께 결성한 밴드다. 특히 셋 중에서 현재 대한민국 대중에게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사람은 “김창완”이다. 김창완은 최근 아이유와 콜라보를 하면서 20대 이하의 젊은 대중 사이에서 음악인으로서의 인지도가 꽤 높아졌는데, 국내 록 음악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산울림”이란 생소한 이름이다. 기껏해야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가 젊은 대중이 산울림에게 가진 이미지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울림은 처음부터 그런 말랑말랑한 포크 음악을 하는 밴드가 아니었다. 원래 그들은 미국의 “도어즈(The Doors)”처럼 제정신이 아닌 사이키델릭 록을 하는 밴드였다. 산울림의 초기 음악은 온통 파격과 음울함으로 가득 차 있다. 정규 1집 대표곡인 “아니 벌써” 같은 경우에도 원래 가사의 초고는 자살에 관한 얘기였다고 할 정도니,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음울한 감성을 대변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의 파격적인 실험성과 음울한 감성을 그들의 정규 1집 앨범부터 잘 느낄 수 있다. 이때부터 그들은 국적 불명의 독특한 음악성을 표출하고 있었다. 사이키델릭 록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외국의 사이키델릭 록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동요 같은 단순한 멜로디가 느껴지기도 하고, 트로트적인 느낌도 가미되어 상당히 독특하다.

  

 

▲ 2번 트랙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산울림은 이런 국적 불명의 음악, 다르게 말하면 대한민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을 통해, 수많은 후대 대한민국 록 밴드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신중현과 함께 가장 한국적인 록 음악을 거론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거물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신중현과 산울림을 통해 한국의 수많은 록 밴드들은 로컬 록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산울림의 정규 1집은 국내 록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데에 있어서, 좋든 싫든 한 번은 꼭 제대로 듣고 넘어가야 할 명반인 셈이다. 이런 한국 록 음악 역사 측면을 배제하고서라도, 충분히 산울림의 뛰어난 음악성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연주가 그다지 정밀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으나, 그들의 창의성 측면만큼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트랙리스트

 

1. 아니 벌써

2.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3. 골목길

4. 안타까운 마음

5. 그 얼굴 그 모습

6. 불꽃놀이

7. 문 좀 열어줘

8. 소녀

9. 청자 (아리랑)

   


   

■ “불모지”에서도 꿋꿋하게 록 음악을 해온 한국의 록 밴드들이 자랑스럽다

 

필자는 원래 “국뽕”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러나 음악에 관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좋건 싫건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문화를 뼛속 깊이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음악이 필요한 법이다. 하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록 음악이라서, 한국 음악보단 아무래도 록 음악이 잘 발달한 영미권 혹은 유럽의 음악들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국에도 훌륭한 록 음악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음악들을 만나면, 오랜만에 만난 절친마냥 반갑다. 흔히 한국은 “록의 불모지”라는 수식어가 주로 붙지만, 한국의 록 음악들을 점점 깊이 있게 파고들다 보면, 불모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우수한 음악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벌써 이 글에도 다섯 밴드의 다섯 개 앨범을 소개했지만, 마음 같아선 더 많이 소개하고 싶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한국 록을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밴드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한국 록 밴드의 전부가 아니다. 아직 소개해야 할 밴드가 많다. 국카스텐, 검정치마,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 넛, 노 브레인, YB, 노이즈 가든, 델리 스파이스, 허클베리 핀, 들국화, 신중현과 엽전들, 김경호 등등 한국에도 훌륭한 록 밴드들이 많이 있다. 이런 밴드들은 추후에 “인생명반” 정규 시리즈를 통해 차근차근 소개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외국 록 음악엔 익숙해도 국내 록 음악에는 생소하다면, 이 글이 국내 록 음악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게 하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 말했듯이 대한민국은 “불모지”라고만 칭하기엔 워낙에 훌륭한 록 음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현재까지도 불모지 한국에서 꿋꿋하게 록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준다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이 국내 록 음악에 좀 더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된다면 매우 기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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