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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신세이카맛테짱(神聖かまってちゃん, Shinsei Kamattechan) - つまんね(시시해)

인생명반 에세이 48: 신세이카맛테짱(神聖かまってちゃん, Shinsei Kamattechan) - つまんね(시시해)

 

해괴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세계

 

■ 듣기만 해도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기괴한 음악

어떤 음악은 내가 이걸 좋아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기괴하다. 그럼에도 내가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될 땐, 그저 음악만 들었을 뿐인데 죄책감을 느끼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고 공연까지 하는 당사자를 생각하면, 그리고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 죄책감은 단숨에 해소된다. 도대체 이토록 기괴한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힘으로 이걸 발표하고 공연까지 하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그에겐 분명 깊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내게는 “신세이카맛테짱(神聖かまってちゃん)”이라는 밴드가 그런 음악이다. 이들 외에도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음악이 몇 있기는 했지만, 이 밴드의 음악 같은 경우, 최근에 접한 그 어떤 음악보다도 저런 생각을 가장 강하게 하도록 만들었던 팀이다. 나는 이들의 2010년 데뷔앨범인 “つまんね(시시해)” 먼저 접했는데, 처음엔 훌륭한 음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기괴하기만 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온갖 해괴한 음악을 다 들어봤지만, 이런 것도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독창적이었다는 거다. 하지만 훌륭하다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산만하고 어지러운 느낌 또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컬 “노코(の子)”가 “死にたい(죽고 싶어)”라고 셀 수 없이 소리치는 게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참 시끄럽고 어지러운 곡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목이 터져버릴 것 같은 처절한 외침이 담긴 음악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 외침이 담긴 곡 “天使じゃ地上じゃちっそく死(천사라면 지상에서 질식사)” 외에도 다른 노래들도 접하기 시작했고, 다른 곡들에서도 비슷한 정서를 느끼면서 이들이 내뿜는 기괴한 사운드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음악이 나를 부른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이 음악을 부른 것이고, 그래서 이 음악이 내 마음에 다가온 것이라는 걸.

 

 

▲ 2번 트랙 “天使じゃ地上じゃちっそく死” 데모 버전. 보컬 노코가 밴드에게 편곡을 맡기기 전, 혼자서 만든 것이다. 노코는 자신이 혼자서 만든 데모가 진짜 신세이카맛테짱이며, 음반으로 나오는 것은 상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 이지메 경험에서 우러나온 온갖 해괴한 음색들

신세이카맛테쨩의 첫 번째 정규앨범 “つまんね”는 앞으로 이어지게 될 이들의 행보를 가장 잘 정의하는 앨범이다. 앨범 제목과는 달리 시시함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하고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이들의 음악은 부유하는 느낌의 굉음과, 어지러운 샘플링, 날뛰는 리듬 등이 한껏 불협화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 불쾌한 연주들은 왠지 내가 언젠가 마주했던 추악한 자기혐오를 떠올리게 만든다. 평소엔 외면하고 싶었던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음악을 통해 응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아픔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이래서 아팠구나, 내가 이래서 슬펐구나. 그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왠지 위로가 된다. 이런 괴상한 음악 듣고 위로를 느낀다는 게 웃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반갑지 않은 방법으로 찾아온 위로라도, 어쨌든 위로니까 결국엔 받아들이게 된다.

 

이 앨범을 얘기하려면, 사실상 이 밴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보컬 노코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밴드의 작사와 작곡의 중심축이며, 편곡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기에. 이 앨범은 노코가 학창시절 이지메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때 느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서술한다. “死にたい”라는 말을 셀 수 없이 외치는 곡, “天使じゃ地上じゃちっそく死”도 이 앨범의 수록곡이며, 이 밴드의 대표곡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이 앨범의 표지를 보면, 그냥 잔잔하고 편안한 어쿠스틱 팝 앨범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안에 들어 있는 음악이 뭔지 깨닫고는 음반을 던져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사실 앨범 표지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있는데, 저 사진 속 주인공들은 노코의 엄마와 노코 본인이다. 그런데 노코의 엄마는 노코가 초등학생 4학년 때 사망했다. 즉, 저 앨범이 세상에 나올 무렵엔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얘기. 그 후로 노코는 계속해서 이지메를 당했다.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와 자신의 갓난아기 시절 모습을 앨범 표지로 내세운 걸 보면, 자신의 삶에서 벌어질 온갖 괴로움이 시작되는 지점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삶이 이토록 괴로움에 가득 차게 될 줄 알았을까. 저 사진 속 엄마는 그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고, 자신은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일 뿐인데.

 

 

▲ 3번 트랙 “美ちなる方へ” 뮤직비디오

■ 이토록 기괴한 아름다움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장르를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기본은 펑크(Punk)지만, 어떤 곡에선 슈게이징(Shoegazing)처럼 부유하는 느낌의 굉음이 흘러가기도 하고, 건반 연주를 들어보면 왠지 미소녀 애니메이션 삽입곡 같기도 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음악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온갖 불협화음을 형성하는데, 이게 멋지다거나 훌륭하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어지럽고 시끄럽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이지메를 당하면서, 타인과 교류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 노코의 해괴한 정신세계가 날것 그대로 펼쳐지는 것 같다. 이 밴드의 뜻도 “신성한 관심병자”라는 뜻인데, 밴드 이름에서부터 정제되고 세련된 모습보다는 그저, 자기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다짐이 담긴 것 같다.

 

이 앨범의 3번 트랙 “美ちなる方へ(아름다운 곳으로)”를 듣고 있으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어지럽고 기괴한 노래를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결국, 이토록 기괴한 아름다움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사를 보면, 혼자서 잔뜩 우울한 기분을 안고 있다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앞서 나온 1번 트랙 “白いたまご(하얀 달걀)”과 2번 트랙 “天使じゃ地上じゃちっそく死”에서 드러난 지독한 자기혐오를 거친 후 3번 트랙을 들으면, 이 앨범 속 화자에게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가늠하게 된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움에도 결국 외로움을 이길 수 없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가련한 처지를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번 트랙은 제목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는데, 이 곡 제목에서 지칭하는 “천사”는 이 곡을 만든 노코가 고등학생 때 이지메를 당하는 도중, 유일하게 노코를 도와줬던 친구를 뜻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그 친구도 결국 주변 사람들에 의해 노코를 도와주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고, 주변 아이들과 함께 노코에게 이지메를 가하는 입장으로 변했다고 한다. 노코에겐 이 세상이란 그런 천사마저도 변질시켜버릴 정도로 무서운 곳으로 보인 셈이다. 이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겨우 밖으로 나가게 된 과정을 담은 곡이 3번 트랙이다. 이 곡에서 기타 연주와 각종 샘플링이 어지럽게 얽히면서 불협화음을 형성하는 것은, 위로를 찾아나서는 마음과 더불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올라오는 복잡한 심정을 노출한다. 그런 복잡한 심정을 표현한 곡인데, 이런 불협화음을 기괴하다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오히려 어떻게든 두려움을 이기려는 노력이 날것 그대로 표출되는 것 같아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 10번 트랙 “さわやかな朝” 라이브영상. 곡은 4분 4초부터 시작한다.

■ 신성한 관심병자

하지만 4번 트랙부터 자기혐오는 다시 시작되고, 앨범 속 화자는 방황을 거듭한다. 이렇게 방황의 나날을 보내는 화자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축복이 아닌 저주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언제나 아침을 찬양하기 바쁘다. 사람들은 아침에 밝아오는 햇살을 향해, 오늘 하루가 부디 어제보다 더 나은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언제나 이지메에 시달리는 이 앨범 속 화자에게, 그런 기원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그저 아침이 괴로울 뿐일 것이다. 그럼에도 또 하루는 잔인하게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화자는 억지로라도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10번 트랙 “さわやかな朝(상쾌한 아침)”의 시작이다. “さわやかな朝(상쾌한 아침)”을 몇 번이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노코의 목소리에는 왠지, 아침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늘 반복되는 괴로운 일상의 시작을 바라보는 절규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혐오 가득한 가사와 해괴한 불협화음만이 이어지는 앨범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력이 있고, 그 마력에 이끌려 보컬 노코에 대해 알고 나면, 왜 음악이 이렇게 해괴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이 밴드의 음악이 훨씬 좋게 들리기 시작한다. 노코를 제외한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이 앨범을 내기 전에, 이런 해괴한 음악이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많은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 밴드는 2010년대 일본의 문화현상으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신세이카맛테짱은 밴드 이름 그대로 신성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비록 해괴하고 시끄러운 음악일지라도, 어쨌든 그 누구도 표현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표출하고 호소하기 때문이다.

 

보컬 노코는 록스타들 중에서도 특히 기행을 많이 일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평소 여장을 즐겨하며, 머리에 고의로 상처를 내서 피가 잔뜩 흐르는 상태로 무대 위에서 노래하기도 하고, 관중들 앞에 전라로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고, 공연 도중 관중석을 향해 오줌을 갈기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록스타가 벌일 수 있는 온갖 기행의 총 집합체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노코가 현재까지도 적절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가 만드는 음악 속에 담긴 강렬한 페이소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페이소스가 노코의 온갖 기행마저도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노코가 만든 음악들을 들으며, 예술가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된다.

 

 

▲ 신세이카맛테짱 멤버들. 상단 좌측부터, 모노(mono, 키보드), 치바긴(ちばぎん, 베이스), 하단 좌측부터, 노코(보컬, 기타), 미사코(みさこ, 드럼)

예술가는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진정한 예술가라고 말하며, 예술가들에게 사회 참여에 대한 의무를 지게 하려는 사람들이 요즘 들어 많아지는 느낌인데, 어떤 예술가에겐 이런 말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술가는 그런 의무를 질 필요가 전혀 없다. 예술가는 그저 현실에서 표출하기 힘든 감정이나 세계관을,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예술가는 충분히 아름답다. 거기에 어떤 의무가 들어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표출하는 것에 따라 즐기고 위로 받으면 그만이다. 기존의 통념에 따라 예술로 정의된 방식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자신을 남들에게 드러내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예술처럼 아름답다. 우리 모두는 예술을 하지 않아도 예술가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 모습이 남들 보기에 좀 해괴하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아름다움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트랙리스트

1. 白いたまご(하얀 달걀)

2. 天使じゃ地上じゃちっそく死(천사라면 지상에서 질식사)

3. 美ちなる方へ(아름다운 곳으로)

4. 芋虫さん(애벌레씨)

5. 黒いたまご(검은 달걀)

6. 笛吹き花ちゃん(피리부는 하나쨩)

7. 夜空の虫とどこまでも(밤하늘의 벌레들과 어디까지고)

8. 通学LOW(통학LOW)

9. いかれたNeet(미쳐버린 Neet)

10. さわやかな朝(상쾌한 아침)

11. 聖天脱力(성천탈력)

12. 放課後の図書室(방과후의 도서실) *

13. 今日はとってもいい天気(오늘은 정말로 좋은 날씨) *

14. もしもこんな時ひとりぼっちだったら(만약 이런 때에 혼자라면) *

 

* 보너스 트랙. 음반에는 12번 트랙 하나로 세 곡이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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