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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스미스(The Smiths) - Strangeways, Here We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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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21: 스미스(The Smiths) - Strangeways, Here We Come

 

[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광기에 관하여 ]

   

  

■ 항상 엔진을 켜둘께

 

“만약 그때가 온다면, 항상 듣던 스미스를 들으며 저 멀리로 떠나자.” 우리나라 1세대 인디밴드인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의 “항상 엔진을 켜둘께” 가사 중 일부다. 내가 이미 그 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고등학생 시절 나는 델리 스파이스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 노래를 듣다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들이 항상 듣던 “스미스”라는 게 뭘까? 그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했지만, 그 노래 자체도 내가 그 당시 가장 많이 듣던 노래 중에 하나였다. 항상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가사의 저 부분이 어느 날 마음에 걸렸다. 나는 곡에서 뿜어지는 질주감 넘치는 사운드를 느끼며, 그 스미스가 미국의 하드록(Hard rock) 밴드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엔진과 하드록. 괜찮은 조합이었다. 그런데 막상 검색해보니, 에어로스미스가 아니었다. 영국의 브릿팝(Britpop) 밴드 “스미스(The Smiths)”였다.

 

스미스의 노래 중에 처음으로 들은 곡은 “Panic”이었다. 노래 제목부터가 패닉인 노래. 하필 내가 검색해서 들어간 페이지엔, 친절하게 노래 가사가 한국어로 해석되어 있었다. 경쾌하고 개방적인 사운드에 조심스레 얹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러나 부드러운 목소리와 악기 연주는 내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광기에 젖어갔고, 광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곡이 끝났다. 가사를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 자기 인생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음악들이나 주구장창 틀어대는 몹쓸 DJ를 목매달아 죽여야 된다며 외치는 내용이었다. 곡 제목처럼 내 마음은 스미스로 인해 패닉 상태에 들어갔다. 밝은 사운드 위에 이토록 광기어린 정서를 자연스럽게 얹을 수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곧바로 스미스의 다른 노래도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 다음엔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이었다. “Panic”보단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곡이다. 사운드가 처절하다거나, 변화폭이 큰 것 같지는 않다, 꽤 편안한 사운드를 연주한다. 그 속에서 어딘가 애잔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 머리는 이미 어두운 밤하늘을 홀로 유유히 날아가는 중이다. 변화폭이 크지 않은, 기승전결이 흐릿한 곡 전개 속에서도, 깊은 감성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게 신비로웠다. 이미 이 두 가지 곡만으로도, 스미스라는 밴드는 충분히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인터넷 음반 쇼핑몰로 접속해, 스미스 베스트 앨범을 구입했다. 여기까지 들어보니, 델리 스파이스가 “항상 엔진을 켜둘께”라는 노래를 부르며, 표출하고자 했던 정서가 마음속에 더 뚜렷해졌다. 그것은 에어로스미스가 노래하던 강렬한 질주가 아닌, 스미스가 노래하던 쓸쓸한 밤거리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 스미스(The Smiths) 멤버들, 좌측부터 앤디 루크(Andy Rourke: 베이스), 모리세이(Morrissey: 보컬), 마이크 조이스(Mike Joyce: 드럼), 조니 마(Johnny Marr: 기타)

 괴짜 밴드

 

유명한 록 밴드치고 괴짜 아닌 밴드가 어디 있겠냐만, 스미스는 특히 괴짜다. 그들을 괴짜 밴드라고 칭할 가장 큰 근거는 역시, 밴드의 프론트맨인 “모리세이(Morrissey)”다. (우리말로 “모리씨”라고 읽어야 더 원어에 가깝다곤 하지만, “모리세이”라는 표기로 우리나라에 더 유명하니 이건 넘어가자.) 모리세이는 다른 록스타들과 차별점을 여럿 두고 있는데, 일단 외모부터가 다르다. 불량하고 과격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다른 록스타들에 비해, 모리세이는 이지적이고 말끔한 인상을 준다. 누가 섹스를 더 많이 했느냐 대결이라도 벌이듯, 자신의 문란한 성생활과 변태적인 취향을 자랑하는 다른 록스타들과는 달리, 모리세이는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밝히며 섹스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채소는 전혀 안 먹을 것처럼 사납게 생긴 다른 록스타들과는 다르게, 모리세이는 비건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런 괴짜 모리세이에게 같이 밴드를 하자고 끌어들인 게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다. 조니 마를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앤디 루크(Andy Rourke)”와 드러머 “마이크 조이스(Mike Joyce)”까지 합세해 만들어진 밴드가 스미스다. 이러니 괴짜 밴드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내가 그들을 괴짜 밴드라 부른 게, 단순히 모리세이의 인간성만 놓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들을 록 밴드계의 괴짜라고 불러야 할 진짜 이유는 그들의 음악에 있다. 모리세이는 자신이 하는 음악에 흑인 음악 느낌이 들어가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스미스 음악에는 다른 록 밴드들이 이어오던 록 음악의 블루스(Blues) 색채는 거의 빠져있다. 록 음악의 시작은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Country music)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스미스의 록 음악은 블루스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강렬한 느낌은 사라지고, 컨트리 뮤직 특유의 편안하고 찰랑대는 느낌이 강하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사운드와는 달리, 어딘가 깊은 애수를 뿜어내는 정서가 독특하다.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의 역설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가사다. 스미스 가사는 대부분 모리세이가 작사하는데, 모리세이 특유의 광기가 잘 묻어나온다. 광기어린 파격적인 가사가 편안하고 부드러운 사운드와 안 어울릴 듯, 은근히 잘 어울린다.

  

   

▲ 2번 트랙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

 모리세이가 유일하게 듣는 스미스 앨범

 

스미스는 왜, 다른 록밴드처럼 파괴적인 사운드로 광기를 표출하지 않고, 부드러운 사운드로 광기를 표출했을까? 누가 생각해도 광기는 결코 부드럽거나 편한 것이 아니다. 편안한 것이 아니기에, 음악도 편안하게 나오면 안 된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괴짜 밴드 스미스는 일부러 이렇게 어려운 길을 택한 걸까? 이러한 질문들은 역시 그들의 음악을 반복 청취하다 보면, 자연스레 해답이 오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얻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앨범 딱 하나만 뽑으라면 역시, 스미스가 1987년에 발표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정규앨범인 “Strangeways, Here We Come”을 뽑겠다.

 

이 앨범 발매 직후, 밴드의 핵이었던 모리세이와 조니 마의 불화로 밴드가 해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세이는 이 앨범을 스미스 해체 후에도 계속 듣는 유일한 스미스 앨범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를 아는 사람들은 이 밴드의 첫 정규앨범이나, 세 번째 정규앨범 “The Queen Is Dead”를 최고 명반으로 뽑는다. 모리세이가 네 번째 정규앨범을 두고 저렇게 말한 걸 보면, 다른 앨범에는 없는 특별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내가 짐작해보기로,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모리세이가 제작자로서 가장 만족한 앨범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만큼 모리세이가 스미스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이상적 모습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앨범이었으리라. 물론 나에게도 이 앨범이 가장 스미스다운 앨범으로 느껴진다. 스미스 앨범 중에 가장 애절하고, 가장 광기어린 앨범이라 할 수 있다.

 

 

 편안한 듯 날카로운 사운드

 

이제부터 수록곡들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1번 트랙 “A Rush And A Push And The Land Is Ours”는 첫 트랙다운 행진곡 느낌이 강한 곡이다. 거기에 스미스 특유의 나른한 느낌이 조금 섞여서 이색적이다. 2번 트랙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에선 좀 더 날카로워진 펑크록(Punk rock)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블루스 느낌은 거의 나지 않는다. 스미스 스타일 펑크록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스미스는 저번 정규앨범 “The Queen Is Dead”에서 다양한 악기를 도입하며 사운드의 큰 변화를 보였는데, 그런 변화가 이 곡에서도 감지된다. 펑크록 사운드 사이에 활기찬 브라스밴드(Brass band) 사운드가 들어가 이색적이다. 활기차면서도 날카로운 사운드 위로, 모리세이의 나른한 목소리가 여유롭게 유영한다.

  

 

▲ 4번 트랙 “Girlfriend In A Coma” 뮤직비디오

3번 트랙 “Death Of A Disco Dancer”는 처음엔 길게 늘어지듯 지루한 느낌으로 곡을 시작한다. 곡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사운드가 다양해지고 바쁘게 움직이며, 곡에 광기를 더한다. 광기가 절정에 달할 때 곡이 끝난다. 곡 제목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광기에 젖어가며 파멸하는 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4번 트랙 “Girlfriend In A Coma”는 사운드와 가사의 괴리를 통해, 광기를 극대화시키는 곡이다. 스미스의 가장 큰 특색이 여기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사운드는 편안한 컨트리 뮤직 느낌이다. 가사를 안 보고 음악만 들으면, 그저 한가로운 휴일의 밝은 햇살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가사를 보면 무섭다. 한 남자가 자기 애인을 때려서 혼수상태로 만들었는데, 그걸 보고 놀란 남자가 자기 애인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내용이다.

 

3번과 4번 트랙을 보면, 스미스가 이때까지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더 명확해진다. 광기라는 건 사람들의 통념과는 다르게,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광기라는 건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복합적인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광기라는 게 언제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광기를 표출하는 사람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광기에 젖도록 지속적인 작용을 하는 어떤 일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사실 광기라고 하는 것은 우리 일상 속에, 우리 주변에 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광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인지를 잘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을 뿐이다.

 

 

 광기도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

 

광기라는 건, 100년에 한 번 벌어질까 말까한 특별한 이벤트 따위가 아니다. 인생을 뒤집어 놓을만한 강렬한 일탈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 한 사람의 인생을 한꺼번에 부정하는 저속한 농담에 몰두하는 것, 저런 저속한 농담처럼 결코 웃어선 안 될 일에 미친 듯이 웃어대는 것, 남이야 어떻게 망가지든 자신의 이득이나 즐거움을 위해 남을 해치는 일, 남의 기분은 고려도 하지 않고 독설과 비방을 퍼붓는 것,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가서 식음을 전폐하고 방안에 틀어박히는 것,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이 심해져서 자살충동을 느끼는 일, 이 모든 것들을 다 없는 일 취급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업에 다시 몰두하게 되는 것, 등등. 이 모든 게 광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내가 적어놓은 저런 일들 중에 단 하나라도 당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이 있는가? 저 중에 단 하나라도 주변에서 보지 않은 일이 있는가?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우리 모두는 이미 일상과 주변에서 광기들을 수도 없이 맞이한다. 뉴스에 나올만한 일만이 꼭 광기가 아니다. 일상이 이미 광기로 가득하다.

  

   

▲ 5번 트랙 “Stop Me If You Think You’ve Heard This One Before” 뮤직비디오

우린 이미 마음속에 다 광기를 품고 살아간다. 그 광기가 너무 흔해서 사람들이 그저 넘어갈 뿐이다. 광기는 광기인데, 너무 흔해져서 광기로 치지도 않게 되어버린 광기들. 스미스가 노래하는 광기란 바로 이런 광기를 의미한다. 광기도 흔해지다 보니,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제 아무리 심한 광기도 “일상”이라는 단어와 결합하게 되면, 당연한 것, 편안한 것이 되어버린다. 당연한 것, 편안한 것이 되어버린 광기. 우린 이런 광기를 제대로 위로 받지도 못한 채로 일상을 이어간다. 일상이라고 부르는 그 광기 속에 헤매는 채로. 스미스는 광기라고 부르기엔 일상 속에 녹아버려서 너무 흔해져버린, “애매한 광기”에 대해 노래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운드는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애매하게 불편하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의 노래는 위로가 된다. 그 누구도 광기라고 말해주지 않는 것들을 광기라고 지적하며, 우리의 일상적인 광기를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다시 4번 트랙 “Girlfriend In A Coma”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이 감추고 쉬쉬하지만, 이런 데이트 폭력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주변에서 훨씬 흔하다. 물론 모리세이가 이런 사회 비판적 요소를 고려하며 곡을 썼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건 사실이다. 최근에서야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데이트 폭력 문제가 조금씩 공론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연인 사이에 데이트 폭력이 흔한 것임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지 않았나. 스미스는 이 점을 지적했다. 너무 흔해져서, 그것이 주변 속에 일상이 되어버려, 광기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해진 그 처참한 광기를, 편안한 컨트리 뮤직 사운드에 녹여내서 표현한 것이다.

 

 

 광기 속에서도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고

 

앞서 얻은 관점을 가지고 이 앨범의 다른 트랙들도 살펴보자. 5번 트랙 “Stop Me If You Think You’ve Heard This One Before”는 스미스의 음악 치고는 꽤 격정적이고 신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나 스미스 특유의 나른한 느낌은 계승된다. 격정적인 느낌과 나른한 느낌의 결합으로, 이 노래 속 화자가 꽤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저지른 실수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치고 싶어도 잘 고쳐지지 않아 일상 속에 고착화 된 그런 실수 말이다. 7번 트랙 “Unhappy Birthday”는 제목부터가 사람들의 통념을 강하게 후려친다. 다른 생일 축하 노래처럼 편안하고 발랄한 것 같으면서, 어딘가 심각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다. 사실은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축하해주기도 싫은데, 권력관계 등의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억지로 없는 말을 꾸며내서 축하해주는 생일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스미스는 그 누구도 쉽게 얘기하지 않는 이런 부분을 지적한다.

  

   

▲ “Last Night I Dreamt That Somebody Loved Me” 싱글 버전

8번 트랙 “Paint A Vulgar Picture”는 밝은 듯 어딘가 애절한 느낌의 곡이다. 창밖으로 내다보면서 들으면,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숨은 광기와, 그 광기가 빚어낼 일상들을 고요히 바라보게 된다. 9번 트랙 “Death At One’s Elbow”는 시작부터 발랄하고 활기찬 사운드로 시작한다. 그러나 가사는 어딘가 이상하다. “Don’t come to the house tonight. Oh Glenn. Because there's somebody here who really really loves you. (오늘 밤엔 집에 오지 마. 오 글렌. 거기엔 너를 무지 무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야)”라니. 사랑이 뭐가 어때서?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광기를 다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안에 들어있는 광기를 너무 쉽게 허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런 가사를 인식하면, 신나는 음악이 어딘가 다급하게 들린다.

 

6번 트랙 “Last Night I Dreamt That Somebody Loved Me”와 마지막 10번 트랙 “I Won’t Share You”는 스미스의 노래 중에서 가장 애절한 노래들이다. 우리가 일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애수가 한꺼번에 자신을 덮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노래했다. 6번 트랙은 제목부터가 오랫동안 사랑을 갈망했지만, 전혀 사랑을 느낄 수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임을 감지할 수 있다. 곡 전체에서 풍기는 어둡고 웅장한 사운드 위로, 모리세이의 나른한 목소리가 유유히 흐른다. 거대한 외로움을 맞이하지만 그것마저도 일상이 되어, 지치고 지쳐버린 사람의 마지막 절규를 듣는 것 같다. 반면에 10번 트랙은 어렵게 얻은 사랑을 마침내 떠나보내며 부르는 노래 같다. 내가 스미스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I Won’t Share You(널 나누지 않을 거야)”라고 계속해서 읊조리지만, 조니 마의 가늘게 떨리는 기타소리는 천천히 떠나가는 연인의 쓸쓸한 발걸음을 담아내고, 모리세이의 나른한 목소리는 떠나보내는 게 죽을 만큼 싫어도, 서로 떠나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을 예감하는 것 같다. 스미스의 마지막 정규앨범에 실린 마지막 트랙이라서 더 애절하게 다가온다.

  

  

▲ 10번 트랙 “I Won’t Share You”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일상적 광기에 관하여

 

우리 모두는 위로를 바란다.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남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럴 때 자신의 마음과 잘 맞는 음악을 만나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스미스의 음악은 낯설다. 광기를 노래하면서도 부드러운 사운드로 일관하니, 애매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는 순간.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큰 위로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 스미스의 음악이다. 음악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되새길 때, 스미스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은 “일상적 광기”를 노래한 스미스. 그런 스미스의 음악을 소중하게 여기게 만들어주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앨범이 바로 이 앨범 “Strangeways, Here We Come”이다. 비록 스미스의 마지막 앨범이 되긴 했지만, 난 그들에게 오히려 이런 훌륭한 앨범이라도 남기고 떠나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글을 쓰면서 느낀 게 있다. 내가 이런 미친 일상들 속에서도 그나마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내 마음처럼 광기에 젖은 음악들이 나를 위로해 주기 때문이라고.

   


트랙리스트

 

1. A Rush And A Push And The Land Is Ours

2.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

3. Death Of A Disco Dancer

4. Girlfriend In A Coma

5. Stop Me If You Think You’ve Heard This One Before

6. Last Night I Dreamt That Somebody Loved Me

7. Unhappy Birthday

8. Paint A Vulgar Picture

9. Death At One’s Elbow

10. I Won’t Sh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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