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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CD나 LP로 된 음반은 왜 구입하는 걸까?

[ 인생명반 스페셜 9 ]

 

 

제목에 드러낸 저 질문. 언젠가 꼭 한 번 다루고 싶었다. 명색이 음반 리뷰 시리즈인데, 음반을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면 명색이 무색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음반 수집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에겐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기에. 음반 수집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흔히 CD 혹은 LP라는 말로 대표되는 “음반”이라는 것. 요즘엔 디지털(Digital) 음반이라는 말과 구분하기 위해, 피지컬(Physical) 음반이라는 말도 쓰는 것 같던데. 아무튼 CD나 LP 등으로 이뤄진 음반이라는 거, 왜 구입하는 건가?

 

기존에 CD 혹은 LP를 열심히 모으던 음반 수집가들은 이 기쁨을 안다. 그런데 대부분의 콜렉터들은 누가 “그런 거 돈 아깝게 왜 사냐?”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맨다. 콜렉터 본인은 그 기쁨을 분명하게 느끼는데, 그 느낌을 구체적이게 설명하려고 하면 항상 말문이 막힌다. 자신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매력적인 상대와 데이트를 하거나, 게임에서 이겼을 때 느끼는 기쁨처럼 선명한 기쁨인데, 왜 답을 못하는 걸까. 애초에 음식이나 데이트나 게임에서 느끼는 기쁨은 딱히 설명이 필요 없다. 누구나 다 아는 기쁨이니까. 그런데 음반 수집에서 오는 기쁨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경우엔 음반을 사서 기쁨을 느낀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남들의 의심을 불러온다. 간단하다. 보편적인 기쁨이 아니기 때문이다.

  

 

▲ CD와 LP의 차이를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 2000년대 들어서서 부쩍 많아진 질문

 

사실 뉴 밀레니엄이 도래하기 전에는, 음반을 사는 사람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다. 왜냐, 음반을 사는 것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는 기쁨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며, 기술이 보편화되고, 그에 따라 불법행위도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공짜” 음악에 익숙해졌다. 말 안 해도 다들 대충은 알 것이다. MP3 파일의 등장으로 음악을 적은 용량에 실속 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재생해주는 간편한 휴대용 플레이어까지 나와 버렸다. 그 다음에 나올 말, 다들 알 것이다. 이것이 음반 시장을 망쳐버렸다. CD 판매량은 2000년도 들어서면서 10분의 1로 줄어버렸다. 음악이 “공짜”인 게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다.

 

자신들의 존립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음반 업계가 이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었다. 그들은 불법 MP3 다운로드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그 호소에 소수는 반응했다. 그 소수 중에는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는 해당 뮤지션의 팬인 사람도 있었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고지식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주변 사람 십중팔구는 음악을 공짜로 즐기는 게 생활화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든 음반을 사는 사람을 별종 취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CD는 MP3만큼 간편하게 구할 수 없었고, CDP는 CD의 크기를 감당하느라, MP3 플레이어에 비하면 휴대성이 지극히 떨어졌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리함을 택했다. 편리함보다 뮤지션의 호소와 준법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별종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 나도 MP3 플레이어를 참 좋아했는데...

  

  

■ 콜렉터들은 훨씬 바보 취급을 받게 되고

 

그런데 이런 고지식한 사람들도 머리가 있으면 다들 알 것이다. 누가 봐도 MP3가 훨씬 편리하다는 걸. 음반 시장도 더 이상 자신들의 호소가 대중에게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사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그 땐 이미 대중 모두가 MP3를 쓰고 있었다. 아무리 소수의 권력이 다수를 지배한다지만, 그 다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공권력도 더 이상 힘을 못 쓰게 될 정도로 MP3 불법 다운로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음반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아예 본인들 스스로가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정보력과 자본을 이용해, 디지털 음원 시장을 형성해버린 것이다. 현재 나와 당신이 열심히 이용 중인 멜론(MelOn), 벅스(Bugs), 스포티파이(Spotify),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준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음반을 구입한다는 명분도 사라진 셈이다. 음반 시장이 먼저 나서서 디지털 음원을 돈 주고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 아니, 사실 뮤지션이 좋아서 음반을 산다는 사람도 많이 사라졌다. “스밍”만 돌리면, 그 뮤지션에게 상업적으로 공헌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무리 “볼빨간 사춘기”가 2억 스트리밍으로 겨우 7000만원 밖에 못 벌었다는 기사(링크)까지 등장해도, 사람들은 도무지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미 자신은 돈을 냈고, 지킬 건 지킨다는 만족감에 충분히 취해 있으니까, 그런 스트리밍 음원 시장의 부조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셈이다. 점점 CD나 LP로 된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들만 훨씬 바보가 되어가는 요즘이다.

  

  

▲ LP

 

  

■ 이제는 콜렉터들이 답해야 할 때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했고, 2010년대도 막바지인 지금은 거의 스트리밍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듯, LP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여러분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사실 LP에 비해 CD가 덜 주목 받는 느낌이 있긴 한데, 놀라운 건 CD의 몰락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직 LP보다 CD가 훨씬 많이 팔린다는 점이다. 이제는 다운로드 시장이 줄면서, 아예 LP와 CD의 합계가, 다운로드 시장을 앞지른 기현상도 벌어졌다.(링크) 이런 현상은 뭘 의미하는가? 아직 음반을 소장하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음반 수집을 사랑하는 당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더 이상 남이 “음반, 그거 왜 사?” 이렇게 물어보면 당황하지 말고, 명확히 대답하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저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야 하고. 그래야 우리의 취미가 조금이라도 더 존중 받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덜 침해 받는다. 시대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젠 우리 콜렉터들이 명확히 대답해야 할 때다. 그래서 다섯 가지 가장 큰 이유를 나열해봤다. 저 질문에 콜렉터 여러분이 답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 (좌) "너바나(Nirvana)"의 정규 2집 앨범 "Nevermind"의 표지.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음악성을 선보인 밴드지만, 앨범 커버에선 아기가 돈을 잡으려 하고 있다. 일종의 반어법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한 앨범 커버라고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너바나는 이 앨범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우) "킹크림슨(King Crimson)"의 정규 1집 앨범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의 표지. 이 앨범에 들어있는 음악들은 앨범이 나온 69년 당시로선 경악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 앨범이 얼마나 경악스러운 앨범이었는지, 앨범 커버에 그려진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

  

▲ (좌) "비틀즈(The Beatles)"가 69년 발표한 정규앨범 "Abbey Road"의 표지. 요즘 대다수 10대, 20대들 사이에선 저 안에 들어 있는 음악보다, 앨범 커버가 훨씬 더 유명할 것이다. 커버의 촬영지는 EMI 스튜디오 바로 앞에 위치한 길로서, 현재 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비틀즈 팬에게 성지나 다름없다. (우)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정규 6집 앨범 "Aladdin Sane"의 표지. 당시 데이빗 보위가 내세운 중성적이고 외계인스러운 모습이 한 번에 드러나는 앨범 커버. 본 앨범 안에 들어 있는 여러 파격적인 실험을 펼친 음악들과도 잘 어울린다.

  

  

① 음악을 청각뿐 아닌 다른 감각으로도 즐길 수 있다

 

CD나 LP를 사면, 그 자체로 음악을 청각으로만 즐기는 수준에서 벗어나게 된다.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손에 쥐고, 촉감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손에는 차가운 플라스틱 혹은 바이닐이 쥐어져있지만, 그 안에는 친구처럼 친밀한 음악들이 들어있다. 음반을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 그 안에 들어 있는 음악들을 상상하게 된다. 음악을 귀로 듣지 않아도 촉각을 통해 이미 즐기고 있는 셈이다. 귀에만 맴도는 음악이 아닌, 친구에게 다정한 손길을 내밀 듯, 음악을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반은 음악을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한다. 음반을 감싸고 있는 커버는 대게 그 음악에 어울리게 만들어진다. 음반 커버는 음반 안에 들은 음악을 더 잘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물론 앨범 커버는 CD나 LP를 사지 않아도, 음원과 함께 디지털화되어 전자기기에 삽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음반에 박힌 커버는 전자기기와는 분리된 개체다. 음반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이나 종이 따위들이 모두, 오직 음반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애초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음악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기가 아니다. 그런 기능은 그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음반은 아니다. 음반은 오직 음악 소장이라는 그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다. 음반은 그 자체로 컴퓨터나 스마트폰과는 분리된 또 하나의 세계인 셈이다. 오직 음악 소장만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하는 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 LP 인테리어의 좋은 예. 선반 위에 올려진 물건은 LP를 재생하는 기계로서 “턴테이블”이라 부른다.

  

 

② 뮤지션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한 뮤지션의 음반을 소장한다는 것은, 그 뮤지션의 음악만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을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 함께하도록 들인다는 뜻이다. 자신의 책꽂이 한 쪽에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의 음반이 들어와 있다면, 그 음반을 볼 때마다 그 뮤지션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길 수 있다. 게다가 그 음반을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니, 음반을 산 본인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그 뮤지션을 존경하는지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집에 그 음반이 있고, 그 음반이 눈에 잘 들어오는 곳에 비치되어 있다면, 그런 성취감을 그만큼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성취감만큼 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③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집안을 좀 더 예술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꾸미고 싶은가? 뭔가 힙스터처럼 꾸미고 싶은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음반만큼 좋은 게 없다. 당신은 누군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 한 쪽 구석 책장에 빼곡하게 꽂힌 음반들을 보며 경도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남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을 때, 자신이 소장 중인 음반을 보여주는 것만큼 더 좋은 수단이 있을까? 음반을 반드시 책장에 빼꼭하게 채울 만큼 사지 않아도 된다. CD 한두 장, LP 한두 장을 커버가 잘 보이게 세워 놓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앨범 커버는 웬만하면 액자에 걸린 그림보다도 훨씬 신기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에 의외로 음반이 참 좋다.

  

 

▲ Da Capo, Record Store Berlin (recordstores.info)

  

  

④ 고음질 음원을 소장할 수 있다

 

이건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이유에 비하면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요즘 아무리 스트리밍 서비스가 잘 발달했다고 해도, 음반 안에 들어있는 원음만큼 음질이 좋을 수는 없다.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라 같은 음원이라도 음질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반을 소장하면, 음반 안에 들어 있는 음질을 가장 원본에 가깝게 감상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달로 무손실 FLAC 파일을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FLAC으로 제공하는 음원보다, FLAC을 제공할 수 없는 음원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반이 반드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FLAC을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건 우리나라 사정이고 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르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해서, 세상 모든 음원을 다 소장하고 있는 건 아니다. 유명하지 않은 음반은 물론이고, 가끔 유명 음반조차 서비스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게다가 음반사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에 미묘한 이해관계 때문에, 한 때 서비스 했던 음반도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렇게 음원 공급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마냥 이것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을 소장하지 않고 스트리밍만 이용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을 듣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얘기다. 물론 유튜브나 다른 어둠의 경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글쎄, 그런 비공식 수단으로 전해지는 음질이 음반 안에 들어 있는 원음만큼 잘 전해질까? 그럴 확률은 적다.

  

  

▲ 가정용 CD 플레이어

90년대 이전 우리나라 가요나 일본 음악 같은 경우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들다. 심지어 우리나라 가요 같은 경우엔 저작권 문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90년대 이후로 나온 음악이라도 서비스 못하는 음반이 꽤 많다. 이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2000년대 들어서야 뒤늦게 우리나라에 정착한 탓이다. 게다가 인디 뮤지션의 음반일 경우, 불과 10년 전 음반, 혹은 10년도 안 된 음반들 중에서도 서비스하지 않는 음반이 많다. 인디 뮤지션 특유의 열약한 환경 탓이 크다. 일본 음악의 경우, 일본 시장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스트리밍 사이트에 음원을 제공하는 걸 아직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일본은 음악에 대한 저작권 관리가 어느 나라보다도 깐깐하다. 내수 시장도 이미 탄탄한 일본인지라, 음원을 수출하지 않는 음반사도 많다. 음원을 수출해봐야, 불법 음원만 더 많아질 테니 말이다.

 

일본 음악이나 90년대 이전 국내 음악을 조금이라도 깊이 있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듣고 싶은 음반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지 못하는 상황을 한 번이라도 반드시 겪게 될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하다 보면, 듣고 싶은 음원을 정식으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꼭 한 번씩은 생긴다. CD는 리핑을 통해, MP3 파일 혹은 FLAC 파일로 직접 추출해서,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에 옮겨 담을 수도 있다. LP의 경우는 요즘 나오는 것들 보면, 음반사에서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직접 배포해주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도 음반은 여전히 소장가치가 있다.

  

  

▲ 싸이, 볼빨간 사춘기 음원수익이 이거 밖에 안된다고?

  

  

⑤ CD와 LP가 현재까지도 뮤지션에게 수익이 분배되는 가장 정당한 수단이다

 

처음 세 개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유, 두 번째다. 아직까지는 CD나 LP만큼 해당 뮤지션에게 이상적으로 수입이 분배되는 매개체도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요 수입 수단은 정액제다. 노래가 10곡 정도 들어있는 CD 한 장은 대게 15000원 정도인데, 스트리밍 한 달 이용권은 아무리 비싸도 10000원을 겨우 넘는다. CD 제작비를 다 빼더라도, 스트리밍으로 한 달에 이용하는 음원 개수를 생각하면, 딱 봐도 불공정한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는 2015년 내한 공연과 더불어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어가 노엘 갤러거에게 한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 분배 수준을 얘기하자, 노엘 갤러거는 “이건 범죄다.”라며 분노했다.(링크)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분배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소비자나 스폰서와의 이해관계가 이미 복잡하게 얽혀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상황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도 똑같다. 다만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두세 배 비싼 가격으로 정액제를 시행하며 개선하고 있다. 외국에선 일찍이 뮤지션들이 직접 나서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불공정한 수익 분배를 문제 삼았고, 계속해서 싸운 결과로 그나마 이 정도로라도 이뤄낸 것이다.(링크) 그렇더라도 여전히 CD나 LP를 파는 것만큼 이상적인 방법은 아닌 셈이다. 돈을 내고 스트리밍을 즐기는 건 불법은 아니지만, 수익 분배에 있어서 여전히 불합리한 부분이 존재한다. 합법이지만 씁쓸한 합법인 셈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뮤지션이 정당한 수익을 얻길 바란다면, 그 뮤지션의 CD 혹은 LP를 사주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니, CD 혹은 LP를 사주는 것이 좋다.

  

 

▲ 휴대용 CD 플레이어

  

  

■ 음반 수집은 여전히 좋은 취미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기존부터 음반을 모으던 콜렉터도 있겠지만, 음반을 단 한 장도 소장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음반을 모으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당신이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무조건 음반을 구입해야 해!”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당신에겐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 나름의 방법이 있을 테니까. 이해한다. 다만,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이유들이 있으니 음반을 구입하는 행위를 낭비라고만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음반을 단 한 장도 소장하지 않은 당신, 혹시 이 글을 읽고 음반을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는가? 당부하는데, 사지 마라. 그런 취미 한 번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당신의 돈은 소중하다. 소중히 지키길 바란다. 그러나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확실히 음반 수집은 재밌다. 이 길에 발을 들이려면, 각오 단단히 하길 바란다. 빠져나오기 힘들 테니.

 

21세기 현대 사회는 돈을 소비하는 수백, 수천, 수만 가지 방법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보편적으로 이해 받을 수 있는 소비도 있고, 이해 받기 힘든 소비도 있다. 21세기 현재에 음반 수집이라는 게, 이해 받지 못할 소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기억하라. 소비는 언제나 꼭 필요한 것에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소비는 오히려 꼭 필요하진 않지만 왠지 갖고 싶은 것, 혹은 없어도 삶에 지장 없는 것 위주로 이뤄진다. 우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맛있는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맛있는 음식에 돈을 소비하는가? 우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좋은 옷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좋은 옷을 가지는데 돈을 소비하는가? 살아가는데 술을 마시고, PC방을 가고, 노래방을 가고, 카페에 갈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 다 없다. 다 없어. 그런데 우리는 모두 이 모든 것에 돈을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누군가가 음반 수집가를 더러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고 혀를 끌끌 차는 건 모순인 셈이다. 그렇게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을까? 그도 사실 소비 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현명하게 소비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소비 중 과반은 이미 순전히 즐거움만을 위해 이뤄진다. 왜 즐거움에 값을 매기려고 할까? 왜 즐거움에 가성비를 매기려고 할까? 소비를 즐기는 본인만 즐거우면 그만인데. 우리나라 사회는 남들과 함께하는 소비에는 관대하지만, 개인적 취미에 돈을 소비하는 건 유독 한심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취미 때문에 한심한 사람 취급 받으면 피곤하긴 하다. 이 사회가 좀 더 다양한 즐거움이 존중 받는 곳이 되길 바란다. 음반 수집이라는 취미로 음악을 깊이 있게 즐기는 당신을 응원한다. 음반 수집은 음악을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21세기가 된 지금도 여전히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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