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반 에세이

루디건즈(Rudy Guns) - MW-38423

  

인생명반 에세이 23: 루디건즈(Rudy Guns) - MW-38423


[ 루디가 발사하는 스카 펑크의 샷건 ]

  

  

■ 스킨헤드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음악을 여러 가지로 듣다 보면, 이름 참 잘 지었다고 감탄하게 만드는 밴드들이 보인다. 이번에 소개할 대한민국의 스카 펑크(Ska punk) 밴드 루디건즈(Rudy Guns)가 바로 그런 팀이다. 이 팀의 이름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면, 자메이카의 거리문화인 루드 보이(Rude boy)와 영국의 스킨헤드(Skinhead)부터 먼저 얘기해야 한다. 루드 보이는 스카(Ska)라는 자메이카 대중음악 장르를 향유하는 집단이었다. 스카는 재즈를 기본으로 자메이카 전통 음악인 멘토의 색채를 섞은 장르로서, 쿵짝, 쿵짝, 단순한 정박자가 빠르게 반복되는 게 매력이다. 루드 보이는 루드(Rude)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난한 비행 청년들로 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가난한 자신들의 신분과는 달리, 일부러 비싼 정장차림을 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들을 지칭할 때, 남녀 모두를 지칭하는 단어가 루디(Rudie)다. 이런 자메이카의 거리문화는 영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듯이, 60년대 영국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 중에 많은 수가 자메이카 사람들이었다. 영국의 노동자 계급은 자연스럽게 자메이카 출신 노동자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이것은 곧 초기 스킨헤드 문화에 중요한 영향력이 된다.


스킨헤드라는 이름은 그들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다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그들은 스카나 레게 같은 중남미 흑인 음악에 심취하며, 술을 비롯한 각종 환각 물질을 탐닉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스킨헤드 문화는 히피(Hippie)에도 영향을 미쳤다. 초기 스킨헤드는 중남미 출신 흑인들과도 사이좋게 지낼 정도로, 인종차별과는 확실히 거리가 먼 집단이었다. 스킨헤드는 중노동에 시달리며 쌓인 수많은 고통을 자신들만의 문화로 해소하자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그들은 공동의 목표 아래, 국경과 인종의 벽을 뛰어넘었던 훌륭한 정신의 소유자들이었다. 영국에서 70년대 중반부터 펑크록(Punk rock) 열풍이 불면서, 스킨헤드는 펑크록에도 심취하기 시작했다. 평소 자메이카 출신 노동자들과 가까웠던 그들은, 자메이카의 스카와 영국의 펑크를 하나로 섞는 시도를 하게 된다. 스카와 펑크가 섞인 이런 음악은, 이런 시도를 맨 처음 했던 투톤 레코즈(2 Tone Records)에게서 따서, 투톤(Two-ton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투톤은 곧 스카 펑크라는 이름으로 진화하게 된다.

  

  

   

▲ 루디건즈(Rudy Guns) 멤버들. 좌측부터 조기철(기타), 김성수(드럼), 윤태양(보컬), 이재웅(베이스), 나기(키보드)


인종차별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인종의 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던 그들은 80년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변화는 70년대 중반부터 스킨헤드가 여러 분파로 갈리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그 변화는 70년대 중반 영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시작되었다. 70년대 중반 금융위기는 영국 노동자 계급이 갖고 있는 일자리를 위협했다. 이것은 곧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처럼 보였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증오로 이어졌다. 노동자 계급으로 이뤄진 스킨헤드 내부에서는 당연히 인종차별주의가 심해졌다. 그래도 70년대까지는 스킨헤드가 인종차별 행위를 주로 일삼는 단체는 아니었다. 점점 스킨헤드의 인종차별이 심해지다 보니, 80년대부터는 아예 인종차별이 스킨헤드의 상징처럼 굳어져버렸다.



 SHARP의 등장


80년대엔 이미 스킨헤드가 여러 나라에 널리 퍼진 상태였다. 러시아, 미국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스킨헤드는 인종차별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스킨헤드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각 나라에서 외국인을 향한 각종 테러를 일삼았다. 이에 반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 1987년 미국 뉴욕에서 등장한 단체인 SHARP가 바로 그들이다. SHARP는 “스킨헤드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SkinHeads Against Racial Prejudice)”의 약자다. SHARP는 자메이카 출신 노동자들과도 격 없이 어울리던 영국의 초기 스킨헤드를 동경했다. 이런 SHARP의 정신은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퍼졌다. 세계 각지의 SHARP는 스킨헤드가 인종차별 주의자들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힘썼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에도 SHARP의 정신을 계승한 사람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루디건즈가 바로 그런 밴드다. 루디건즈는 2018년 3월 28일에 자신들의 첫 정규앨범 “MW-38423”을 각종 인터넷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복잡한 코드네임처럼 보이는 앨범 제목은 알고 보면 심히 단순하다. 그들이 활동 근거지로 삼는 장소의 주소를 조금만 바꾼 것이다. 그 주소는 “망원동 384-23번지”다. 정체는 라이브 클럽인데, 여기 이름이 “클럽 샤프(Club SHARP)”다. 로고 또한 SHARP의 로고를 그대로 쓰고 있어, 이 클럽이 SHARP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클럽 샤프 주소를 첫 정규앨범 제목으로 쓸 정도면, 루디건즈가 SHARP 정신에 얼마나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SHARP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루디건즈의 첫 정규앨범을 듣는다면, 거기에 실린 음악들이 더욱 깊게 다가올 것이다.

  

   


▲ SHARP 로고


루디건즈는 SHARP의 정신을 이어받은 밴드답게, 자유와 평화를 주제로 첫 정규앨범을 가득 메웠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인종에 관계없이 오직 같은 이름 아래 어울려 즐겁게 놀던 스킨헤드의 모습이 떠오른다. 루디건즈의 음악은 결코 어렵지 않다. 루디건즈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에 잘 박히는 단순한 가사와 쉬운 멜로디, 그것들을 전달하는 강렬한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스카 펑크라는 장르 자체는 국내에 뿌리를 내린지 20년 가까이 되는 장르지만, 아직도 국내 대중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생소한 장르명과는 다르게, 일단 접해보면 의외로 너무 쉽고 흥겨워서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위에도 설명했듯이 단순한 리듬이 빠르게 반복되며 흥겨움을 더하는 게 스카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스카에 펑크(Punk)의 과격함을 섞은 것이 스카 펑크인 것이니, 금방 친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스카 펑크의 매력에 가장 충실한 팀이 루디건즈다. 위에서 자메이카의 루드 보이를 설명하면서 루디에 관해 언급했다. 스카 펑크를 하는 뮤지션들은 이런 루드 보이의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자신들을 루디라고 부르기도 했다. 루디가 발사하는 스카 펑크의 샷건. 그것이 루디건즈다.



 SHARP 정신을 대한민국에


이제 그들의 첫 정규앨범 수록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어떻게 SHARP 정신을 대한민국에 전했는지 알아보자. 1번 트랙 “Why Don’t You Know Me”는 자신을 몰라주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 잡치는 일이 많이 있지만,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기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메시지에 걸맞은 활기찬 스카 사운드가 특징이다. 강렬한 펑크 사운드가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던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첫 트랙답게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환기시킨다. 이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서 뮤직비디오가 존재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루디건즈 멤버들이 공장 노동자의 작업복처럼 생긴 유니폼을 맞춰 입고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의 음악이 스킨헤드 정신을 이어받아, 돈 많고 권력 있는 특권 계층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피지배계층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 1번 트랙 “Why Don’t You Know Me” 뮤직비디오


2번 트랙 “Bomber Man”은 반전(反戰)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평화와 안정을 내세운 다른 반전 노래들과는 다르게, “Destroy your bombs”라거나, “이제부터 내가 망쳐 버릴 거야” 등 꽤 과격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펑크 특유의 과격함이 잘 드러난다. “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게 조용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주로 떠올린다. “평화”라는 단어를 이 땅에 실현시키기 위해 폭력에 맞서 피 흘리며 싸운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평화라는 단어에 대해 얌전한 것만 떠올리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세상에는 아직도 수많은 폭력들이 존재한다. 거기에 맞서기 위해선, 만연한 폭력만큼의 능동성이 있어야 한다. 이 곡에서 드러내는 과격한 언어들은 폭력에 맞서 평화를 만들려는 능동성의 발현이다. 요즘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이런 시기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3번 트랙 “Hi, Idiots!”와 4번 트랙 “Break Down”은 세상에 만연한 독선에 맞서, 사상의 자유를 노래한다. 3번 트랙은 강렬한 펑크 사운드에 짧은 호흡으로, 세상에 만연한 독선을 부수겠다는 강한 의지를 뿜어낸다. 4번 트랙은 편견에 갇힌 시선으로 자신들을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흥겨운 스카 리듬에 녹여냈다. 중주 다음에 메인 보컬이 잠시 베이시스트에게 넘어가는 장면에서, 곡의 단조로움은 완전히 사라진다.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가려는 밴드의 노력이 돋보인다. 5번 트랙 “하나, 둘 (2018 Ver.)”과 6번 트랙 “축배 (2018 Ver.)”와 7번 트랙 “Kick It! (2018 Ver.)”은 지난 EP “Let’s R.G.S.”의 수록곡들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지난 앨범에 실린 곡들에 비해, 편곡이 좀 더 다채로워졌다. 뭐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저 다른 매력이라고 보고 싶다. 저번 앨범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겐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지난 앨범에 이미 실린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앨범에 실린 나머지 곡들과 조화를 잘 이루는 걸 보면, 그들이 노래하는 자유에 대한 강한 열망은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 4번 트랙 “Break Down”



 

▲ “Let’s R.G.S.” 수록곡 “하나, 둘” 뮤직비디오

   

   

 편견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8번 트랙 “Are You Ready?”는 본 앨범에서 가장 과격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앨범의 전체적 분위기를 환기하며, 앨범의 새로운 장을 예고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앨범의 새로운 장에 휘말리면, 흥겨운 스카 리듬이 다시 등장한다. 9번 트랙 “Fxxx The Definition”은 공연장에서 떼창을 유도하기 딱 좋은 트랙이다. 루디건즈 특유의 단순한 곡 구조로 곡의 중독성을 극대화 시켰다. 각 절 도입부마다 베이시스트가 “한 방의 방아쇠!”라고 외치고, 보컬이 다음 소절로 받아치고, 다시 베이시스트가 “한 방의 방아쇠!”라고 외치고, 보컬이 다시 받아치는 구조가 여러 번 반복된다. 이 부분부터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후렴은 “Fuck the definition”만 여러 번 외치는 게 전부다. 가사만큼 멜로디도 똑같은 부분만 반복된다. 지극히 단순한 후렴구가 세상이 정해둔 틀에 갇히지 않겠다는 곡의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


10번 트랙 “What Can I Do”에선 여전히 흥겨운 스카 펑크 사운드가 이어지지만, 이 때까지의 곡들과는 다른 애잔한 정서와 부드러운 사운드가 드러난다. 세상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살다가, 가만히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곡이다. 조금 다른 곡 분위기가 앨범의 분위기를 다시 전환시킨다. 11번 트랙 “SBSK”는 원래 제목이 “씨발새끼”였다. 강렬한 제목과는 다르게 사운드는 밝고 흥겹다. 가사는 과격한데 사운드는 흥겨워서, 뭔가 이 곡을 전달하는 상대방을 심히 비꼬는 느낌이다. 약 10년 전에 유행하던 릴리 알렌(Lily Allen)의 “Fuck You”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비속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보편적인 권장사항이다. 그런데 나로 하여금 욕을 하게 만드는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상황들이 있는데, 그걸 두고 욕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 비속어를 뱉으면 신체적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그러니 누군가 나를 무척 화나게 했을 땐, “SBSK”를 들으며 X같은 기분을 곡의 흥겨운 사운드와 함께 시원하게 날려버리자.

  

  

 

▲ “Let’s R.G.S.” 수록곡 “Kick It!” 라이브영상

  

루디건즈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들이 정말 SHARP 정신을 잘 이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초기 스킨헤드들이 추구했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와 인종에 관계없이 즐겁게 어울리는 정신 말이다. 스킨헤드의 문화는 다소 과격한 측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지배계층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강한 소망의 발현일 뿐이었다. 그것이 변질되어 인종차별로 번지긴 했지만, SHARP 같은 단체들이 일어났기에, 우리가 스킨헤드 문화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젠 스킨헤드도 옛말이 되었고, SHARP조차도 그러하지만, 루디건즈의 음악을 통해 SHARP 정신을 몸으로 즐길 수 있음은 여전히 감사한 일이다. 세상이 루디건즈의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소망 안에는 언제나 루디건즈의 음악이 함께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마음에도 루디건즈와 SHARP 정신이 자리 잡아, 이 세상이 좀 더 편견과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길 소망하는 당신의 마음이 더 커지길 바란다.

    


트랙리스트


1. Why Don’t You Know Me

2. Bomber Man

3. Hi, Idiots!

4. Break Down

5. 하나, 둘 (2018 Ver.)

6. 축배 (2018 Ver.)

7. Kick It! (2018 Ver.)

8. Are You Ready?

9. Fxxx The Definition

10. What Can I Do

11. SBSK


같이 보면 좋은 기사

   

 


▲ 초록불꽃소년단 – GREENROOM




▲ 에고펑션에러(Ego Function Error) - EGO FUN SHOW




▲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70년대 ROCK 명반 BEST 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