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명반 스페셜 16 ]
■ 시대를 향해 보내는 작별인사
이제 2019년 4월 30일로 기존 일본 덴노인 아키히토 덴노(明仁天皇)가 노령을 이유로 퇴임하고, 2019년 5월 1일부터 일본에 새로운 덴노인 나루히토(徳仁)가 즉위하게 된다. 따라서 5월 1일부터 이전에 쓰이던 연호 “헤이세이(平成)”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일본의 연호 “레이와(令和)”가 쓰이게 된다. 일본은 21세기 현재도 왕이 존재하는 나라로서, 왕에 따라 연도를 표기하는 연호가 다르게 붙여진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에는 왕에 따라 연호가 있었듯이 말이다. 헤이세이 시대란, 아키히토 덴노가 왕위에 있는 기간인 1989년 1월 8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30년의 기간을 말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연호란 시대의 상징이며, 연호가 바뀐다는 것은 연도의 이름이 바뀌는 것 그 이상의 거대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야말로 세대를 가르는 상징이며, 시대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헤이세이 시대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특히 의미가 깊은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쇼와 덴노가 왕위에 있던 기간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전쟁의 상처를 아직 많이 씻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키히토 덴노가 새롭게 왕위에 오르고 연호가 헤이세이로 바뀌면서, 일본 황실은 군국주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하고 나섰다. 그와는 반대로 정치적 실세인 일본 국회는 우익 성향을 고수하긴 했지만, 일본의 왕이 바뀐다는 것은 분명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일본의 왕이 바뀌면서 우리나라에도 반일감정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 문화 중에도 좋은 게 있다면 받아들이자.”라는 취지로 시작된 일본 문화 개방 정책도 이 때 이야기다. 이를 시작으로 헤이세이 일본은 쇼와 일본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과 문화 예술적으로 막대한 교류를 이루었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오타쿠 문화가 적극적으로 꽃피었고, 그에 따라 J-POP 입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사춘기 시절,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헤이세이 일본이 내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데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걸 부인할 수 없다. 나처럼 일본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와 동년배인 20대 중후반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헤이세이 일본의 문화적 유산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나루토, 이누야샤, 블리치, 이 세 가지 대작 애니메이션이 시작되고 완결된 게 모두 헤이세이 시대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두 정부의 적극적인 일본 문화 개방 정책이 없었다면, 저 세 애니메이션 모두 우리나라 방송에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젊은 날이 다 지나간 것처럼 느껴져서, 헤이세이 시대가 끝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썩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미 떠나가는 시대를 붙잡는다고 그게 붙잡아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다가올 레이와 시대엔 한일 관계에 더 큰 진전이 생길 것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것 외엔 앞으로 나날들의 살아갈 방법이 딱히 없을 것이다. 그래도 떠나가는 시대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 여기서 헤이세이 시대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을 울렸던 J-POP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내놓은 명반들을 통해 우리의 떠나가는 젊은 날을 추억하며, 그날들을 가슴에 더욱 선명하게 새겨보자.
* 여기서 말하는 “J-POP”은 “J-ROCK”을 포함한 일본 대중음악 전반을 의미합니다.
* 한 개인이 쓴 글이므로 주관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5개라는 지극히 한정적인 숫자도 영향이 크므로, 기대하시는 아티스트 및 음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를 구합니다.
* 순서는 최신 앨범부터 오래된 앨범 순입니다.
■ 엠플로(m-flo) - ASTROMANTIC (2004)
일본 록(Rock)에 익숙한 사람에 비하면 일본 힙합(Hip-Hop)에 익숙한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일본은 과거나 현재나 록이 대중음악의 주류다. 록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록이 주류 음악에서 밀려나고 있는데, 일본만 아직 록 음악의 기세가 꺾이는 게 안 보일 정도다. 일본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음반 시장이라지만, 상대적으로 타 장르 뮤지션은 주목이 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그 인기를 한국까지 퍼트린 힙합 듀오가 있다. 작곡가 “Taku”와 래퍼 “VERBAL”로 이뤄진 엠플로가 그 주인공이다. 원래 “LISA”라는 콜롬비아계 여성 보컬과 함께 트리오로 활동하다가, 중간에 듀오가 되었고, 탈퇴했던 LISA가 다시 돌아오면서 지금은 다시 트리오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를 생각하면 듀오 시절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엠플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힙합에서 공격적인 면은 덜어내고, 밝고 활기찬 음색으로 듣기 편한 힙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엠플로의 특징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에픽하이, 마이티마우스, 산이 등의 래퍼들에게서 흔히 그 영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듣기 편한 힙합을 추구했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는데,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정통 힙합의 맛이 안 느껴진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편견 없이 다가가면 오히려 이들의 음악에서 경악스러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정규 2집 앨범 활동 후 LISA가 탈퇴하며 팀에 위기가 닥쳤었다. 이 때 엠플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많은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로 가득 찬 앨범을 제작하게 된다. 그것이 세 번째 정규앨범 “ASTROMANTIC”이다. 이 콜라보에 참여한 아티스트 중에는 드래곤 애쉬(Dragon Ash), 보아(BoA),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등 거물 아티스트들이 포함되었다. 이 앨범에 콜라보로 참여한 아티스트들을 대충 훑어봐도 알겠지만, 제각기 다른 장르 다른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들이다. 이런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려면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텐데, 엠플로는 기어이 그것을 해냈다. 이 앨범의 2번 트랙 “miss you / melody. & 山本領平”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으로 많이 쓰이면서 유명세를 탔는데, 노래가 세련되고 쉽게 들리는 게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래퍼 VERBAL이 재일교포 3세라는 점도 한국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트랙리스트
1. The 3rd Impact
2. miss you / melody. & 山本領平
3. STARSTRUCK~"The Return of the LuvBytes" / AI & 日之内絵美 & Rum (Heartsdales)
4. How to be Astromantic
5. VANESSA / Bloodest Saxophone
6. WAY U MOVE / Dragon Ash
7. gET oN ! / Crystal Kay
8. Astrosexy / CHEMISTRY
9. Listen to Your Heart
10. the Love Bug / BoA
11. Life is Beautiful / DOUBLE & TOKU
12. I WANNA BE DOWN / 坂本龍一
13. Rendezvous 2014
14. Cosmic Night Run / 野宮真貴 & クレイジーケンバンド
15. REEEWIND! / Crystal Kay
16. 宇宙のウオウオ(우주의 물고기) / BOY-KEN & BLACK BOTTOM BRASS BAND
17. Curtain Call
■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 THE LIVING DEAD (2000)
범프 오브 치킨은 래드윔프스(RADWIMPS)와 함께 200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팝 펑크(Pop Punk) 밴드다. 펑크에 부드러운 감성을 어필한 블루하츠(THE BLUE HEARTS)의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범프 오브 치킨은 원피스 극장판 삽입곡 “Sailing Day”를 부르며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와 더불어 범프 오브 치킨의 과거 명곡들도 조명 받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K”라는 노래가 특히 유명했는데,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사를 가지고 있다. 노래 하나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줄 만큼, 탁월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가사 해석을 꼭 찾아서 그걸 읽으면서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 곡은 범프 오브 치킨이 아직 메이저로 올라오기 전 인디에 있을 때 발표한 곡인데, 인디로 시작한 범프 오브 치킨이 어떤 힘으로 일본의 2000년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까지 될 수 있었는지, 음악으로 충분히 깨닫게 만든다.
“THE LIVING DEAD”는 인디에서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서, “K”가 수록된 앨범이다. 보통 정규앨범이라 한다면 앞쪽 트랙이 좋게 들리고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느낌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어떤 명반이든 피하기 힘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A면은 대중성을 고려하고 B면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곡들로만 채우는 LP 시대 전통이 이어진 탓도 있지만, 오랜 재생시간에 지쳐서 후반부에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탓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앨범은 앞쪽 트랙들도 좋지만, 뒤에 트랙들은 훨씬 더 좋게 들린다. 일단 1번 트랙과 10번 트랙을 각각 “Opening”과 “Ending”으로 제목을 붙이고, 같은 곡으로 조금 다르게 변주하는 식으로 수미상관을 이루며 앨범 전체의 흐름을 단정하게 잡아주는 것하며, 장난치듯 만든 곡을 히든트랙에 수록하는 등, 정규앨범을 듣는 재미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든 앨범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5번 트랙 “ランプ(램프)”에서 6번 트랙 “K”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트랙배치의 깊은 미학을 느낄 수 있으니 여기에 주목해서 듣기를 바란다.
트랙리스트
1. Opening
2. グングニル(궁니르)
3. ベストピクチャー(베스트 픽처)
4. 続・くだらない唄(속 시시한 노래)
5. ランプ(램프)
6. K
7. リリィ
8. Ever lasting lie
9. グロリアスレボリューション(글로리어스 레볼루션)
10. Ending
■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 - ark (1999)
한국 정부의 일본 문화 개방 정책과 더불어,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게임 등이 한국 청소년들의 생활 깊숙이 침투했는데, 정식으로 들어오는 것들로는 만족을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알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오타쿠”라 불렀다. J-POP이 한국에 퍼지는 일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부류라고 한다면, 역시 오타쿠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는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활발해지던 시기였다. 초고속 인터넷은 어둠의 경로에 더 쉽게 접근하게 만드는 불명예스러운 현상을 낳았는데, 오타쿠들은 이런 현상을 이용하여 한국어로 현지화 되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어로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 삽입곡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렇게 오타쿠들 사이에서 몇몇 J-POP 아티스트들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라르크 앙 시엘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라르크 앙 시엘은 강철의 연금술사, 기동전사 건담 OO 등 당시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들에 쓰이는 오프닝 곡들을 부르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GTO”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쓰인 “Driver's High”도 유명하다. 이 곡이 실려 있는 앨범이 99년 발표한 다섯 번째 메이저 정규앨범 “ark”다. 이 앨범은 특이하게도 여섯 번째 앨범 “ray”와 동시발매 되었는데, 막상 들어보면 왜 두 개의 앨범을 따로 냈는지 알 수 있다. 라르크 앙 시엘이 타 록 밴드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건, 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색을 잃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런 라르크 앙 시엘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앨범이 “ark”다. 이 앨범 최고의 순간은 6번 트랙에서 7번 트랙으로 넘어갈 때인데, 6번 트랙을 들으면 갑자기 보컬도 없는 EDM 연주가 계속 이어져서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7번 트랙 “Butterfly's Sleep”의 공격적인 기타 연주가 6번 트랙의 EDM과 어우러질 땐 전율을 금하기 힘들다. 7번 트랙은 본 필자가 뽑는 라르크 앙 시엘 최고 명곡이므로 다른 곡은 넘기더라도 이 곡은 반드시 들어보길 권한다. 라르크 앙 시엘은 일본 현지에서도 2017년에 도쿄 돔에서 양일간 25주년 기념 공연을 가질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가진 밴드로서, 본 앨범을 듣는다면 헤이세이 내내 꾸준했던 그들의 인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트랙리스트
1. forbidden lover
2. HEAVEN'S DRIVE
3. Driver's High
4. Cradle
5. DIVE TO BLUE
6. Larva
7. Butterfly's Sleep
8. Perfect Blue
9. 真実と幻想と(진실과 환상과)
10. What is love
11. Pieces [ark mix]
■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Utada Hikaru) - First Love (1999)
우타다 히카루는 록이 절대 주류였던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드물게 알앤비(Rhythm & Blues)라는 장르로 돌풍을 일으킨 가수다. 16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그 앨범에 모든 곡을 자신의 자작곡으로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그 앨범을 “일본 오리콘 차트 역대 앨범 랭킹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음반으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고, 세계 음반 시장이 피지컬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완전히 옮겨졌기에,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대중음악 음반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 앨범 “First Love”에는 이 외에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들어보면 이 안에 들어 있는 음악들이 훌륭하다는 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보편적인 감수성에 탁월하게 호소하는 앨범이다. 다만, 그 보편성이 유일한 흠이라면 흠일 터. 당시 일본 평단은 이 앨범을 일본 대중음악의 혁신이라 불렀지만, 지금 들어보면 그저 평범한 알앤비 앨범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힙합이나 알앤비 측면에선 유독 일본보다 한 발 앞선 한국인들이 듣기엔 더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타다 히카루의 맑고 담백한 음색은 해외의 그 어떤 알앤비 가수도 갖추지 못한 그만의 특색이다. 그의 이런 특색 있는 음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며, 사실 음악이라는 게 꼭 독보적이고 튀어야만 명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진정 좋은 음악이란 오히려 좋다는 느낌이 들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이 앨범은 그런 힘을 가진 앨범이고, 그런 음악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타다 히카루가 J-POP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가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
트랙리스트
1. Automatic -Album Edit-
2. Movin' on without you
3. In My Room
4. First Love
5. 甘いワナ(달콤한 덫) 〜Paint It, Black
6. time will tell
7. Never Let Go
8. B&C -Album Version-
9. Another Chance
10. Interlude
11. Give Me A Reason
12. Automatic -Johnny Vicious Remix-
■ 엑스재팬(X JAPAN) - BLUE BLOOD (1989)
엑스재팬, 굳이 말이 필요하겠는가? 자드(ZARD)와 더불어 한국에서 J-POP 입문 뮤지션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해온 팀이다. 일본 만화, 일본 게임, 일본 드라마까지 관대할지라도, 일본 대중음악까지는 못 듣겠다는 게 대다수 한국인들의 입장이거늘, 엑스재팬은 이토록 J-POP에 엄격한 한국인들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 인지도가 상당하다. 한국에선 그야말로 J-POP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팀이다. 일본 음악 싫어하지만 엑스재팬만큼은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당시 일본 내에서는 엑스재팬보다도 비즈(B'z)나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같은 밴드들이 훨씬 인기가 많았지만, 해외에서는 저 두 밴드를 압도할 인기를 누렸고, 그 영향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엑스재팬 최고의 록발라드로 한국에서도 흔하게 회자되는 곡 “Tears”는 한국에서 모 밴드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으며, 그 리메이크 곡은 한국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가장 애창하는 곡 중에 하나가 되었다.
엑스재팬이 1989년 4월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BLUE BLOOD”는 첫 정규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이 왜 바다건너 한국에서도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노래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록발라드 “Endless Rain”이 6번에 트랙에 수록된 건 둘째치고서라도, 모든 트랙이 경악스러운 음악성으로 가득 찬 앨범이다. 첫 앨범부터 이들은 자신들의 천재성을 증명하듯, 당시 서양 메탈(Metal)의 모든 트렌드를 흡수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모습을 보여준다. 글램 메탈(Glam Metal)부터 시작해, 심포닉 파워 메탈(Symphonic Power Metal), 스래쉬 메탈(Thrash Metal)까지, 메탈은 메탈이지만 단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한꺼번에 소화하며, 헤이세이 일본이 서양 메탈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98년 비극적인 사건으로 요절한 전설의 기타리스트 “히데(hide)”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이 앨범을 들으며 히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것이다.
트랙리스트
1. PROLOGUE (〜WORLD ANTHEM)
2. BLUE BLOOD
3. WEEK END
4. EASY FIGHT RAMBLING
5. X
6. ENDLESS RAIN
7. 紅(홍)
8. XCLAMATION
9. オルガスム(오르가즘)
10. CELEBRATION
11. ROSE OF PAIN
12. UNFIN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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