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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퀸(Queen) – A Day at the R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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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3: 퀸(Queen) – A Day at the Races

 

[ 그의 노래를 추억함은 내 인생에서 최고로 찬란했던 순간을 추억함이다 ]

 

 

■ 부모님과 함께 교회로 향하던 그 길에서

 

지금은 악마주의, 적그리스도, 무신론 등으로 종교에 대해 적대적인 사상이 실컷 함유된 예술 작품들에 심취하는 본인이지만, 어렸을 적의 나는 부모님과 함께 교회를 다녔다. 정확히는 내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억지로 끌고 간 것이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대구에서 교회를 다니다가, 교단에서 우리 아버지께 경주에 있는 한 교회에 직책을 하나 부여해서,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은 잠시 경주로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엔 도로가 지금만큼 많이 발달한 때가 아니어서, 대구에서 경주로 도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기본적으로 2시간을 잡아야 했다. 기본이 2시간이다. 왕복도 아니고, 편도로만 2시간 이상이 걸렸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아직 2차 성징도 제대로 맞이하지 않은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지금보다 체감 시간이 훨씬 느렸기 때문에, 차 안에서만 한 번에 2시간 이상을 보낸다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매 일요일 마다, 대구에서 경주로 교회를 가고, 경주에서 대구로 집에 돌아가는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다가, 어느 날엔가 갑자기 부모님이 전에는 틀지 않은 새로운 카세트테이프를 차 안에서 틀었다. 영어로 된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가수가 노래를 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그 노래들에 관해 대화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다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이름이 “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나는 밴드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던 때라서, 그냥 가수 이름이 “퀸”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아무리 영어가 짧아도, “퀸”이라는 단어가 “여왕”이라는 뜻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가수 이름은 “퀸”인데 왜 노래 부르는 사람은 남자일까? 그게 참 궁금했다. 그건 다 자란 성인이 된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무튼 우리 부모님은 그 때부터 교회를 오가는 차 안에서 항상 퀸의 노래를 틀었다. 그런데 그 “퀸”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왠지 어딘가 신나고 재밌어서, 아무리 많이 들어도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가사가 영어라서 무슨 말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퀸의 노래들 그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 밴드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로저 테일러(Roger Taylor)

 

■ 추억 속에만 묻어두던 그 이름이 다시 내게 찬란하게 빛나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부터 아버지께서 경주에 있는 교회에서 맡은 직책이 끝났다. 우리 가족은 다시 대구의 집 근처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차 안에서 퀸 노래를 듣는 일이 끊기게 되었다. 내 희미한 기억으로는 내가 아무래도 가요를 듣고 싶어서, 부모님께 가요 틀어달라고 졸랐던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께서도 은근히 퀸의 노래가 질리셨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퀸의 노래는 이 무렵부터 서서히 그저 추억에만 묻히게 되었던 것 같다.

 

열네 살이 되어 오타쿠가 된 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에 관심이 많은 오타쿠들 대부분이 으레 그렇듯이, J-POP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라르크 앙 시엘, 범프 오브 치킨, 오오츠카 아이, 등등 여러 J-POP 가수들은 나를 완전 그 세계로 빠지게 했다. 일본어를 모국어만큼 잘 알지는 못해도, 일본어에 한글 자막으로 된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일본어라는 언어가 꽤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조금씩 외국어로 된 노래도 모국어로 된 노래 못지않게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열일곱 살에는 영어로 된 노래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더 많이 듣게 되었고, 웹서핑을 하다가 퀸의 “I Want to Break Free”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내 추억 속에만 묻혀 잠자고 있던 퀸의 이름이 다시 내 마음 속에 일어나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차 안에서 퀸의 음악을 들었던 그 추억을 되새기며, 퀸의 노래를 내 손으로 다시 찾게 되었다. “I was Born to Love You” “Radio Ga Ga” “Bohemian Rhapsody” “Don’t Stop Me Now”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어린 시절에 들었던 퀸의 노래는 여전히 좋았다. 아니, 오히려 어렸을 적에 들었을 때보다 더 좋게 들렸다.

 

퀸이 가수가 아니라, 밴드라는 사실도 이 무렵에 알게 되었다. 프레디 머큐리가 하얀 피부에 금발 머리를 한 유럽계가 아닌, 인도계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모두 하얀 피부에 금발 머리를 한 유럽계라고 생각하던 그런 무식한 시절도 있었는데,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동양인이었다는 사실이 꽤 신기했다. 곧이어 그가 양성애자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내가 어린 시절 제일 좋아했고, 제일 많이 흥얼거리던 퀸의 노래 “Don’t Stop Me Now”가 사실 섹스에 관한 가사였다는 걸 알고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로 기쁨 혹은 충격 등을 느끼는 시간도 잠시, 나는 급격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나인 인치 네일스, 너바나, 섹스 피스톨즈 같은 분노에 가득 찬 감성의 음악들만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밝은 감성을 노래하는 퀸의 노래들은 멀리하게 되었다.

 

  

▲ "Radio Ga Ga"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의 퀸 멤버들, 좌측부터 존 디콘(John Deacon: 베이스 기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보컬, 피아노), 로저 테일러(Roger Taylor: 드럼), 브라이언 메이(Brian May: 기타)

 

■ 분노와 슬픔을 떨쳐버리기 위해

 

사람이 더 이상이 떨어질 곳이 없다면, 가장 깊은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면, 그 다음엔 그 바닥을 치고 다시 튀어 오르는 것밖에는 없다고 한다. 나의 우울증은 자살하기 위해 자살할 날짜까지 일기장에 적어 놓고, 자살할 방법을 진지하게 궁리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심각한 우울증이 거짓말처럼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무렵에 한참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길이 남을 명반들을 찾아 듣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는데, 배철수 선정 100대 팝 명반 리스트에서 퀸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앨범은 “A Night at the Opera”였다. 사실 이 앨범 전에 퀸의 최고 명반은 “Greatest Hits”라는 말을 듣고, 그 앨범을 구입해서 잠깐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A Night at the Opera”를 접하고 나서, 퀸이 웬만한 헤비메탈 밴드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정교한 연주력과 그 어떤 밴드도 모방하지 못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록 밴드였다는 걸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 나는 퀸의 노래가 아닌 퀸의 정규 앨범들에 빠지게 되었고, 이윽고 퀸의 정규 앨범 열다섯 장을 모두 모으기에 이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퀸의 열성팬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록스타들을 잘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어떤 시대적 이데올로기의 상징 같은 느낌이 늘 있기 마련이다. 커트 코베인을 생각하면 X세대라는 말로 대변되던 세기말 청년들의 우울하고 무력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시드 비셔스를 생각하면 무너지는 영국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분노와 조롱을 퍼붓는 펑크 정신이 떠오르고, 존 레논을 생각하면 반전(反戰) 운동을 열심히 전개하던 그 모습이 떠오르고, 짐 모리슨과 지미 헨드릭스를 생각하면 히피들의 전성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와 그가 몸담았던 밴드인 퀸을 생각하면, 그들이 활동하던 20세기의 풍경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되기는 하지만, 어떤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떠올리기는 힘들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프레디 머큐리와 퀸 멤버들이 의도한 것이었을 테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계층과 세대와 인종, 국경,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만큼 퀸의 음악은 굳이 일부러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성은 전혀 가볍기만 하지 않다. 그들은 오히려 음악성에 있어선 철저히 정교함을 추구했고, 새로운 것을 늘 갈망하여,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음악들을 쏟아냈다. 이것이 바로 퀸이 다른 록 밴드는 가지지 못한 특수성일 것이다. 록 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진지한 이데올로기를 담아야 훌륭한 음악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 이런 퀸의 음악적 특성은 내 마음을 좀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세상을 향한 진지하고 뻣뻣한 분노로 가득 찬 내 마음에, 찬란하고 부드러운 여유를 심어준 것이 바로 퀸의 음악이었다.

 

 

▲ 70년대의 퀸 멤버들

 

■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가장 밝고 맑은 미성으로 노래하다

 

내가 퀸에게 한참 빠져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앨범이 그들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A Day at the Races”였다. 이 앨범은 퀸이 “A Night at the Opera”로 정상급의 인기를 누리며 한참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 나온 앨범이다. 퀸은 1976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앨범을 UK 차트 1위 앨범에 이름을 올리며 전성기를 성공적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은 앨범은 아니다. 골수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앨범이 퀸 앨범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앨범이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에 있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앨범을 끝으로 다음 앨범인 “News of the World”부터 자신의 가창법과 음색을 좀 더 강하고 굵게 변화시켜 나간다. 그런 만큼 프레디 머큐리의 여성 보컬 못지않은 밝고 맑은 미성은 본 앨범에서 절정에 달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이 가장 빛나는 트랙은 2번 트랙 “You Take My Breath Away”다. 이 곡은 사랑하는 연인을 찬양하는 가사로 가득한데, 멜로디는 어딘가 애잔한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가사 속 화자는 자신의 연인과 헤어진 것 같다. 헤어진 연인을 추억하며, 당신을 반드시 찾고야 말겠노라고, 당신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며 흐느낀다.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은 연인에 관해 추억하는 것이라면 이별까지도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한다. 헤어진 연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 연인과의 이별이 얼마나 슬픈지,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은 이 두 가지 대비된 감성을 동시에 탁월하게 표현한다. 당신을 마침내 찾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다짐을 아름다운 미성으로 노래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그의 다짐이 아름답고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자연스레 가늠하게 만든다.

 

 

▲ 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지원하는 2번 트랙 "You Take My Breath Away" 음원

 

▲ 1981년 퀸의 몬트리올 공연에서 선보인 본 앨범의 6번 트랙 "Somebody to Love"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은 뒤이어 4번 트랙 “The Millionaire Waltz”에서도 이어진다. “The Millionaire Waltz”는 클래식 왈츠 리듬과 하드 록이 결합한 곡으로서, “Bohemian Rhapsody” 못지않은 퀸의 음악적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곡이다. 퀸 멤버들은 왈츠 리듬과 하드 록 리듬을 동시에 탁월하게 소화하며, 두 가지 상반된 장르를 하나에 곡 안에 자연스레 녹여들게 만든다. 퀸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력 위에,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이 얹어지며, 곡 진행은 좀 더 역동적인 탄력을 얻게 된다. 5번 트랙 “You and I”도 주목해 볼만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애 상대와 한참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 풋풋하고 예쁜 모습을 경쾌한 리듬에 담아서 그린 노래다.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은 연애 초기의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이 트랙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은 산들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은 산뜻한 느낌을 전달한다. 연애 초기의 설레는 느낌을 1980년 이후의 프레디 머큐리가 추구했던 강한 창법으로 부른다면, 이만큼 자연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You and I”는 프레디 머큐리가 이 시절에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을까.

 

 

■ 인생의 다양한 순간을 탄탄한 실력으로 표현

 

이처럼 본 앨범에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한 순간들을 가장 밝고 맑은 미성으로 표현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도 절정은 역시 본 앨범의 가장 대표적인 싱글이라고 할 수 있는 6번 트랙 “Somebody to Love”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CF에 삽입되면서 유명세를 얻은 본 싱글은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린 퀸의 대표곡 중 하나다. 이 곡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의 미성을 최대치로 활용하여, 적절한 강약 조절로 웅장한 느낌과 여린 느낌을 번갈아가면서 표현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너무 능숙하게 느껴져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마치 고난이 연속되며 고난을 쉽게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힘겨울 때가 생기는 들쭉날쭉 우리네 인생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 같다.

 

8번 트랙 “Good Old-Fashioned Lover Boy”는 가사의 내용으로나, 멜로디 진행으로나, 5번 트랙 “You And I”의 연장선 정도 되는 트랙이다. 이 곡에서도 5번 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풋풋하고 예쁜 느낌을 잘 느낄 수 있다. 일단 8번 트랙도 6번 트랙처럼 본 앨범의 대표 싱글로 뽑히는 곡이니,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재치 있으면서도 실험적인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 1번 트랙 “Tie Yout Mother Down”의 공식 뮤직 비디오

이 앨범은 프레디 머큐리의 미성 외에도, 본래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사바스 등과 같은 하드 록 밴드로 출발한 퀸이라는 밴드의 본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는 데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1번 트랙 “Tie Your Mother Down”은 파격적인 곡 제목처럼, 퀸의 하드 록 넘버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연주를 선보이는 곡이다. 또한 퀸의 공연 셋 리스트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이다. 그만큼 공연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이끌어 나갈 때 필수적인 곡이라는 얘기다. 퀸의 대표적인 하드록 넘버라고도 할 수 있겠다.

 

퀸을 하드 록 밴드가 아닌 단순히 “Love of My Life”같은 말랑말랑한 팝이나 만드는 밴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Tie Yout Mother Down”을 듣고 나서 충격을 금치 못할 것이다. 퀸이 블랙 사바스 못지않게 과격한 사운드를 표출하는 진정한 하드 록 밴드라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퀸의 하드 록 넘버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니 일청을 강력하게 권한다. 곡의 내용은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과 연애하는 걸 반대하는 네 부모의 말 따윈 듣지 말고 “네 엄마를 묶어버리고서라도 나와 함께 놀러가자!”고 여자에게 말하는 내용이다. 역시 이 곡의 과격한 사운드는 이런 곡의 파격적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다. 이런 퀸의 탄탄한 하드 록 연주 실력은 7번 트랙 “White Man”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이 곡은 1번 트랙에 비하면 분위가 좀 비장하고 엄숙하다. 퀸의 하드 록 밴드로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그 밖에 브라이언 메이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리드 보컬을 맡은 3번 트랙 “Long Away”도 꽤 괜찮은 곡이고,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리드 보컬을 맡은 9번 트랙 “Drowse”에서는 그 전 앨범들에서 항상 과격한 하드 록 넘버만 노래하다가, 얌전한 노래를 하는 로저 테일러가 새삼 신선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트랙 “Teo Torriatte (Let Us Cling Together)”는 프레디 머큐리의 맑은 미성을 가지고 일본어로 된 가사를 노래를 하는 색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퀸이 1집과 2집을 발표할 당시에, 자신들의 모국인 영국에서도 반응이 시큰둥했는데, 일본에서는 희한하게도 대 히트를 기록했고, 퀸 멤버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공항에 마중 나온 수많은 인파들을 발견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퀸이 일본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가 바로 10번 트랙이다. 인생에서 있어서 가장 감사했던 순간, 너무 감사해서 겸허한 마음까지 들었던 그 순간을 잘 표현한 곡으로써, 마지막 트랙에 딱 맞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 스위스 몽트뢰에 있는 프레디 머큐리 동상

 

■ 내 인생은 퀸의 음악과 함께 빛났다

 

퀸의 음악적 정서는 대개 밝은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내가 한참 매일 자살 충동을 느끼며 우울한 기분에 빠져 살았을 때는 퀸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다. 나의 우울함이 극에 달해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고 느낄 때, 나는 거짓말처럼 다시 밝은 정서를 되찾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밝은 정서를 되찾기 시작하던 그 시절을 대표하는 밴드가 바로 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레디 머큐리의 찬란한 실루엣과 그만큼 아름다웠던 그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내 인생이 다시 밝은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 그 찬란한 순간을 추억할 땐, 언제나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함께 떠오른다. 그의 목소리만큼 내 인생을 환하게 밝혀주는 목소리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앨범은 내가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를 사랑하게 만드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앨범이다. 언젠가 다른 세상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 인생이 밝아지기 시작할 때, 그 순간을 위해서 노래해 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고. 당신의 노래 덕분에 내 인생이 좀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다고.

 


트랙리스트

 

1. Tie Your Mother Down

2. You Take My Breath Away

3. Long Away

4. The Millionaire Waltz

5. You and I

6. Somebody to Love

7. White Man

8. Good Old-Fashioned Lover Boy

9. Drowse

10. Teo Torriatte (Let Us Cling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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