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반 스페셜/ROCK BEST 5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90년대 ROCK 명반 BEST 5

 

[ 인생명반 스페셜 5 ]

 

 

지난 “ROCK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2000년대 록 명반 BEST 5”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역시 입문은 최신 음악부터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우리가 록 음악을 듣는 것이 과연 최신 음악을 듣기 위해서 록 음악을 듣는 것인가?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최신 유행 음악에 질려서, 최신 유행 음악에서 한 발짝 떨어진 록(Rock)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택하게 된 것이 아니던가? 최소한 나는 그랬다. 요즘엔 최신 유행 음악에 어느 정도 호의적인 편이지만, 내가 한참 록 음악에 입문하던 고등학생 시절엔 최신 음악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했다. 최신 유행 음악에는 도무지 진정성이라는 걸 찾기가 힘들었다. 음악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조금 옛날 음악들을 찾다 보니, 록 음악을 찾게 되었다. 요즘 록 음악을 듣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러할 것이다. 대중적인 멜로디와 중독성만을 고려해,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비슷비슷하게 만들어진 음악이 아닌, 좀 더 진정성 있는 음악을 찾기 위해 록 음악을 듣는 것이다.

 

2000년대와 90년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이 둘 사이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무려 21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인터넷은 2000년대 들어서서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세계 대중음악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어느 누구도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며, 이런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류는 수많은 유익을 얻었지만 잃은 것 또한 많았다. 1950년대에 처음 유행하기 시작하여 반세기 동안 대중음악의 왕좌를 차지한 록의 몰락을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록의 몰락은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다. 록은 LP가 음악을 담는 주요한 매체이던 시절에 가장 유행하던 장르였다. 록의 역사는 곧 LP의 역사였고, 록의 역사는 곧 음반의 역사였다. 2000년대가 되면서 MP3가 등장했고, MP3의 등장은 대중음악시장을 음반 위주에서 음원 위주 시장으로 서서히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록의 역사는 곧 음반의 역사였기에, 음반의 시대가 막을 내리며 록의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시대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바뀌며, 오래도록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 음반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음원이 주류가 되었다. 21세기에 음반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 되어버렸다. 점점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노래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20세기의 마지막 시기인 90년대는 우리와 그나마 가까우면서도 명반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시기다. 당신이 진정성 있는 음악을 찾길 원한다면, 진정한 명반을 찾기를 원한다면, 좀 옛날 느낌이 나더라도 20세기로 진입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엔 20세기의 마지막 시기인 90년대를 빛낸 록 명반들을 추천할 것이다.

   


     

 

■ 라디오헤드(Radiohead) – The Bends (1995)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들을 뽑을 때,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밴드가 바로 라디오헤드(Radiohead)다. “마지막 록 스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죽고 너바나(Nirvana)가 해체 되고 나서, 비어버린 록의 왕좌를 차지하기에 가장 적합한 밴드가 어떤 밴드냐는 질문에, 라디오헤드가 가장 적합한 밴드라고 답하고 싶다. 나는 이 밴드를 90년대의 비틀즈(The Beatles)라고 말하고 싶다. 비틀즈라고 하면 명곡도 많고 명반도 많은, 록 역사상 최고의 금자탑을 쌓은 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런 업적은 그들의 독보적인 창의력과 실험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것들이 대중의 취향과 맞아떨어져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비틀즈의 실험 정신과 창의력에 비견될만한 후대 밴드가 바로 라디오헤드다. 록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자 한다면, 라디오헤드는 좋으나 싫으나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밴드인 셈이다.

 

흔히 라디오헤드의 최고 명반이라고 하면, 97년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OK Computer”를 뽑는다. 나는 그들이 95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The Bends”를 록 입문에 더 적합한 작품으로 뽑고 싶다. 사람에 따라 이 앨범을 3집보다 뛰어난 명반으로 뽑는 경우도 흔하게 발견된다. 라디오헤드는 정규앨범을 낼 때마다 판이하게 바뀌는 음악 스타일로 유명한데, 특히 2집에서 3집으로 넘어갈 때 가장 많이 바뀌었고, 3집에서 4집으로 넘어갈 땐, 완전히 예전 스타일을 버린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반면에 1집과 2집은 비슷한 면이 많다. 1집은 “Creep”만 주목 받았을 뿐, 대중과 평단에게 외면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훗날 라디오헤드 팬들이 늘어나면서 재평가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Creep”만 주목 받은 1집에 비해, 2집은 앨범 전체가 호평 받았다. “Creep 빼면 남는 게 없는 밴드”라는 조롱을 벗게 만든 앨범이 바로 2집 “The Bends”다. 1집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좀 더 발전된 음악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2집이야 말로 라디오헤드 음악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음악이라 할 수 있다.

 

 

▲ 3번 트랙 “High And Dry” 뮤직비디오

1집은 록 밴드 특유의 거칠고 과격한 느낌이 강한 앨범이었다면, 2집에서는 팝 성향이 좀 더 가미되며, 음악이 굉장히 부드럽고 세련되게 변했다. 그러나 록 음악 특유의 직진성과 흥겨움은 그대로 가져와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번 트랙 “Planet Telex”의 신비로우면서도 힘찬 에너지가 지나가면, 뒤이어 “The Bends”, “Bones”, “Just”, “My Iron Lung” 등의 거칠고 흥겨운 트랙들이 등장하고, 중간 중간 “High And Dry”, “Fake Plastic Trees”, “(Nice Drean)”, “Black Star” 등의 부드러운 트랙들이 고막을 달콤하게 감싸며, 청자를 지치지 않게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과감한 록 사운드와 부드러운 팝 사운드가 교차되며 청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트랙리스트

 

1. Planet Telex

2. The Bends

3. High And Dry

4. Fake Plastic Trees

5. Bones

6. (Nice Dream)

7. Just

8. My Iron Lung

9. Bullet Proof..I Wish I Was

10. Black Star

11. Sulk

12. Street Spirit (Fade Out)

 


   

    

 오아시스(Oasis) - Definitely Maybe (1994)

 

지난 2000년대 명반 추천 편에도 등장하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시 등장한 오아시스(Oasis). 그러나 전에 소개한 앨범과 이번 앨범은 다르다. 지난번에 소개한 앨범을 듣고 이번에 소개할 음반을 듣는다면 아마, 같은 밴드 맞느냐고 의심할지도 모른다. 오아시스를 다시 등장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아시스가 하락세를 타고 있을 때, 오아시스 팬들이 다시 예전처럼 훌륭한 음악성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염원하며 들었던 앨범이, 정규 2집 앨범과 바로 이번에 소개할 첫 번째 정규앨범이다. 물론 그들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들고 나와서 부활했지만 말이다.

 

일단 지난번에도 오아시스라는 밴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긴 했지만, 이번에 좀 더 설명을 더하고 싶다. 오아시스는 흔히 앞서 소개한 라디오헤드와 같이, 90년대 브릿팝(Britpop) 밴드로 묶여서 자주 소개된다. 그러나 브릿팝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나른하고 부드러운 느낌과는 달리, 오아시스는 꽤 거칠고 직진성이 강한 정통 록 사운드를 많이 낸다. 라디오헤드도 브릿팝 밴드라고 말하기엔 거친 사운드를 많이 내는 편이지만, 내 생각엔 오아시스 쪽이 좀 더 정통 사운드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특히 그들의 1집과 2집 시절에는 확실히 그런 성향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다른 브릿팝 밴드들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지, 헤비메탈 밴드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오아시스 쪽 사운드가 훨씬 부드럽다. 지나치게 거칠지도 않으면서도, 록 음악 특유의 흥겨움이 많이 살아나는 음악이 오아시스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 3번 트랙 “Live Forever” 뮤직비디오

정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도 대중과 팬들이 뽑는 최고의 명반이지만, 1집 “Definitely Maybe”도 그에 못지않다. 물론 2집에는 영국 제 2의 국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유명한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라는 엄청난 히트곡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나는 앨범 전체의 구성과 유기성을 생각해볼 때, 1집이 훨씬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1번 트랙 “Rock ‘N’ Roll Star”를 처음 듣고, 질주감 넘치는 사운드에 전율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Live Forever”의 흥겨우면서도 애절함이 묻어나는 사운드는 또 어떠한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Up In The Sky”의 중독성 넘치는 기타리프는 청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Supersonic”의 몽환적이면서도 비장미 넘치는 사운드는 오아시스의 매력을 한껏 내뿜는다. 마지막 트랙 “Married With Children”에서는 의외로, 부드러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청자를 사로잡기 보단, 한 가지 일관된 색깔로 밀고 나가는 강렬한 매력의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Rock 'N' Roll Star

2. Shakermaker

3. Live Forever

4. Up In The Sky

5. Columbia

6. Supersonic

7. Bring It On Down

8. Cigarettes & Alcohol

9. Digsy's Dinner

10. Slide Away

11. Married With Children

  


   

   

 사운드가든(Soundgarden) – Superunknown (1994)

 

영국에서 브릿팝 밴드들이 말랑말랑하고 나른한 사운드를 뿜어내기 전에,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시애틀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그런지(Grunge) 열풍이 번지고 있었다. 그런지는 펑크 록(Punk Rock)보다는 사운드가 헤비하고, 헤비메탈(Heavy Metal)보다는 단순한 사운드를 가진 음악이다. 그런지는 록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뜻을 가진,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그런지 열풍을 논할 때 꼭 등장하는 네 밴드가 있는데, 제일 많이 언급되는 밴드는 두말할 것 없이 커트 코베인이 있던 너바나다. 그밖에 펄 잼(Pearl Jam)과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도 자주 언급된다. 여기서 소개할 사운드가든(Soundgarden)이라는 밴드도 그 네 밴드 중 하나다.

 

사운드가든은 시애틀 그런지를 대표하는 네 밴드 중에서 가장 먼저 결성된 밴드다. 그런 만큼 나머지 세 밴드보다 훨씬 진중하고 테크니컬한 음악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사운드가든의 음악성과 대중의 인기가 절정에 달한 앨범이 그들의 네 번째 정규앨범인 “Superunknown”이다. 특히 90년대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라고 불리는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매력이 한껏 느껴지는 명반이기도 하다. 로버트 플랜트라고 하면, 헤비메탈의 기반을 마련한 밴드로 평가되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보컬인데, 이런 전설의 보컬과 비교된다는 것부터, 크리스 코넬이 얼마나 훌륭한 보컬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탁월한 그런지 사운드도 일품이다. 90년대 그런지의 절정과 위대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명반이다.

 

 

▲ 7번 트랙 “Black Hole Sun” 뮤직비디오

이 앨범의 대표곡으로는 “Black Hole Sun”이 많이 뽑힌다. 이 곡은 무겁고 끈적끈적한 사운드에 조금씩 더해지는 몽환적인 느낌이 일품인 곡이다. 여기에 크리스 코넬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사운드를 감싸는데, 청자는 여기에 속수무책 빨려 들어간다. 그런지를 넘어서 90년대 세계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명곡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보면 “Black Hole Sun”보다 훨씬 빠르고 흥겨운 느낌의 곡들이 주를 이룬다. 첫 번째 트랙 “Let Me Drown”부터 육중한 사운드의 폭풍이 몰아친다. “My Wave”에서는 좀 더 분위기가 흥겨워지고, “Fell On Black Days”에서는 좀 더 진중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보여준다. “Limo Wreck”에서는 크리스 코넬이 특유의 굵은 음색으로 초고음 샤우팅을 마구 난사하는 장면이 포착되는데, 전율하지 않을 수 없는 본 앨범의 명장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한 사운드로 청자의 전율을 놓치지 않는 명반이다. 듣다 보면 2017년에 생을 마감한 크리스 코넬이 그리워져서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트랙리스트

 

1. Let Me Drown

2. My Wave

3. Fell On Black Days

4. Mailman

5. Superunknown

6. Head Down

7. Black Hole Sun

8. Spoonman

9. Limo Wreck

10. The Day I Tried To Live

11. Kickstand

12. Fresh Tendrils

13. 4th Of July

14. Half

15. Like Suicide

16. She Likes Surprises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 Images And Words (1992)

 

90년대 초반은 여러 헤비메탈 밴드들이 80년대 후반에 몰아친 스레시 메탈(Thrash Metal)의 열풍을 이어가며, 새롭게 떠오르던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과 맞서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조금은 생뚱맞게도 프로그레시브 메탈(Progressive Metal)이라는 걸 들고 나와 90년대에 새롭게 주목 받기 시작한 헤비메탈 밴드가 있다. 그 밴드의 이름은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다. 프로그레시브 메탈(Progressive Metal)은 기존 헤비메탈에 좀 더 다채로운 곡 구성을 더해서, 헤비메탈에 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킨 장르다.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자체가 록 음악의 테크니컬 부분을 극단으로 끌어올린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클래식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곡 구성까지 들어가니, 궁극의 테크니컬 록이 아닐 수 없다.

 

90년대 들어서서 록 음악은 점점 간편한 모양새를 띠게 되었는데, 반대로 이런 록 음악의 테크니컬 측면을 궁극의 단계까지 끌어올린 음악이 등장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 모든 것엔 안티테제라는 것이 마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드림 시어터가 등장하고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런 90년대 록 음악의 흐름에 봤을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록 음악의 흐름 속에서 누구는 반드시 반감을 느끼기 마련이고, 이런 반감에 공감해줄 어떤 상징적인 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드림 시어터는 거기에 딱 맞는 밴드였다.

  

  

▲ 3번 트랙 “Take The Time”

드림 시어터 최고 명반을 논할 때, 반드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앨범이 그들의 두 번째 정규앨범 “Images And Words”다. 1번 트랙 “Pull Me Under”는 드림 시어터 커리어 전체를 놓고 봐도 그들의 최고 명곡으로 자주 언급된다. “Another Day”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록발라드의 전형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나머지 트랙들도 하나하나 언급하며 칭찬을 해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그냥 들어보는 게 가장 명쾌한 해답이다! 정말 제대로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다면, 이 앨범만큼 좋은 앨범이 드물다. 록 음악 최고의 테크니션들을 만나고 싶다면 주저할 필요 없이, 이 앨범을 들으면 된다!

 

 

트랙리스트

 

1. Pull Me Under

2. Another Day

3. Take The Time

4. Surrounded

5. Metropolis - Part 1 'The Miracle And The Sleeper'

6. Under A Glass Moon

7. Wait For Sleep

8. Learning To Live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Blood Sugar Sex Magik (1991)

 

앞서 말했듯이 90년대 록의 주류는 얼터너티브 록이었다. 그런지는 얼터너티브 록의 수많은 갈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얼터너티브 록의 수많은 갈래들 중에서도 펑크 록(Funk Rock)이라는 거대한 줄기 하나를 담당했던 밴드가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가 그 주인공이다. 펑크(Funk)라는 장르는 재즈의 한 갈래에서 출발해, 재즈의 흥겨움을 극도로 끌어올린 대중음악의 한 형태였다. 이걸 최초로 록 음악에 접목시켜 대중화시킨 밴드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다. 펑크의 원류가 되는 음악인 재즈가 록 음악보다 악기의 섬세함을 훨씬 많이 살린 장르다 보니, 펑크를 하기 위해선 악기에 대한 고도의 섬세한 연주기술이 필수다. 여기에 과격하고 직진적인 록 음악을 접목시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 놀라운 밴드는 너무도 능숙하게 그것을 해냈다.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처럼 펑크와 록이 가장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앨범이, 그들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인 “Blood Sugar Sex Magik”이다.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인 플리(Flea)는 록 음악계 뿐만 아니라, 재즈 등의 음악계 전반을 놓고 봐도, 역대 최고의 베이시스트를 논할 때 늘 열 손 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위대한 베이시스트다. 이 베이시스트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이 앨범만큼 좋은 앨범은 드물다. 록과 펑크를 오가며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능력에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록과 펑크의 서로 다른 리듬을 능숙하게 오가는 드러머 채드 스미스(Chad Smith)도 대단하다. 랩과 보컬의 경계에서 능글맞게 곡을 조율하다가도, 짙은 감수성이 묻어나는 가사로 청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음유시인 앤서니 키디스(Anthony Kiedis)까지. 너무도 완벽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 9번 트랙 “Give It Away” 뮤직비디오

“Blood Sugar Sex Magik”을 듣고 있다 보면, 밴드 구성원들의 개성이 각자 잘 살아나면서도,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수 있을까 싶다. 밴드 음악이란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 앨범은 다른 록 음악처럼 정신없이 헤드뱅잉을 하게 만드는 그런 류의 음악은 절대 아니다. 그런 걸 기대하면서 들었다간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엔 다른 록 음악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유의 능글맞은 그루브가 있다. 앨범 전체가 부드럽고 끈적끈적한 그루브로 가득하다. 이 능글맞은 그루브에 여유롭게 몸을 맡겨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앨범이 끝나있다. 펑크 리듬의 능글맞은 느낌에 취하다가도,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거친 록 사운드에 놀라기도 하고, 종종 등장하는 발라드 트랙들에 잠시 깊은 감성에 잠기기도 하고, 매력만점의 앨범이다.

 

 

트랙리스트

 

1. Power Of Equality

2. If You Have To Ask

3. Breaking The Girl

4. Funky Monks

5. Suck My Kiss

6. I Could Have Lied

7. Mellowship Slinky In B Major

8. The Righteous & The Wicked

9. Give It Away

10. Blood Sugar Sex Magik

11. Under The Bridge

12. Naked In The Rain

13. Apache Rose Peacock

14. Greeting Song

15. My Lovely Man

16. Sir Psycho Sexy

17. They're Red Hot

   


   

 록 제 2의 전성기 90년대

 

록 음악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60년대 못지않게, 90년대는 최고의 명반들이 우수수 쏟아진 시기다. 그야말로 록 제 2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나도 가장 많이 들었던 록 음악이 뭐냐고 누가 물으면, 언제나 90년대 록 음악이라고 말한다. 60년대는 록 음악 최고의 전성기지만 너무 멀기 때문이고, 90년대가 록 음악의 새로운 전성기면서도 딱 적당할 만큼만 멀기 때문이다. 90년대는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맞물려, 록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등 각종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발전을 이룬 시기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감성과 기술이 가장 적절한 비율을 이룬 시기라고 평해도 될 정도다. 그것이 바로 90년대 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즐거움은 90년대의 유산이 이어진 결과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예술을 진지하게 파고들고자 하면, 90년대에 대한 탐구는 필수라고 할 수 있고, 록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음반의 역사 측면에서 보면 LP에서 CD로 완전히 넘어간 후에, CD가 짧은 왕좌를 누리면서 가장 많은 “CD 명반”을 배출한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딱 다섯 앨범만 정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오리라고 기대했는데 빠진 앨범이 무척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90년대는 워낙 명반들이 많았던 시기라, 객관적인 기준을 놓고 앨범을 추천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앨범이니 만큼, 인지도와 음악계에 끼친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하긴 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건 언제나 그렇듯이 “내 주관”이다. 그러니 당신께서 기대했던 앨범이 안 나왔다고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90년대 명반 만나보기

  

▲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시대별 ROCK 명반 BEST 5 [ 너바나(Nirvana) - Nevermind ]

  

  

▲ 라디오헤드(Radiohead) - OK Computer

  


같이 보면 좋은 기사

  

▲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2000년대 ROCK 명반 BEST 5

 

 

▲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80년대 ROCK 명반 BEST 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