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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90년대 명반 BEST 5 – 30년 경력에도 파격을 멈추지 않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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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반 스페셜 32

 

■ 예술로 태어나, 예술로 죽었고, 예술로 부활하는 사람

예술로 태어나, 예술로 살았고, 예술로 죽었던 사람. 죽고 나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 음악인,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그는 1964년 첫 음반을 발표한 이후로 2016년 스물여섯 번째 정규앨범을 낼 때까지 예술가로서, 뮤지션으로서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50년 넘는 세월을 예술가로서, 음악인으로서 살아온 셈이다.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말년이 있긴 했지만, 그동안에도 남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신작 앨범을 기획하고 제작하던 그였다.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이틀 후에 세상을 떠났다.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예술가로서 살아올 수 있었을까. 사실, 예술 창작을 지속하는 건 의외로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대중의 시선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고, 끊임없이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비록 보위와 나는 서로 다른 분야에 있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보위는 내게 있어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다. 보위의 삶을 본 따서 내 삶에 적용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싶다.

 

그의 50년이 넘는 행적을 모두 살펴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늘날 데이비드 보위를 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많이 받는 구간, 주목을 덜 받는 구간이 나뉘게 될 것이다. 그의 업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구간은 당연히 70년대일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를 탄생시킨 구간이고, 여러 장르를 자신의 음악에 접목하여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애청하는 명반들을 다수 탄생시킨 구간이니까. 80년대 보위는 70년대에 비해 주목을 좀 덜 받는 면이 있지만, 70년대의 파격에 비해, 여러모로 대중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고, 보위의 마지막 빌보드 1위 싱글이 나오기도 했으니, 여전히 보위를 접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머무르는 구간이다.

 

 

▲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보위의 행적에서 가장 주목을 덜 받는 구간은 아무래도 90년대가 아닐까. 2000년대 이후로는 활동 자체를 많이 줄여서, 그만큼 주목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치더라도, 90년대엔 활동도 이전처럼 꾸준하게 열심히 했음에도 주목을 덜 받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90년대 보위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버린 건 좀 부당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보위가 아무리 대단한 뮤지션이라도, 자신을 향한 관심을 20년 넘게 지속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 산업이 이례적일 정도로, 어쩌면 과포화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한 시기이기도 했고, 그만큼 새로운 스타들이 넘쳐나기도 했으니, 20년 넘게 활동한 보위가 설 자리가 부족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대중은 여전히 보위가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반응은 해주었지만, 70년대나 80년대에 비해 그 반응이 미지근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80년대에 비해, 난해하게 변해버린 음악성도 대중과 보위가 멀어지는데 한몫했다.

 

90년대 보위의 행적이 주목을 덜 받았다고 한들, 90년대 보위의 행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현상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나로서는 90년대 보위가 크게 저평가 받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평단의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80년대보다는 오히려 90년대였다. 앞서 언급했듯, 여러 후배 스타들이 치고 올라오는 시대였지만, 그 후배들의 음악을 본인 음악에 적용하며 파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보위 말년의 명반들로 칭송받는 “The Next Day”와 “★(Blackstar)”를 탄생시킨 디딤돌이 된 게 분명하다. 90년대라 하면, 보위에게 있어선 음악 경력이 30년이 넘어가는 때였고, 본인 나이도 50세를 넘어가는 때인데, 경력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과 실험을 이어가던 이 모든 행적이, 말년의 명반들을 탄생시킬 원동력이 되었던 거다. 보위가 자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한곳에 안주하기만 했다면, 그의 말년 앨범들은 이토록 역동적인 생명력을 갖지 못했으리라.

 

대중의 보위를 향한 관심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보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놀라운 세계관이 펼쳐지던 시기였기에,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아쉬운 구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이 시기의 데이비드 보위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건, 내가 90년대 대중음악의 열렬한 팬인 탓도 있다. 내 인생에 가장 깊은 영향을 끼친 뮤지션,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소닉 유스(Sonic Youth) 그리고 모리세이(Morrissey)가 보위와 직접 교류했던 시기이기도 하고, 그런 교류의 흔적이 보위의 음악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 외에도 90년대 대중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보위의 팬까지 자처한다면, 90년대 보위 음악에서 여러 흥미로운 지점을 포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90년대 보위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다섯 명반들을 만나보자.

 

* 순위는 매기지 않았습니다. 발표된 시간 순으로 나열했습니다.

 


 

■ Black Tie White Noise (1993)

“Ch-ch-ch-ch-ch-ch-change!

 

벼, 벼, 벼, 벼, 벼, 벼, 변신!”

 

나는 이 문장을 감히, 데이비드 보위의 90년대를 상징하는 문장이라 부르련다. 이는 보위가 1993년 4월에 발표한 정규 18집 “Black Tie White Noise”의 2번 트랙에 나오는 가사다. 그의 정규 18집은 정규 17집 “Never Let Me Down”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신작이었다. 그 사이에 보위를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 틴 머신(Tin Machine)으로서 정규앨범을 두 장 발표했지만, 본인 명의로서는 처음으로 90년대에 발을 들인 셈이었다. “Black Tie White Noise” 앨범의 1번 트랙은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기에, 2번 트랙에 나오는 저 가사가 보위의 90년대 그 서막을 알리는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저 문장은 물론 보위의 정규 4집이자 70년대 명반인 “Hunky Dory”의 1번 트랙에서 인용한 것이다. 보위는 90년대에 돌아온 자신을 알리며, 70년대 보위의 파격을 재현하겠노라 당찬 포부를 밝힌다. 하지만 단지 거기에 머무르기만 한다면, 우리의 경계인 데이비드 보위가 아니겠지. 그는 70년대의 파격을 90년대에 데려오면서도, 그 파격을 90년대 대중음악 문법에 적용하는 걸 잊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겠다는 자기 예언은 이런 식으로 충족된다.

 

 

▲ 4번 트랙 “Black Tie White Noise” 뮤직비디오

“Black Tie White Noise” 앨범은 90년대에 한참 떠오르던 흑인 음악 즉, 펑크(Funk), 알앤비(R&B),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앨범이다. 소울(Soul), 펑크(Funk) 등의 흑인 음악을 두드러지게 수용했다는 점은 보위의 75년 앨범 “Young Americans”를 떠올리게 하지만, 흑인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기에, 단순히 “Young Americans” 2탄이라고 받아들여지진 않으며, 그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앨범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보위의 소말리아 출신 아내, 이만 압둘마지드(Iman Abdulmajid)에게서 비롯되었으니 “Young Americans”에선 느낄 수 없는 사적인 서사의 깊이 또한 느껴볼 수 있는 명작이다.

 

4번 트랙 “Black Tie White Noise”에선 LA 폭동을 연상시키는 구절을 가사에 넣어, 베를린 장벽 앞에서 “ "Heroes" ”를 부르던 보위의 사회 참여적인 면모가 여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인종차별에 맞서는 목소리를 뉴 잭 스윙 특유의 흥겨움으로 치환한 명곡이다. 5번 트랙 “Jump They Say”는 자신의 이부형 테리(Terry)의 죽음을 댄스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청자에게 이색적인 감상을 더한다. 9번 트랙 “Don't Let Me Down and Down”에선 보위의 농익은 알앤비 보컬을 들어볼 수 있으며, 모리세이의 노래를 알앤비로 재해석한 11번 트랙 “I Know It's Gonna Happen Someday”는 보위의 탁월한 재해석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트랙리스트

1. The Wedding
2. You've Been Around
3. ​I Feel Free
4. Black Tie White Noise
5. ​Jump They Say
6. Nite Flights
7. Pallas Athena
8. Miracle Goodnight
9. Don’t Let Me Down and Down
10. ​Looking for Lester
11. I Know It's Gonna Happen Someday
12. ​The Weddi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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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오리지널 표지, (우) 2007년 리커버

■ The Buddha of Suburbia (1993)

1993년 12월에 나온 정규 19집 앨범. 1993년 11월, 영국의 국영 TV 방송국 “BBC Two”에서 방영한 연속극 “The Buddha of Suburbia” 사운드트랙 음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운드트랙 음반으로 보기 어렵다. 그 프로그램의 음악을 보위가 단독으로 담당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고, 본 앨범에 “The Buddha of Suburbia” 주제가를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사용된 음악을 있는 그대로 수록한 것이 아닌, 거기 사용된 곡들을 이용해, 본 앨범에 맞도록 재창조한 곡들을 수록했기 때문이다. “The Buddha of Suburbia” 연속극의 원작 소설이 종교와 섹스를 다룬 소설이었던 만큼, 가사에 영적인 요소가 많은 편이며, 자신의 내면으로 끝없이 침잠하는 느낌을 준다. “The Buddha of Suburbia” 원작소설 속 등장인물에 보위 자신을 대입하며 자아성찰로 이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 1번 트랙 “Buddha of Suburbia” 뮤직비디오

음악적으로는 보위의 과거 앨범 “Low”와 “ "Heroes" ” 연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특히 그 앨범들에 수록된 연주곡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2번 트랙 “Sex And The Church”는 90년대 EDM에 종교적인 주제를 버무린 실험이 색다른 감상을 전해주며, 3번 트랙 “South Horizon”은 치밀하게 잘 짜인 애시드 재즈(Acid Jazz)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4번 트랙 “The Mysteries”와 9번 트랙 “Ian Fish UK Heir”는 앰비언트(Ambient) 음악 특유의 고요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청자의 심연을 건드린다. 보위의 랩을 들어볼 수 있는 5번 트랙 “Bleed Like A Craze, Dad”는 다른 랩에 비해 비트가 강조되지 않는 차분한 음악을 바탕으로 랩이 진행되는 것이 이색적이다. 6번 트랙 “Strangers When We Meet”은 말끔하게 손질된 팝 멜로디를 들어볼 수 있는 곡이고, 7번 트랙 “Dead Against It”은 80년 댄스 음악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복고풍 흥겨움을 전해준다.

 

트랙리스트

1. Buddha of Suburbia
2. Sex And The Church
3. South Horizon
4. The Mysteries
5. Bleed Like A Craze, Dad
6. Strangers When We Meet
7. Dead Against It
8. Untitled No. 1
9. Ian Fish UK Heir
10. Buddha Of Suburbia (Alternate 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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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tside (1995)

1995년 9월에 나온 정규 20집 앨범으로서, 당시 유행의 정점을 향해가던 장르인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으로 분류되는 앨범이다. 하지만 역시 보위답게 유행을 단순히 복제하기에 그치지 않고, 본인만의 독창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본 앨범은 보위가 쓴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콘셉트 앨범이다. 보위는 이 앨범 안에서 총 7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한 앨범 안에서 그토록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그를 바탕으로 열아홉 곡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을 제작할 수 있었던 건, 70년대에 이미 여러 페르소나를 대중 앞에 선보인 이력이 있는 보위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살인 사건을 다룬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앨범이기에, 보위의 50년 넘는 업적 속에서도 가장 어둡고 무거운 음악성을 갖고 있다. 사실 보위는 70년대에 이미, 당시로서는 금기 소재였던 동성애를 거침없이 건드렸고, 인류종말, 마약중독, 부패한 연예계 등 어두운 소재들을 잔뜩 다룬 이력이 있긴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럼에도 특히, 외설과 폭력을 바탕으로 삼은 무거운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이는 본 앨범에 대한 감상이 지극히 호불호로 갈리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런 덕분에 보위 음악에서 좀처럼 접해볼 수 없는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 3번 트랙 “The Hearts Filthy Lesson” 뮤직비디오

3번 트랙 “The Hearts Filthy Lesson”은 음산한 분위기 속에 서서히 닥쳐오는 긴박감 넘치는 사운드가 이색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6번 트랙 “Hallo Spaceboy”에선 보위 음악에선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중압감 넘치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 곡은 싱글 버전과 앨범 수록 버전이 판이하게 다른데, 앨범에 수록된 곡은 메탈(Metal) 질감이 두드러지는 반면, 싱글은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손길을 거쳐 매끈한 댄스 음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개를 비교하며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7번 트랙 “The Motel”은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낮게 깔리며 바탕을 형성하는데, 그 위를 때론 우아하게 때론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마이크 가슨(Mike Garson)의 아방가르드 피아노 연주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11번 트랙 “The Voyeur Of Utter Destruction (As Beauty)”와 16번 트랙 “I'm Deranged”는 보위가 살인자의 입장이 되어 노래하는데, 그 주변을 감싸는 통통 튀는 사운드가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징그러운 감상을 청자에게 심어준다.

 

트랙리스트

1. Leon Take Us Outside
2. Outside
3. The Hearts Filthy Lesson
4. A Small Plot of Land
5. Segue – Baby Grace (A Horrid Cassette)
6. Hallo Spaceboy
7. ​The Motel
8. I Have Not Been to Oxford Town
9. No Control
10. Segue – Algeria Touchshriek
11. The Voyeur of Utter Destruction (as Beauty)
12. Segue – Ramona A. Stone/I Am with Name
13. Wishful Beginnings
14. We Prick You
15. ​Segue – Nathan Adler
16. I'm Deranged
17. Thru' These Architects Eyes
18. Segue – Nathan Adler
19. Strangers When We M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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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arthling (1997)

1997년 2월에 나온 정규 21집 앨범. 이 앨범은 가장 보위다운 인더스트리얼 록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당시 한참 유행하던 인더스트리얼 록이라는 장르를 따오는 건 이전 앨범과 같지만, 사실 들어보면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와 색다른 사운드로 무장한 앨범이다. 전작이 좀 더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로 일관했다면, 이번 앨범은 보위가 늘 자신의 음악을 통해 선보이던 특유의 익살이 잘 녹아들어있다. 록(Rock)이라는 틀 안에서, 드럼 앤 베이스(Drum and Bass), 정글(Jungle), 테크노(Techno) 등 최신 댄스 음악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수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50세 생일을 맞이한 직후에 발표된 앨범이지만, 오히려 전작보다도 훨씬 공격적인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어, 보위에겐 나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앨범을 듣는 내내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앨범에 주제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그러나 시점을 좀 달리하여, 지구인을 외계인의 한 종류인 것처럼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낯설게 바라보는 지구인의 삶은 때론 기묘하고 때론 짜릿하며 때론 무섭다. 앨범 제목에 맞게 곡 제목에서부터 영국, 티베트, 미국이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들을 언급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사운드처럼 사회적인 메시지 또한 공격적으로 던지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보위의 90년대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며, 사실 이 앨범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8번 트랙 “I'm Afraid Of Americans” 뮤직비디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보위를 추격하는 스토커 역으로 출연한다.

1번 트랙 “Little Wonder”는 제목과는 달리, 도입부부터 육중한 빅 비트(Big Beat)를 고막에 때려 넣으며 엄청난 충격을 선사한다. 4번 트랙 “Seven Years In Tibet”은 티베트를 탄압하는 중국에게 항의하듯 거칠게 비틀어놓은 사운드가 폭풍우처럼 쏟아지는데, 이는 점점 잠잠하게 변해가며 티베트에서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로하듯 애수에 젖어간다. 5번 트랙 “Dead Man Walking”은 필자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서, 신나는 EDM 사운드를 바탕으로 거친 록 기타 사운드가 바쁘게 끼어들며 얽히는데, 이는 당장 내일 죽어도 좋을 것 같은 쾌감마저 선사한다. 보위가 이 곡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고,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보위의 기분을 실감한다. 8번 트랙 “I'm Afraid Of Americans”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저격하는 노래로서, 보위 자신이 느끼는 미국을 향한 우려를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로 잘 표현했다. 때론 능글맞게 굴러다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달려들 듯 거친 사운드가 몰아치기도 하는 극단적이고 양면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트랙리스트

1. Little Wonder
2. ​Looking For Satellites
3. Battle For Britain (The Letter)
4. Seven Years In Tibet
5. Dead Man Walking
6. Telling Lies
7. The Last Thing You Should Do
8. ​I'm Afraid Of Americans
9. Law (Earthling On Fire)

 

앨범 가사 번역 모음 보러가기(링크)

 


 

■ 'Hours...' (1999)

1999년 9월에 나온 정규 22집 앨범. 전작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극단적인 변화를 이룬 앨범이라 할 수 있는데, 저번 앨범이 가장 공격적인 사운드를 지닌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가장 차분한 사운드를 지닌 앨범이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중심이 EDM에서 포크(Folk)로 옮겨졌으며, 이런 탓에 보위의 60년대 혹은 “Hunky Dory” 앨범이 떠오른다고 평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목가적인 사운드로만 일관하진 않고, 목가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여러 현대적인 시도를 곁들여 몽환을 강조한 앨범이다. 포크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앨범이기에, 보위의 90년대 앨범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유려한 멜로디를 지닌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발표할 당시 보위는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런 본인의 삶과는 달리, 이 앨범의 주된 정서는 애수와 환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 3번 트랙 “Survive” 뮤직비디오

1번 트랙 “Thursday's Child”에서 2번 “Something In The Air”를 거쳐 3번 “Survive”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보위 앨범 전체를 따져 봐도 보기 드문, 부드럽고 유려한 멜로디의 향연이다. 4번 트랙 “If I'm Dreaming My Life”에선 분위기가 좀 더 긴장된 쪽으로 전환되며 청자의 집중력을 이끌어내고, 본 앨범에서 가장 정통에 가까운 포크 사운드를 지닌 곡인 5번 트랙 “Seven”의 감성은 왠지 그 소탈함이 반갑다. 7번 트랙 “The Pretty Things Are Going To Hell”은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으로서, 보위가 만들어낸 팝 메탈(Pop Metal)을 들어볼 수 있는 이색적인 트랙이다.

 

트랙리스트

1. Thursday's Child
2. Something In The Air
3. ​Survive
4. ​If I'm Dreaming My Life
5. Seven
6. What's Really Happening?
7. ​The Pretty Things Are Going To Hell
8. New Angels Of Promise
9. ​Brilliant Adventure
10. The Dreamers

앨범 가사 번역 모음 보러가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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