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반 에세이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Drinking Boys And Girls Choir) - Keep Drinking

반응형


인생명반 에세이 25: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Drinking Boys And Girls Choir) - Keep Drinking


[ 음악은 결국 언제나 소년소녀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 유년시절


용인에는 나처럼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식하기 싫어도 인식할 수밖에 없다. 내가 타는 서울행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대엔 언제나 만원을 넘어 초과인원이 탑승하기 때문이다. 용인과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의 풍경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가끔 이런 지겨운 일상의 반복이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만 용인과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일상이 힘겹게 느껴질 때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상과는 전혀 관계없는 장소로 가고 싶어진다. 멀리, 되도록이면 아주 먼 곳에 가고 싶다. 그러나 내게 익숙하지 않은 외국에 가고 싶지는 않다. 외국에 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험난한 모험을 각오해야하기 때문이다. 익숙하면서도 멀리 있는 곳. 그런 곳에 가고 싶다. 그런 곳에서 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때, 나는 대구를 떠올린다.


부모님이 내가 두 살 때 대구로 이사를 갔는데, 그 때부터 나도 대구에서 살게 되었다. 그 때부터 초등학생 6학년 때까지 쭉 대구에서 살았다. 그러다 6학년이 된 지 별로 되지 않아서, 내가 태어난 경주로 다시 가서 살게 되었다. 경주에서 잠깐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열네 살이 되어서 다시 대구에서 살게 되었다. 대구의 중학교를 입학해서 1년 동안 다녔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부터는 다시 경주에서 살게 되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쭉 경주에서 살았다. 성인이 되면서 용인으로 올라왔다. 대구는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더라도, 내게 고향 같은 곳이다. 내가 대구에서 10년 이상 살았고, 그 시간이 모두 내 유년시절이었다. 그래서 대구는 내 유년의 기억이 가장 많이 스며든 장소다.

  

  

   

▲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Drinking Boys And Girls Choir) 1집 발표 당시 멤버들, 좌측부터 김명진(드럼, 보컬), 서본두(기타, 보컬), 배들소(베이스, 보컬)

  

  

 내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에서 활동하는 밴드


평소 주말에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에 가서, 펑크록 공연을 즐기는 걸 좋아한다. 과격한 펑크록에 몸을 맡겨 신나게 슬램하며 놀면, 세상 모든 걱정이 다 날아가는 것 같다. 세상은 언제나 남에게 민폐주지 말고 살아가라 강요하지만, 펑크록이 울려 퍼지는 공연장 안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도를 넘지 않는 민폐는 오히려, 공연장의 흥을 더한다. 남의 몸을 밀치고, 고함치고, 팔다리를 휘젓고, 펑크록 공연장이 아니면 민폐 그 자체인 행동들이다. 그러나 펑크록 공연장 안에선 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 단, 정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펑크록 공연장 안에서도 어느 정도 지켜야 할 건 존재하지만, 평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다. 이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펑크록 공연장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대구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생각하다가 문득, 대구에도 홍대처럼 이런 펑크록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밴드가 있을까 싶었다. 내가 대구에서 살 때는 펑크록(Punk rock)의 P도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는 단 한 팀도 몰랐다. 찾아보니 당연히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이 그런 밴드다. 우리나라 록 음악 시장은 해외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지극히 작다. 대부분의 한국 록 밴드는 인디씬에 존재하고, 그런 작은 인디씬마저도 홍대가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한국의 현실에서 홍대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 훌륭한 밴드를 찾는다는 건, 딱 봐도 쉬운 일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드링킹소년소년합창단은 “한국 록=홍대”라는 기존의 편견을 너무도 쉽게 격파한다.


일단 밴드 이름부터 모순적이다. 드링킹(Drinking)이라는 영단어는 주로 음주를 의미하는데, 이런 단어에 소년소녀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있다. 음주소년소녀합창단이라는 말이 된다. 소년소녀가 음주를 하며 합창을 한다? 음주는 소년소녀에게는 권하지 않는 것이 동서고금의 도덕이다. 음주는 동서고금 어른의 상징인데, 이를 소년소녀라는 단어와 결합했다. 이들은 밴드 이름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일단 소년소녀라는 단어가 붙은 걸로 봐서는, 어른이라는 꼬리표에 자신들을 가둬두고 싶지 않은 심리 정도는 알겠다. 이에 대한 더 명확한 해답은 직접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자.

  

  

 

▲ 2번 트랙 “National Police Shit” 뮤직비디오

  

  

 Keep Drinking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올해 2월 14일에 첫 번째 정규앨범인 “Keep Drinking”을 발표했다. 표지에 기저귀를 찬 아이가 우유를 내팽겨 치고 소주를 병나발 불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표지 우측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떨이에 수북하게 담긴 담배꽁초도 볼 수 있다. 어른의 상징인 술이나 담배 외에도 온갖 장난감들이 어지럽게 널러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표지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이 표지를 그린 당사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렸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한 번 보면 웃기고, 두 번 보면 이상하고, 세 번 보면 고찰하게 되는 그림이다. 이 앨범을 듣고 있자면, 밴드 이름과, 표지와, 앨범 제목이 삼위일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청명한 기타연주가 포문을 여는 1번 트랙 “KEEP DRINKING!!”부터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청명한 기타연주는 과격한 드럼과 베이스가 끼어들며 사납게 변한다. 연주가 전체적으로 과격해질 때, 보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살며시 끼어든다. 사나운 연주와 부드러운 보컬의 조화라니, 첫 트랙부터 심상치 않다. 그러나 아직은 그들이 이 앨범을 통해 뭘 보여주고 싶은지 감이 잘 안 잡힌다. 2번 트랙 “National Police Shit”으로 넘어가면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좀 더 명확해진다.


화려한 드럼 솔로 후에, 기타 소리가 사납게 짖어대고, 베이스까지 합세해 한껏 과격함을 표출한다. 그러다가 보컬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며 끼어든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과격한 연주는 안 어울릴 듯, 어느새 나름대로의 조화를 완성해간다. 오히려 부드러운 목소리가 과격한 연주를 적절하게 조율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의 목소리는 거친 목소리로 잠시 바뀌었다가, 다시 합창단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런 특징은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음악 전반에서 드러난다. 과격한 연주와 합창단처럼 고운 목소리가 조화되는 특징. 그들의 목소리는 성인 합창단보다는 그들의 밴드명처럼 어린이합창단 같다. 2번 트랙은 리드보컬 한 명이서만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곡이 진행되다 나중에 백보컬들이 화음까지 넣는데, 이런 화음을 넣는 장면도 어린이합창단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어린이합창단 같은 화음도 이 앨범 전체에 걸쳐 등장한다.

  

  

 

▲ 4번 트랙 “I'm a Fucking McDonald's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밴드가 감독과 출연을 모두 맡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담겨있다. 사실 어린이들은 법의 제약을 많이 받지 않는다. 물론 법이라는 사회의 큰 틀을 맞닥뜨리기 전에, 수많은 어른들에 의해 통제를 받기는 하지만, 어린이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법은 거의 없다. 그래서 경찰을 두려워하거나 증오하는 현상은 주로 어른에게나 볼 수 있다. 경찰은 법에 따라 시민들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밴드 멤버들이 사회가 정한 자잘한 법들을, 당당하게 어기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몸은 딱 봐도 다 자란 성인이지만, 마음과 행동은 법에 구속받지 않는 어린아이들 같다. 여기서 강렬한 연주는 어른이 된 자신들의 모습을, 어린이합창단 같은 목소리는 마음만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어린이고 싶은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변해버린 것


그들의 노래는 마냥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철없는 어른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이 앨범의 트랙이 진행될수록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면서 무엇이 변했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3번 트랙 “Stay Here”는 빠른 연주와 느린 연주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곡이다. 느린 연주는 화자의 지친 마음을, 빠른 연주는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강한 열망을 표현한다. 지칠 줄 모르고 놀기만 했던 아이가 아닌, 이제 지쳤으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4번 트랙 “I'm a Fucking McDonald's”는 질주감 넘치는 스케잇 펑크(Skate punk) 사운드에 갑을 관계의 폐해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을 담아냈다. 어린이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갑을 관계에서 오는 차별을 어른이 되며 강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스케잇 펑크 사운드가 정신없이 펼쳐지며 청자의 마음을 한껏 사로잡았는데, 5번 트랙부터는 어딘가 애수에 젖은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5번 트랙 “적색편이”는 헤어짐을 원하지 않아도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에 관한 노래다. 사람 사이의 헤어짐을 천체물리학의 적색편이 현상에 빗댄 것이다. 적색편이(Redshift)란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우주가 더욱 붉게 보이는 현상이다. 우주가 빨간색 즉, 적색으로 편이 된다는 말이다. “가만히 존재하는 듯해도 우린 이렇게 멀어져만 가는데”라는 가사에서 적색편이 현상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적색편이 현상은 우주가 넓어질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지구는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전과 공전을 멈추지 않는다. 우주는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수많은 별들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넓어지고 있다. 적색편이 현상은 우주가 넓어지고 멀어질수록 강해진다. 이걸 기억할 때, 이 가사가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다. 이 곡은 보컬이 빠지고 후주로 길게 이어지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우주의 광활함과 그 광활함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스케잇 펑크 사운드에 녹여냈다.

   

   

 

▲ 5번 트랙 “적색편이” 라이브 영상. 이 라이브는 본 앨범이 출시되기 전의 라이브로서, 앨범에 실린 것과는 후주가 좀 다르다. 본 앨범에 실린 건, 편곡이 바뀌어 후주가 훨씬 격렬해졌다. 이 라이브도 곡의 전체적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어린 시절 우리는 우주와 별에 관해 생각하며, 멀리 있는 것들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며 가까이 있는 것들마저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며 우주는 점점 잊게 된다. 인간관계의 멀어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멀어지는 인간관계 때문에 슬퍼하고 있을 때, 멀다는 이유 그 자체만으로 동경하던 우주를 떠올리면 어떨까. 멀어진 사람에 대한 슬픔을 광활한 우주로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어릴 적의 우리는 분명 멀리 있는 것들을 동경했는데, 어른이 된 우리는 어느새 자신을 떠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게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된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인간관계보다 훨씬 멀리 있는 우주에 대한 동경은 잊은 채.



 어른이 되었어도 변하지 않은 것


5번 트랙까지 미칠 듯이 달린 스케잇 펑크 사운드가 지나면, 이때까지 전혀 보여주지 않은 편안한 컨트리 뮤직(Country Music)이 펼쳐진다. 6번 트랙 “Let me lost”의 등장이다. 어른이 된 후의 지겨운 일상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고요한 다짐이 지나면, 7번 트랙 “진심의 노래”에서 스케잇 펑크 사운드가 다시 등장한다. 여기부터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모든 것이 어렵고 마음은 또 앞서서, 내가 실수하더라도 그냥 웃고 넘어가줘”라는 가사는, 이 사회가 남의 실수를 대하는 태도를 얼마나 엄격하게 취하고 있는지 고찰하게 된다. 사실 아이들은 좀 실수하더라도 어른들이 “아직 어리니까”라며 참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른의 실수라면 말이 다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미숙하다. 사람은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고 해서 모든 것에 갑자기 능숙해지는 게 아니다. 실수를 용서 받길 원하는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물론 아이보다 어른이 모든 면에 있어서 좀 더 능숙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런 것치고는 모든 것이 갑자기 엄격해진 기분이 든다.


8번 트랙 “Little Brother”와 9번 트랙 “싫어도 그게 나야”에서, 7번 트랙의 메시지와 사운드가 계승된다. 어른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미숙한 것들이 많음을 조심스레 고백하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조심스러운 어린이합창단 같은 목소리 사이로, 격렬한 스케잇 펑크가 삐져나와, 화자의 열망을 대변한다. 10번 트랙 “거리”와 11번 트랙 “불빛 아래서”는 거리를 걸으며 바라본 풍경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사운드는 화자의 성찰 속에 담긴 격렬한 열망을 표현한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어린이합창단 같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고백하고 있다. 자신을 아무리 성찰해도 자신에게는 아이처럼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뿐이다. 그런 감성을 조심스레 노래한다.

   

   

 

▲ 6번 트랙 “Let me lost” 뮤직비디오

   

12번 트랙 “오마이캘리포니아”에서는 5번 트랙부터 11번까지 쭉 이어온 우수에 젖은 성찰에서 벗어난다. 격렬한 사운드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미친 듯이 반복해서 외쳐대는 모습은, 그곳에 가고 싶어 환장한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을 떠올리게 한다. 13번 트랙 “You Hate Me”는 처음엔 다소 슬프게 시작하는 것 같아도, 점점 진행이 빨라지며 밝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결말엔 12번 트랙의 천진난만함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14번 트랙 “합창단”은 12번 트랙의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계승한다. 14번 트랙의 짧고 강렬한 순간이 지나면, 그 강렬함을 다음 15번 트랙 “N3”과 16번 트랙 “She’s Sitting in the Blue Chair”가 이어 받는다. 그러다 17번 트랙 “그 마음으로”에 닿으면, 이때까지 거쳐 온 모든 트랙들이 한꺼번에 감동으로 몰려온다. 순수한 열정으로 노래를 듣던 그 때로 돌아가자는 열망을 강렬한 스케잇 펑크 사운드에 녹였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


내 유년을 형성한 장소에서, 내 유년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밴드가 활동한다는 게 절묘한 조합인 듯이 느껴진다. 사실 내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음악을 듣는 모두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유년을 생각할 것이다. 이들이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그런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주와 소년소녀라는 단어가 결합된 모순처럼, 마냥 동심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얼른 어른이 되길 원하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길 원한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음악은 이런 인생의 모순된 지점을 노래한다. 마치 자신들의 밴드명이 가진 모순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왜 이런 모순이 생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그건 모순이 아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이 아이가 되고 싶은 모순 사이에는 “자유를 갈망”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지면서,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어 사회를 직접 맞게 되다보니, 인생에 대해 풍요로움 보다는 환멸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른은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럴 수 있는가?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어른이 다시 아이가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이 자신들의 밴드명을 이렇게 모순되게 지은 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 밴드명 속에는 술을 사랑하는 어른이 된 본인들의 모습과,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둘 다 끌어안는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다.

  

  

 

▲ 1번 트랙 “KEEP DRINKING!!”

  

사실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그것을 통해 성숙해지는 것보다는, 자신의 미숙함을 고백하는 것에 훨씬 더 가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든지 간에, 음악 속에선 언제나 소년소녀일 수밖에 없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이런 음악의 본질을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마지막 18번 트랙 “킾드링킹”은 뮤직비디오가 있다. 여기에 자신들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아, 합창을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밴드명이 가진 모순이 하나 더 있다. 인원수만 놓고 보면 합창단이 아닌, 중창단이라고 불러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 그들의 마음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될 것이다. “킾드링킹” 뮤직비디오 속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도 “드링킹합창단”의 일원이 되어, 소년소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드링킹합창단의 소년소녀 단원은 그들 셋이 전부가 아니다. 몸은 따로 일지라도, 마음은 그들과 함께하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단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길 기원한다.

     


트랙리스트


1. KEEP DRINKING!!

2. National Police Shit

3. Stay Here

4. I'm a Fucking McDonald's

5. 적색편이

6. Let me lost

7. 진심의 노래

8. Little Brother

9. 싫어도 그게 나야

10. 거리

11. 불빛 아래서

12. 오마이캘리포니아

13. You Hate Me

14. 합창단

15. N3

16. She's Sitting in the Blue Chair

17. 그 마음으로

18. 킾드링킹


같이 보면 좋은 기사



▲ 루디건즈(Rudy Guns) - MW-38423




▲ 락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70년대 ROCK 명반 BEST 5




▲ 크라잉 넛(Crying Nut) - OK목장의 젖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