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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여성, 틀을 깨고 고통을 노래하다 - 해외 여성 보컬 명반 BEST 5

인생명반 스페셜 15

 

 

▲ 최초의 여성 마블 히어로 영화의 등장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 “캡틴 마블 (Captain Marvel)”의 예고편

201938일 미국에서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번째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인 캡틴 마블(Captain Marvel)”이 개봉했다. 페미니즘 논란으로 제대로 된 비평을 못 받고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페미니즘과는 별개로 히어로 영화로서는 기대이하라는 평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히어로 영화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블의 첫 번째 여성 주인공 영화라는 점에선 분명, 세계 영화사에 기념비적 작품이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점차 나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캡틴 마블의 배경이 된 9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그리고 그 잔재는 아직도 남아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성에게 어떤 스테레오타입을 강요하는 행태가 대표적이겠다. 여성은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예시가 되겠다. 그런데 그 예시를 이번에 캡틴 마블이 깨버린 것이다.

 

이번 글의 부제를 해외 여성 보컬 명반 BEST 5”라고 달긴 했지만, 이 글에서 정말로 얘기하고 싶은 건, “캡틴 마블처럼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낸 세계 여성 보컬들에 관한 것이다. 흔히 여성 보컬이라 그러면 흔하게 요구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섬세한 가사 그리고 친절한 태도 등.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여성 보컬들은 거칠고 과격하며 음울하고 불친절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틀을 깨고 오로지 자신만의 목소리로 솔직한 고통을 표현한 이들, 명반들을 통해 만나보자.

  

* 선정은 필자의 주관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이 점 양해를 구합니다.

  


    

■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 Back To Black (2007)

영국의 알앤비(Rhythm & Bluse) 싱어송라이터인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는 딱 보기에도 나쁜 여자처럼 보인다. 악마를 연상시키려는 듯 눈꼬리를 검게 한껏 올린 화장에, 팔에 가득한 타투들을 드러내려는 듯 민소매를 입은 모습까지. 하지만 그녀는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의 1번 트랙 “Rehab”2번 트랙 “You Know I'm No Good”은 그녀의 캐릭터를 대표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알코올 중독에 걸렸는데도 재활시설에 입원하기 싫다며 떼쓰는데, 떼쓰는 것치고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 흥겹게 들린다.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 되든 말든, 자신의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며 외치는 것 같다. 그 다음 노래에선 자신도 자신이 나쁜 여자라는 걸 잘 알고 있고 당신도 그걸 잘 알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나쁜 여자로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나쁜 여자인 그녀에게도 사랑의 애절한 순간이 있었다는 듯, 6번 트랙 “Love Is A Losing Game”에선 애절한 음색을 뿜어내며, 7번 트랙 “Tears Dry On Their Own”에서는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한 음색으로 표현한다. 나쁜 여자에게도 이런 애절한 감성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은 감미롭다.

  

  

▲ 1번 트랙 “Rehab” 뮤직비디오

실은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일컫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자신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듣는 게 아니다. 그저 틀에서 벗어난 생활방식을 타고나서 남들로부터 이해 받기 힘들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도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게 당연한데, 우린 그 사실을 너무 자주 잊고, 그들을 인격체로 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된다. 나쁜 여자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는, 이런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저항의 수단이 아니었을까. 세상으로부터 받는 온갖 오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상처를 노래로 탁월하게 풀어냈기에, 그녀가 진정 아름다운 가수로 불릴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자유로운 삶이 가진 경쾌함 마저도 탁월하게 표현했다. 그녀가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인 본 작품은 그녀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담고 있다. 2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에,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과 감미로운 노래가 더욱 그립고 안타깝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았다.

 

 

트랙리스트

 

1. Rehab

2. You Know I'm No Good

3. Me & Mr. Jones

4. Just Friends

5. Back To Black

6. Love Is A Losing Game

7. Tears Dry On Their Own

8. Wake Up Alone

9. Some Unholy War

10. He Can Only Hold Her

  


  

■ 시이나 링고(椎名林檎, Sheena Ringo) - 勝訴ストリップ(승소 스트립) (2000)

새하얀 간호사복과 함께 주변을 맴도는 수혈대들과 새빨간 립스틱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자기 몸으로 직접 유리를 계속 깨버리는 장면들과, 까만 브래지어를 드러낸 여성을 탐하는 하얀 간호사의 동성애는 파격을 더한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의 노래 本能(본능)” 뮤직비디오다. 시이나 링고의 음악은 이 뮤직비디오처럼 파격으로 가득하다. 특히 本能12번 트랙에 수록하고 있는 두 번째 정규앨범 勝訴ストリップ(승소 스트립)”은 이런 그녀의 파격적인 면을 잘 드러낸다. (Rock),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재즈(Jazz)까지 한 데 어지럽게 섞여 도무지 정체를 알아낼 수 없는 음악에, 시이나 링고 특유의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보컬 음색이 개성을 더한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우울한 음악은 처절하게 우울하고, 밝은 음악에서도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느껴진다.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유래 없는 음악성을 선보이며, 그녀는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천재라는 수식어를 수도 없이 듣는 뮤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 12번 트랙 “本能(본능)” 뮤직비디오

앨범의 시작을 담당하는 1번 트랙 虚言症(허언증)”은 청자를 준비시킬 틈도 없이 시작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잔뜩 일그러진 기타 소리가 너저분하게 깔리다가, 여러 악기가 어지럽게 난입하는 가운데 링고의 보컬이 이들을 조율하는데, 그 때 링고의 보컬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4번 트랙 ギブス(깁스)”는 앞선 트랙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지러운 음악을 드러내지만, 그것들에 비하면 보컬이 좀 더 앞으로 나온 형태를 취한다. 이로 인해 링고의 목소리가 드러내는 애절한 감성이 더 잘 들리게 된다. 5번 트랙 (어둠에 내리는 비)”는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뒤틀린 느낌의 현악연주가 곡을 이끄는 가운데, 4번 트랙의 질감을 이어간다. 그러다 6번 트랙 アイデンティティ(아이덴티티)”에선 갑작스레 정통 록 사운드에 좀 더 다가서는데, 도입부에서 강렬한 기타소리와 함께 링고가 질러대는 극한의 고음이 쾌감을 전해준다. 7번 트랙 (죄와 벌)”은 본 앨범에서 곡의 진행이 가장 역동적인 곡으로서, 낙폭이 넓은 감정에서도 능숙하게 곡을 가지고 노는, 경악할 만한 링고의 보컬 실력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을 잃지 않는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虚言症(허언증)

2. 浴室(욕실)

3. 弁解ドビュッシー(변명 드뷔시)

4. ギブス(깁스)

5. 闇に降る雨(어둠에 내리는 비)

6. アイデンティティ(아이덴티티)

7. 罪と罰(죄와 벌)

8. ストイシズム(스토이시즘)

9. 月に負け犬(달에게 진 개)

10. サカナ(물고기)

11. 病床パブリック(병상 퍼블릭)

12. 本能(본능)

13. 依存症(의존증)

  


  

■ 홀(Hole) - Celebrity Skin (1998)

서두에서 소개한 영화 캡틴 마블의 엔딩 크레딧은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가 이끄는 미국 록 밴드 홀(Hole)의 노래 “Celebrity Skin”이 차지했다. 90년대는 80년대까지 이어온 록의 남성중심 문화를 타파하고자, 소닉 유스(Sonic Youth)의 킴 고든(Kim Gordon), 픽시즈(Pixies)의 킴 딜(Kim Deal)을 필두로, 여러 라이엇 걸(Riot Grrrl)들이 쏟아져 나와 유행을 떨치던 시기였다. 코트니 러브도 이 때 쏟아진 여러 라이엇 걸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오랜 활동을 통해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록 음악 역사에서 대표적인 여성 로커 중 한 명으로 뽑히게 되었다. 사실 코트니 러브라면, 언제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마지막 록스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미망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홀의 두 번째 정규앨범인 “Live Through This”를 발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밴드는 커트 코베인의 그림자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그 때 시기가 애석하게도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직후라서 더욱 그랬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1998, 홀은 세 번째 정규앨범으로 “Celebrity Skin”을 발표하고,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며 커트 코베인의 그림자를 걷어낸다.

 

 

▲ 1번 트랙 “Celebrity Skin” 뮤직비디오

폭동을 일으키는 여자라는 의미를 가진 라이엇 걸답게, 이 앨범은 그녀의 과격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강렬한 정통 록 넘버 외에도, 부드러운 포크(Folk) 넘버들도 여럿 존재하는 게 이 앨범의 큰 특징이다. 그녀는 커트 코베인이 죽고 나서, 그녀가 커트 코베인을 죽인 범인이라는 의혹을 수차례 받았고, 그로 인해 약물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런 그녀의 삶은 당연히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그녀는 언론과 대중에 의해 개년(Bitch)이라 불리게 된다. 그녀는 고통 받았지만, 1번 트랙 “Celebrity Skin”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거친 목소리는 오히려,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관심을 즐겨 보이겠다고 선언한다. 이 앨범은 이런 그녀의 강인한 의지로 가득 찬 앨범으로서, 여기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얘기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4번 트랙 “Malibu”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휴양지로서,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지난 사랑에 대한 애절함을 노래한다. 6번 트랙 “Dying”은 처음엔 느리고 부드럽게 시작했다가 점차 강력해지는 사운드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8번 트랙 “Northern Star”는 이 앨범에서 가장 부드러운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곡이지만, 이와 대비되는 처절한 코트니 러브의 목소리가 애절함을 극대화시키는 곡이다.

 

 

트랙리스트

 

1. Celebrity Skin

2. Awful

3. Hit So Hard

4. Malibu

5. Reasons to Be Beautiful

6. Dying

7. Use Once & Destroy

8. Northern Star

9. Boys on the Radio

10. Heaven Tonight

11. Playing Your Song

12. Petals

  


   

■ 피오나 애플(Fiona Apple) - Tidal (1997)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서 재즈(Jazz)를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시도한 뮤지션이다. 특유의 콘트랄토(Contralto) 음색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Tidal”은 미국 대중음악계에 던진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식이장애, 공황발작, 우울증 등 온갖 정신적 신체적 병들을 앓아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의 이런 우울한 삶을 가감 없이 그대로 노출함과 동시에, 이것을 극복하려는 강인한 의지 또한 표출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친척들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는 것에 아주 능숙하다는 걸 알 수 있다. 1번 트랙 “Sleep To Dream”에선 어두운 음색의 악기 연주가 지속되는 동안, 바쁘게 노래를 진행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의 불안을 그대로 노출한다. 그러나 그녀의 단단한 콘트랄토 음색은 불안 앞에서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그녀의 음악에서 피아노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녀의 보컬과 함께 제 2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애절한 연주들을 들려준다. 2번 트랙 “Sullen Girl”은 그녀의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로 곡을 시작한다.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를 따라 무심한 듯 읊조리는 그녀의 보컬이 쓸쓸한 느낌을 더한다.

 

 

▲ 3번 트랙 “Shadowboxer” 뮤직비디오

이 앨범 전체에 걸쳐, 피오나 애플은 불안과 싸워야 하는 자신의 숙명에 대해 단단한 음색으로 노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3번 트랙 “Shadowboxer”는 피오나 애플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다. 피오나 애플의 이름을 맨 처음 대중에게 알린 노래이기도 하다. 저음역대에서 단단한 음색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피아노 연주에선, 자신의 오랜 어둠을 마주하는 피오나 애플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가사를 무심하게 뱉어대는 그녀의 보컬은 피아노 연주와 한 몸인 것처럼 느껴진다. 뮤직비디오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입술과 눈빛이 곡을 대하는 그녀의 진중한 자세를 짐작하게 만든다. 음산한 기운을 더하는 주변 악기들도 곡과 잘 어울린다. 4번 트랙 “Criminal”1번 트랙과 비슷한 질감을 가진 곡이지만,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의지가 더욱 격렬하게 느껴진다. 7번 트랙 “Never Is A Promise”에선 강인함을 잠시 내려두고 연약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본 앨범에서 계속해서 강인한 음색을 뿜었던 그녀이기에 이런 변화가 더욱 와 닿는다. 그녀가 피아노와 보컬로 그려내는 그림은 자신의 마음 속 우울한 풍경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그려진 풍경은 청자가 겪는 불안과 공감을 이루며 곡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애처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는 내 마음에서, 나도 역시 나 자신의 불안을 이길 수 있게 되길 갈망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앨범을 듣는 내내 그녀의 피아노 연주와 목소리와 이것들을 듣고 있는 내가 하나가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트랙리스트

 

1. Sleep to Dream

2. Sullen Girl

3. Shadowboxer

4. Criminal

5. Slow Like Honey

6. The First Taste

7. Never Is a Promise

8. The Child Is Gone

9. Pale September

10. Carrion

  

 


 

  

■ 패티 스미스(Patti Smith) - Horses (1975)

패티 스미스(Patti Smith)는 뉴욕 펑크(New York Punk)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인물이다. 여성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록의 한 장르를 이끌고 가다시피 했던 인물이고, 훗날 킴 고든이 찍힌 사진에서, 그녀가 입고 있던 티셔츠의 문구인 “Girls invented punk rock not england.(영국이 아니라 여자들이 펑크록을 발명했다.)”라는 문장에 가장 큰 근거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뉴욕 펑크는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클래시(The Clash)를 필두로 한 런던 펑크(London Punk)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결국 그녀는 펑크록의 시초가 되는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자신의 밴드 멤버들과 함께 발명하다시피 했던 뉴욕 펑크는 런던 펑크보다도 훨씬 파격적이고 난해한 형태를 가진 음악이다. 이런 음악적 특성과 함께 그녀의 삶 또한 파란만장 굴곡진 인생이었다. 대학 시절 사귄 남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학생 신분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 보내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대학을 자퇴하고 공장에 취직했지만 결국엔 해고당했다. 그녀는 이것을 오히려 기회삼아, 엄격한 여호와의 증인신도였던 어머니의 영향 때문에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었던, 히피(Hippie)가 되기로 결심하고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 1번 트랙 “Gloria” 라이브영상 (1979)

그녀가 뉴욕에서 흡수한 온갖 전위적인 예술 색채를 바탕으로,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완성한 첫 번째 정규앨범이 바로 여기서 소개할 “Horses”. 펑크록의 과격한 특성과 더불어, 그녀가 이 앨범에서 드러내는 목소리는 격정으로 가득하다. 1번 트랙 “Gloria”에서는, 앨범의 시작부터 자신의 엄격했던 종교적 배경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 노래의 첫 문장은 이렇다.

 

“Jesus died for somebody's sins but not mine.

 

예수는 누군가의 죄를 위해 죽었지만 나를 위한 건 아니었어.”

 

이 문장을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무심한지 느껴보자. 예수라고 하는 최고 권위자에 대해 말하면서도 이토록 무심할 수가 있다니.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저항정신을 드러내는 강인한 목소리로 일관한다. 곡이 진행되며 점차 강렬함을 더하는 구성에 그녀의 무심한 목소리는 유연하게 곡을 조율한다. 그러다 곡이 후반부에 격렬해질 땐, 광기에 젖은 자신의 목소리를 갈겨대듯 쏟아낸다. 이런 구성은 3번 트랙 “Birdland”에서도 역시 확인할 수 있는데, 1번 트랙보다 더욱 화려해진 곡 구성과 함께, 훨씬 강렬해진 광기를 쏟아내는 그녀의 목소리가 극한의 쾌감을 선사한다. 9분이 넘는 곡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그 쾌감은 짜릿하다. 4번 트랙 “Free Money”에선 자신이 돈 때문에 겪었던 고난과 돈에 대한 깊은 고찰을 격정적인 목소리로 표출한다. 7번 트랙 “Land”3번 트랙처럼 9분이 넘는 대곡인데, 곡의 질감이 그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과격하다.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균형을 잃지 않고 곡을 조율하는 그녀의 보컬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트랙리스트

 

1. Gloria

2. Redondo Beach

3. Birdland

4. Free Money

5. Kimberly

6. Break It Up

7. Land

8. Ele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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