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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너바나(Nirvana) - In Ut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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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에세이 8: 너바나(Nirvana) - In Utero

 

로큰롤 부처의 열반을 향한 마지막 외침

 

■ 로큰롤 구도자

“그렇다, 진실로 도를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진실로 도를 얻고자 하는 자라면, 어떠한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법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의 한 구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싯다르타는 자신이 깨닫고자하는 진정한 도를 위해서, 높은 신분의 자기 아버지의 품을 떠나 수도승이 되었고, 수도승이 되어서도 깨달음에 대한 욕구를 마저 채우지 못해, 수도승들 곁을 떠나, 기생과 인연을 맺고, 직업을 가지며, 돈을 벌고, 술을 마시는 등, 각종 세속적인 향락을 즐긴다. 그러다가 세속에 구역질을 느껴, 자신과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기생 곁을 떠나고, 한적한 오두막으로 가서 그곳에 사는 노인 뱃사공에게 뱃사공이 되는 법을 배운다.

 

싯다르타는 이런 과정들을 모두 거쳐, 마침내 그 노인 뱃사공 “바주데바”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완성을 의미하는 신성한 음절인 “옴”의 의미를 깨닫는다. 도를 구하며,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거침없이 떠남을 거듭 반복하는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존경하는 한 로커가 떠올랐다. 그는 전설적인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창시자인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정서적으로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나를 우울함이 아닌 좀 더 강력한 것에 몰두하게 만들 것이 필요했다. 몰두할 것을 찾다가 마침내 찾아낸 것이 록 음악이었다. 퀸, 나인 인치 네일스, 마릴린 맨슨 등의 음악을 들으며 조금씩 록 음악에 대해 알게 되었던 나는, 본격적으로 록 음악에 빠져들고 싶었고,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그러면서 명반 리스트를 여러 개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들에서 언제나 빠짐없이 상위권에 위치한 너바나의 앨범 “Nevermind”를 발견하게 된다. 록 음악에 대해 알고 싶은 갈망이 넘쳤던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앨범을 구입했다. 처음 듣는 노래들인데도,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내가 상상하던, 내가 바라던,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음악들이 모두 그 앨범 안에 다 있었다. 로큰롤의 도(道)를 찾는 나에게, 커트 코베인은 훌륭한 스승이었다. 나는 기꺼이 그의 제자가 되었고, 기꺼이 그에게서 로큰롤을 배웠다.

 

 

▲ 커트 코베인(Kurt Cobain)

■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외침을 듣다

“Nevermind”로 록 음악에 입문한 나는 뒤이어, 섹스 피스톨즈, 라디오헤드 등 더 많은 밴드들을 알게 되었고, 기존에 좋아하던 나인 인치 네일스에도 더욱 깊이 빠지게 되었다. 록 음악에 점점 깊이 빠져가던 나는 많은 곡들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점 “Nevermind” 앨범과 너바나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새로 알게 된 록 음악 명반들을 통해 많은 즐거움을 누렸지만, 그래도 뭔가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어떤 공허감을 느꼈다. 마치 불도(佛道)에 아무리 깊이 전념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열반이 전혀 다가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승려의 마음처럼. 나는 내게 처음으로 로큰롤의 도에 들어서게 만든 그 스승을 다시 찾았다. 너바나의 다른 앨범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이게 “In Utero”를 처음으로 듣게 된 계기였다.

 

“Nevermind”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In Utero” 앨범을 처음 들을 땐, 수록곡들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그 어떤 곡도 먼저 들어본 적 없이 듣게 되었다. 역시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Nevermind” 앨범에서 느꼈던 전율과 너바나 특유의 음악적 색깔은 그대로였지만, 전혀 똑같은 음악이 아니었다. 너바나가 1993년 발표한 마지막 정규앨범인 “In Utero” 는 “Nevermind” 앨범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 사실이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In Utero” 앨범에서 커트 코베인은 이전의 낡은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향해 자신의 내면을 끝없이 갈고 닦는 수도승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도를 닦는 승려가 세상 번뇌를 떨쳐내려, 자신의 재산과 욕구를 끝없이 버리고, 또 버리는 것처럼, 너바나의 음악은 그 전에 낸 앨범인 “Nevermind”보다 훨씬 간소해진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너바나의 음악이 고도의 음악적 기교를 요구하는 음악이 아니었는데, “In Utero” 앨범에 들어간 음악들은 기교가 훨씬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 대신에 록 음악 본연의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느낌은 더 많이 살아났다. 자신이 가진 번뇌를 버리면 버릴수록 열반을 향한 본연의 길이 더 밝게 보이는 것처럼, 너바나가 음악적 기교를 버리면 버릴수록, 그들의 음악은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솔직한 감성에 더 가까워졌다.

 

 

▲ 2번 트랙 “Scentless Apprentice”

■ 난해하지만 단순한, 그래서 더욱 기괴한 음악들

그래서 이 앨범 “In Utero”를 들을 땐, 그 전 앨범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 화려하고 심오한 연주를 절대 기대하지 마시라. 저번 앨범인 “Nevermind” 앨범도 그다지 연주가 화려하지 않았다고 할지언정, 그것만큼도 기대하지 마시라. 그럼 뭘 기대하고 이 앨범을 들어야 하는가. 기교가 빠진 자리를 대신해, 더욱 빼곡하게 들어간 커트 코베인의 절규에 가득 찬 감성에 귀를 기울여보라. 그럼 이 앨범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다.

 

이 앨범의 시작은 나름대로 친절하다. 1번 트랙 “Serve The Servants”는 그다지 날이 선 느낌이 없다. 그저 부담 없이 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1번 트랙에서 받았던 느낌은 2번 트랙 “Scentless Apprentice”로 넘어가면서 무참히 박살나버린다. 처음부터 강하고, 느리고, 무겁게 터지는 드럼 비트로 시작해, 듣는 사람 긴장시키더니, 연주라기 보단 소음에 가까운 초고역의 기타소리가 끼어들면서, 곡의 난해한 느낌이 층층이 쌓인다. 조금 지나서 곡이 좀 들을만하다 싶으면, 커트 코베인이 이상한 괴성을 목이 터져라 지르면서 듣는 이를 실컷 불편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이 계속 되는 곡이다. 아무리 들어도 기괴하기 짝이 없는 곡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나는 이 곡이 너무 좋다.

 

3번 트랙 “Heart-Shaped Box”는 2번 트랙보다는 좀 더 얌전해진 느낌이다. 원래 너바나 노래가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이 노래는 특히 더 우울하다. 그 전에 냈던 앨범들에서도 이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의 곡은 없었던 거 같다. 4번 트랙은 제목부터가 기절초풍이다. “Rape Me(강간해 줘)”라니, 커트 코베인이 원래 좀 제정신이 아닌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이 곡 처음 듣고, 곡 도입부의 기타리프가 너바나 최고 히트곡인 “Smells Like Teen Spirit”인 줄 알고, ‘그 노래가 제목만 바꿔서 이 앨범에 또 실렸나?’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잘못들은 줄 알고, 노래 제목을 몇 번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다른 노래였다. 이 노래도 저번 트랙처럼 무겁고 우울한 곡인데, 곡이 그거 보단 훨씬 더 빠르다. 커트 코베인은 왠지 의도적으로 “Smells Like Teen Spirit”과 비슷한 기타리프를 쓴 거 같은데, 왠지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조롱하는 마음으로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3번 트랙 “Heart-Shaped Box” 뮤직비디오

■ 트랙이 넘어갈수록 더욱 난해하고 기괴해진다

이 앨범은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무겁고 우울하고, 기괴하고 난해하면서도, 단순한 연주스타일이 반복되는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나마 5번 트랙 “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Seattle”은 무난하고 신나는 곡이고, 6번 “Dumb”는 분위기가 많이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팝송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전에 나온 트랙들에서 드러났던 난해한 기운이 곧 다시 등장한다.

 

8번 트랙 “Milk It”은 술에 심하게 취한 남자가 뭔가에 쫓겨서 비틀거리며 뛰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넘어지는 모습이 떠오르는 곡이다. 곡의 템포가 느렸다가 빨라졌다가, 다시 느려지고 빨라지고를 반복하면서, 곡에 난해한 느낌을 더하는데, 기타 연주는 연주라는 느낌보다는 아무렇게나 갈기는 거 같고,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에서는 멜로디라는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불안하게 읊조리다가, 갑자기 소리를 빽빽 질러대고, 아무튼 이상한 곡이다.

 

10번 트랙 “Radio Friendly Unit Shifter”는 처음에 뭔가 일렉트릭 기타가 고장이 난 거 같은 초고음의 굉음이 한참 터지면서 시작한다. 그러다가 연주가 뭔가 제대로 된 록 음악 연주 같이 들리다가도, 다시 이상한 굉음이 어지럽게 연주 속으로 끼어든다. 11번 트랙 “Touette's”는 아예 가사가 없다. 커트 코베인이 뭔가 말하려는 듯 웅얼웅얼하기는 하는데, 사실 그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언어도 아니다. 그냥 커트 코베인이 소리 나는 대로 막 내뱉는 거다. 마치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갓난아이가 떼를 쓰는 것처럼 들린다. 커트 코베인의 난해한 언어들 위로 빠르고 과격한 연주가 울려 퍼진다.

 

 

▲ 12번 트랙 “All Apologies” MTV Unplugged 라이브 영상

■ 기교가 빠진 만큼 커트 코베인의 감성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이 앨범이 마냥 기괴하고 난해하기만 한 건 아니다. 9번 트랙 “Pennyroyal Tea”는 느리지만 육중한 연주, 그리고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지고, 꽤 친숙한 멜로디를 만들어, 익숙한 절규를 전달한다. 12번 트랙 “All Apologies”는 멜로디라인이 이 앨범에 실린 그 어떤 곡보다도 뚜렷하다. 9번과 12번 트랙의 익숙한 멜로디들은 이 앨범에 담긴 난해한 감성을 해석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런 곡들을 통해 실마리를 얻어 해석하게 된, 이 앨범에 담긴 정서란 과연 무엇인가. 결국 이 앨범에 전체적으로 흐르는 기괴하고 난해한 느낌은 6번과 9번과 12번에서 드러낸 절규하는 감성의 확장이었던 것이다. 때론 내가 내 감정의 주인이 아니라, 내 감정의 종이 된 거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건 나 자신이 극도의 우울함과 절망에 빠질 때일수록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데, 이 정도가 되면 나 자신도 내가 대체 뭘 원하는지, 내가 대체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내 마음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할 나 자신조차도, 내 마음에 대해 잘 모르겠는 때가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극도의 절망은 나 자신의 마음을 한없이 난해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커트 코베인이 “In Utero” 앨범을 통해 드러낸 정서가 바로 이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난해하게 들리던 연주들이, 동화책처럼 지극히 이해하기 쉽게 느껴진다. 사실 이 앨범에 드러난 연주스타일이 난해하긴 하지만, 오히려 저번 앨범들보다 훨씬 단순하다. 단지 낯선 굉음들을 많이 섞어서 난해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런 단순하면서도 기괴한 연주들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절망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때서야 깨닫는다. 아! 커트 코베인이 이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 바로 이거구나!

 

 

▲ 10번 트랙 “Radio Friendly Unit Shifter” 1993년 시애틀 라이브 영상

■ 내가 극도로 정서적인 고난을 겪었을 때를 떠올린다

살면서 남들이 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느끼는 적이 몇 번이나 있단 말인가. 사실 이런 의문이야 말로, 내 마음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의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런 말을 어디 가서 실제 눈앞에 보이는 인물들 앞에 뱉어봐라. 요즘에 한국인들은 “철이 덜 들었다.”라는 말을 괜히, 애꿎은 중학생 2학년 학생들을 끌어내서 에둘러 말한다. 한마디로, 이런 말 했다간 철이 한참 덜 든 인간 취급 받기 일쑤라는 얘기다. 그들이 나를 철이 덜 든 인간 취급하며 조롱한다고 해서, 내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철이 드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애초에 그들은 내가 철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조롱을 했던 게 아니다. 그들은 내가 철드는 데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그럼 도대체 아무도 이해 못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도”라는 말에 나 자신도 예외가 되지 않는 그런 힘든 시기가 오면, 도대체 어떻게 나의 절망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나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깊은 절망을 누가 해소시켜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럴 땐 역시, 음악밖에 없다. 너무 깊은 절망에 빠져서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난해한 자기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풀어낸 이런 음악만이 역설적이게도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미안하다. 이렇게 철이 덜 든 나라서. 아직도 아픔과 절망에 이토록 몸부림치는 나라서. 그런데 어쩌라고, 이게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인 걸.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의 세계에 빠지는 순간만이, 내가 가장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순간이고, 내 감정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순간이다. 이래서 음악이 좋은 거다.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모든 가식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 음악을 듣는 때인 걸.

 

 

▲ 록 밴드 너바나(Nirvana). 리드 기타 및 보컬: 커트 코베인(중), 드럼: 데이브 그롤(좌), 베이스 기타: 크리스 노보셀릭(우)

■ 커트 코베인, 로큰롤 부처가 되어 열반에 이르다

내가 너바나 음악에 한참 빠져있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한참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 못 한다고 생각하는 그 때 말이다. 이젠 나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많이 배우면서, 마음의 상태가 많이 괜찮아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예전만큼 너바나 노래를 자주 듣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삶에 “완성”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사람이란 죽을 때까지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 아니던가. 내가 비록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난 아직도 소통에 서툰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너바나를 다시 찾는다.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하고 깊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댈 때, 나를 위로해준 그 굉음이 아직도 내 머리와 가슴 속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Nirvana(열반)이란 해탈과 해탈을 끝없이 거듭해야 이를 수 있는 불도 최고의 경지다. 그런 열반의 경지를 향한 뜨거운 갈망을 담아 자신의 밴드 이름을 너바나라고 지은 커트 코베인이라는 남자를 생각한다. 그는 로큰롤이라는 이름의 도를 닦으면서, 온갖 화려한 기교와 상업성으로 가득한 메탈이 판치던 시대 속에, 해탈과 해탈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음악을 창조했다. “In Utero” 앨범은 화려한 기교를 잔뜩 뺀 너바나 음악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들어선 앨범이다. 자신의 가장 깊은 절망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단순하면서도 기괴하고 난해한 음악이 나왔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자신의 절망을 똑바로 마주하고, 자신의 감정에 최대한 솔직하기로 다짐할 때, 그 음악들은 난해함을 모두 벗어버리고, 가장 뚜렷한 모습으로 마음 속을 파고들게 된다.

 

이것이 로큰롤의 열반이란 말인가! 화려하고 복잡한 기교를 모두 벗어던지고, 차라리 지극히 기괴하고 단순한 연주를 택함으로써, 사바세계를 벗어나 피안의 경지에 이르러,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부처의 모습을 표현했단 말인가! 아아, 해탈의 기쁨이여! 깨달음의 감미로움이여! 과연 커트 코베인은 로큰롤의 부처였다. 자신의 감성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남들 귀에 기괴하고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는 연주마저도 거침없이 택하는 그는, 기교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로큰롤의 부처였다. 사바세계의 모든 번뇌를 기꺼이 버리고 해탈하는 부처의 품격이 아닐 수 없다.

 

 

▲ 6번 트랙 “Dumb”

아아, 그러나 그는 이미 떠났다. 자이나교도가 되어 살고 싶어 했던 그는 이미 피안의 세계를 향해 떠났다. 그러나 석가모니가 떠났어도 그가 남긴 말씀들이 경전이 되어 우리를 열반으로 인도하듯이,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와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로큰롤의 열반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석가모니 이후로 부처라고 불리는 사람이 없듯이, 커트 코베인 이후로 록스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커트 코베인 이후로도 수많은 로커들이 나와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 누구도 커트 코베인이 세워 놓은 금자탑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커트 코베인이 진정 로큰롤 부처인 까닭이며, 그가 진정 “마지막 록스타”라고 불릴 수 있는 까닭이다.

 


트랙리스트

1. Serve The Servants

2. Scentless Apprentice

3. Heart-Shaped Box

4. Rape Me

5. 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Seattle

6. Dumb

7. Very Ape

8. Milk It

9. Pennyroyal Tea

10. Radio Friendly Unit Shifter

11. Tourette's

12. All Apolog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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