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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 Dangerous

인생명반 에세이 106: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 Dangerous

 

끊임없이 위험한 세상에서, 끈질기게 평화를 노래하기

 

■ 언론의 맹공 앞에서 노래한 평화

“See, the nations turn their swords into Plowshares.

 

봐요, 국가들이 자기들의 무기를 쟁기로 바꾸는 걸.

 

Heal the world. Make it a ba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There are people dying. If you care enough for the living, make a ba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세상을 치유해요. 당신과 나 그리고 인류 전체를 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요. 사람들이 죽어가요. 당신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관심이 있다면, 당신과 나를 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요.”

 

마이클 잭슨. 20세기 대중음악의 황제라고 불리던 사람. 그가 세상에 준 가장 큰 선물이 뭘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이거다. “Heal the World”

 

20대 시절 나는 이 노래를 싫어했다. 전쟁 그만하고 평화를 노래하자는 목소리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다니, 촌스러운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치고 어떻게, 프레디 머큐리 노래는 많이 들었던 게 신기하다. 다시 마이클 잭슨 삶을 들여다보니, 그는 누구보다 이런 노래를 부르기 힘든 삶을 살아왔다. 거대 자본이 세상에 뿌린 절망과 폭력을 그 누구보다 앞장서 맞고 있던 사람이니 말이다.

 

그는 자본주의 황색언론에 가장 큰 피해자였다. 이 노래를 처음 발표했던 시절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다. 마이클이 살면서 겪었고 죽고 나서도 따라붙은 끈질긴 오해와 모함들을 굳이 여기서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거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예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Heal the World”를 노래하다니, 이게 진짜 용기다. 누구보다 사랑과 평화를 믿기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 누구보다 끈질기게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나는 어쩌면 그의 용기가 너무 찬란해서, 내 눈을 가리고 싶었던 것 같다.

 

“Heal the World”가 수록된 앨범 “Dangerous”를 보면, 마이클 잭슨이 얼마나 언론에 화가 났는지 드러난다. 특히 2번 트랙 “Why You Wanna Trip on Me”를 들으면, 그 분노를 잘 느낄 수 있다.

 

“Stop trippin'. We've got more problems than we'll ever need. You got gang violence, and bloodshed on the street. You got homeless people with no food to eat, with no clothes on their back, and no shoes for their feet.

 

트집 잡기 그만해. 우리에겐 더욱 중대한 문제들이 있잖아. 너희는 길에 피를 뿌리는 조폭을 취재해야 하고. 너희는 먹을 게 없어 굶고, 등에 걸칠 옷도 없고, 발에 신을 신발도 없는 노숙자들을 취재해야 해.

 

We've got Drug addiction in the minds of the weak. We've got so much corruption, police brutality. We've got streetwalkers walkin' into darkness. Tell me. What are we doin' to try to stop this. Tell me. Why you wanna trip on me.

 

우리에겐 마약에 중독된 심약자들 문제도 있어. 부패한 정치와 폭력적인 경찰 문제도 있고. 홍등가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문제도 있잖아. 말해봐. 이런 것들을 멈추기 위해 우리가 뭘 했는지. 말해봐. 왜 나를 붙잡고 트집이나 잡는 건지.”

 

세상에 취재해야 할 온갖 심각한 문제들은 제쳐두고, 대중의 관심이나 끌려고, 자기를 붙잡고 늘어지는 기레기들에게 일갈한다. 그러나 마이클은 자신의 분노마저 흥겨운 춤과 노래로 승화시킨다.

 

 

▲ 1번 트랙 “Jam” 뮤직비디오

■ 평화를 노래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오늘날 케이팝 시장은 왜 “Heal the World” 같은 노래를 못 만드는 걸까. 가수라고 꼭 평화를 노래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도 가수들에게 그런 의무를 지어주고 싶지 않다. 가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 그만이니까. 즐거움에 의무가 끼면, 즐거움은 필시 망한다. 그래도 어느 때보다 평화를 노래할 필요가 절실한 이런 시기에, 가수들이 평화를 노래하기에 너무 조용한 건 좀 이상하다. 전쟁 그만하고 평화를 노래하자는 목소리마저 거대 자본에 검열당하는 시대가 와 버린 걸까.

 

평화를 노래하는 것도 결국 위선이고 상품에 불과하다고, 누군가 말한다. 평화가 아무리 상품이라고 해도, 전쟁이 잘 팔리는 상품이 된 시대보다는 차라리, 평화가 잘 팔리는 상품이 된 시대가 훨씬 좋은 시대 아닐까. 그것이 자본주의에 찌든 가짜 평화라 할지라도, 평화를 전혀 얘기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 메가데스 “Peace Sells”에서 노래했던 디스토피아가 드디어 실현된 걸까.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평화를 외치던 사람들은 왜 벌써 평화를 외치기에 지쳐버렸나. 요즘 사람들은 전쟁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받으니까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내 자동차에 들어갈 기름값이 폭등하니까, 내가 투자한 주식이 폭락하니까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는 어째서 유행 끝난 상품으로 전락해버렸나.

 

마이클은 이 앨범과 같은 이름을 가진 트랙 “Dangerous”에서, 언론을 위험한 여인으로 묘사하며, 자신도 그 위험한 여인과 교제하는 걸 은근히 즐겼다고 고백한다. 그 여인이 지금은 나를 파멸시키지만, 한때 그 여인이 내게 돈과 인기를 잔뜩 안겨 주었노라고, 마이클도 언론 앞에 무결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신나는 리듬에 담아 노래로 고백하는 걸 듣고 있으니, 그 정직한 고백이 오히려 내 가슴에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마이클이 노래하는 평화를 듣고 있으면, 그 찬란한 용기 앞에서 감히, 이건 상품이라고 위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전에 나는 위선을 지독하게 싫어했지만, 이제 나는 위선마저 사라진 사회가 두렵다. 위선이 권력을 갖는 사회에 차라리 희망이 있다. 위선이 권력을 갖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선에게 아직 권력이 있다는 신호다. 악이 지배하는 사회에선 굳이 위선을 꾸며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도 다른 가수들처럼 산업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기는 했지만, 그는 자기가 쓴 외피를 뛰어넘는 진심을 보여주려 했다. 이런 용기가 어떻게 가짜일 수 있단 말인가.

 

 

▲ 8번 트랙 “Black or White” 뮤직비디오

■ 어린이의 명과 암을 모두 사랑한 마이클

마이클이 노래한 평화는 도덕률에 기반한 꽉 막히고 지루한 훈계가 아니었다. 마이클이 어떤 사람이었나. 좀비 분장에 기괴한 춤을 추며, 대중에게 “스릴러(Thriller)”를 안겨준 사람이었다. 그는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었으며, 성적인 이끌림이 주는 짜릿함을 누구보다 영리하게 이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즐기는 위험한 놀이도, 평화가 없으면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걸, 평화가 모든 위험한 즐거움의 기반이라는 걸. 즐거움도 좋지만 즐거움 때문에 평화가 깨져선 안 된다고, 누구보다 소리 높여 노래했던 거다. 마이클 잭슨은 위험한 즐거움을 사랑하는 만큼 평화를 진심으로 노래했다.

 

“Dangerous” 앨범을 감상하면 “Heal the World” 바로 다음 트랙으로 “Black or White”를 배치한 걸 들을 수 있다. 트랙 배치를 왜 이렇게 했을까. 나는 이게 다분히 의도적인 거라고 본다. 세계 평화를 노래하는 것과 인종차별을 멈추자는 노래가 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걸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Heal the World” 노래의 마무리를 보자. 귀여운 아이의 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트랙에서는 아빠와 갈등을 빚는 악동의 모습을 전시한다.

 

아빠가 음악 시끄러우니 좀 끄라고 외치지만, 아이는 아빠에게 버릇없이 대답한다. “Eat this!(이거나 먹어라!)” 아빠 말은 무시하고, 오히려 다른 시끄러운 노래로 받아치는 못된 아이의 모습. 마이클은 왜 서로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는 두 아이를 배치했을까. 대비가 너무 선명해서, 여기에는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만 든다. 마이클은 어린이가 귀엽고 착할 때만 사랑한 게 아니다. 마이클은 오히려 어린이가 가장 나쁘고 발칙한 모습을 보여줄 때조차 그 곁에서 같이 놀고 싶어 할 정도로 어린이를 사랑했다. 마이클은 말한다. 우리가 평화를 지켜야 할 이유는 아이들의 착한 모습을 지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이런 발칙한 즐거움까지도 지켜줘야 하는 거라고.

 

인류애. 이 낱말을 보면, 이게 마치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지루한 말이거나, 딱딱한 법률 용어처럼 느껴진다. 마이클이 노래하는 “Black or White”를 듣고 있으면, 인류애는 전혀 그런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마이클이 노래하는 인류애는 오히려, 아이가 아빠 앞에서 시끄러운 노래 틀면서 느끼는 발칙한 즐거움 같은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진짜 인류애를 실천하려면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는 언제나 기득권에 유리하게 돌아가는데, 그들은 계급을 나누고 계급과 계급 사이 벽을 치고 교류를 막았다. 진짜 인류애는 이런 벽을 무너뜨리는 발칙한 짓이다.

 

마이클은 “Black or White”에서 상대방이 흑인이든 백인이든 상관없으니 사귀며 사랑하자고 외친다. 이 앨범을 발표한 1991년 당시에도 이게 파격적인 이야기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이게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인종차별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한국인과 일본인이 결혼한다. 한국 여자가 베트남 남자와 결혼한다. 한국인과 조선족이 결혼한다!

 

마이클이 노래하는 평화가 달콤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화를 외치는 일이 의무가 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 평화는 외치기만 할 게 아니라 노래해야 한다. 노래가 된 평화는 기쁘고 즐겁다. 마이클은 누구보다 평화를 기쁘고 즐겁게 노래한 사람이었다. 그래, 평화는 원래 그런 거다. 평화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의무가 아니라, 모든 즐거움의 기반이다.

 

 

▲ 11번 트랙 “Will You Be There” 뮤직비디오

■ 그는 무슨 힘으로 평화를 노래했을까

마이클 잭슨이 노래하는 “Heal the World” 안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살아있는 사랑의 하느님을 만난다. 신이 있다면 어떻게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질 수가 있느냐며, 믿지도 않는 신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이 원망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동참했고. 그러나 이 노래를 들으면 전쟁의 책임은 하느님께 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사람들에게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전쟁이 멈추지 않는 오늘, 우리 모두 겸손한 용기를 갖고 사랑과 평화를 외치자. 전쟁을 일으킨 건 사람이니,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전쟁을 멈추는 데 있어서 하느님의 도움을 바라기만 해선 안 된다. 사람이 직접 하느님의 목소리를 내며 평화를 노래해야 한다.

 

마이클은 누구보다 사랑과 평화를 믿기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는 끈질기게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마이클에게도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을 거다.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것보다, 냉소와 염세로 도망치는 게 더욱 합리적인 길인 것처럼 느낀 순간이 많았을 거다. 절망이 그를 찾아올 때마다, 세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을 때마다, 그의 가슴을 울리고 손을 잡아준 존재가 무엇이었을까. 그가 사랑과 평화를 노래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하느님이다. 그가 “Will You Be There”에서 사랑을 고백한 그 하느님. 여기서 마이클이 노래한 하느님은 특정 종교나 교회에 묶인 존재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생명의 근원이다.

 

마이클이 가진 힘이란 그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그의 춤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가장 놀라운 힘은 무엇보다 겸손한 성품이라는 걸, “Will You Be There”를 들으며 느낀다. 자신에게 온갖 돈과 인기를 가져다준 노래 실력을 내려놓고, 자기 알몸을 드러내듯 벌거벗은 목소리로 고백하며, 노래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자. 마이클의 겸손을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In our darkest hour, in my deepest despair, will you still care? Will you be there? In my trials and my tribulations through our doubts and frustrations, in my violence, in my turbulence through my fear and my confessions, in my anguish and my pain through my joy and my sorrow, in the promise of another tomorrow, i'll never let you part. For you're always in my heart.

 

제가 깊은 절망 속에 있어 눈앞이 깜깜할 때, 당신은 제 곁에 계시나요? 당신은 거기에 계시나요? 제가 고난과 역경 속에 의심하고 분노할 때도, 격렬한 파도가 제 삶을 덮쳐 제가 두려움에 휩싸여 고백할 때도, 아픔에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도, 저는 언제나 새롭게 약속하겠으니, 저는 당신을 영영 떠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언제나 제 가슴 속에 계시니까요.”

 

그는 진정 겸손한 사람이라서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진정한 겸손은 비굴함이 아니라 당당한 삶의 근원이라는 걸, 마이클은 삶으로 몸소 증명했다.

 

 

▲ 7번 트랙 “Heal the World” 뮤직비디오

지구가 전쟁으로 점점 더 크게 얼룩지고 있는 요즘이다. 전쟁은 마이클 잭슨이 “Heal the World”를 발표했던 1991년 당시보다 지금이 훨씬 심각한데, 왜 전쟁 그만하라는 목소리는 오히려 그때에 비해 훨씬 작아졌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진행 중이고, 바로 지난달에 터진 미국-이란 전쟁은 더욱 커질 우려를 잔뜩 낳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인기 가수들은 여전히 자기 자랑하기 바쁘고, 큰돈 벌 생각에만 잔뜩 취해있다.

 

이런 시대에 화가 난다.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꼰대는 되고 싶지 않은데, 나는 분명 지금이 옛날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었다고 믿고 싶은데, 이 시대가 전쟁에 무심해지는 모습을 보면 그런 믿음은 달아나버린다. 이런 시대라서 마이클 잭슨의 빈자리가 더 크게 더 아프게 다가온다. 마이클이 “Man in the Mirror”에서 노래한 것처럼, 시대를 한탄하기 전에, 다른 누구보다 나부터 바뀌어야지. 마이클, 내게 힘을 줘, 내가 이 시대에 마주한 절망에 무너지지 않도록.

 


트랙리스트

1. Jam
2. Why You Wanna Trip on Me
3. In the Closet
4. She Drives Me Wild
5. Remember the Time
6. Can't Let Her Get Away
7. Heal the World
8. Black or White
9. Who Is It
10. Give In to Me
11. Will You Be There
12. Keep the Faith
13. Gone Too Soon
14. Dang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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