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반 에세이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Year Zero

반응형

인생명반 에세이 12: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Year Zero

 

오직 소리로만 그려낸 멸망하는 세상의 풍경화

 

■ 급변하는 불안한 세상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다보면, 왠지 희망찬 이야기들이 별로 들려오지 않는 것 같다. 미국과 북한의 핵무기를 둘러싼 논쟁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딥러닝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물론 제3차 세계대전이 정말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각 나라의 대처가 강해지는 만큼 테러는 약화될 것이며, 인공지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의 일자리를 많이 빼앗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이 마냥 안전하게만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린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는 바대로 안전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며, 세상에 이런 위험들이 도사리는 한, 세상이 언제 시한폭탄 터지듯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릴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우리는 하루하루를 이러한 불안 요소들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에 떨며 살 필요가 없다. 이왕이면 미래에 희망을 걸고 살아야 우리의 인생이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에 위험과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최선을 다해 행해야 마땅할 것이다. 바쁜 일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사회가 더욱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금 이 땅에 어떤 지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하여 투표 등의 정치 활동으로 작게나마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행하는 소소한 배려와 선행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일단 나부터가 반인륜적인 사상이나 행위에 가담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랄 수 있는 마땅한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닐까?

 

지난 인생명반 편에서도 말했듯이, 예로부터 예술가들은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서민들이 지도자들에게 경고하고 요구하고 싶은 것들을, 화가들은 그림으로, 문학인들은 시와 소설로, 음악인들은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역할에 아주 충실했던 아티스트와 그가 만든 앨범 하나를 소개할 예정이다. 그 아티스트는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유일한 멤버였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다. 이미 인생명반 첫 번째 글에서 소개한 바 있는 바로 그 뮤지션이 이번 편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 트렌트 레즈너의 꿈 때문에 시작된 기묘한 앨범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나인 인치 네일스가 2007년 다섯 번째로 발표한 정규앨범 “Year Zero”다. 트렌트 레즈너는 이 앨범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는데, 그 계기가 참으로 신비롭다. 그는 이 앨범이 비행기 안에서 꿨던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앨범이라고 밝혔다. 그 꿈의 내용은 미국으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고, 세계가 멸망했기 때문에 세상이 다시 0년으로 돌아가는 그런 꿈이라고 한다. 이 앨범은 첫 번째 인생명반 글에서 소개한 나인 인치 네일스의 두 번째 정규앨범과 비교하면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단 9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부터 약 13년이 흐른 후에 발표된 앨범이니, 많은 차이가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정말 같은 사람이 만든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일단 첫 번째 차이점은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부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타락에 관해 다룬 두 번째 정규앨범 “The Downward Spiral”에 비하면, 이 다섯 번째 정규앨범인 “Year Zero”는 개인이라는 미시적인 주제가 아닌 세상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로 접근한 앨범이다. 위에서 썼듯이, 이 앨범은 트렌트 레즈너가 “세상이 멸망하는 꿈”을 꾸고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앨범이다. 이 앨범은 두 번째 정규앨범 “The Downward Spiral”처럼 앨범 안에 있는 모든 트랙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스토리텔링을 이루는 이른 바 “콘셉트 앨범”이다. 그러나 이번엔 한 개인이 아닌 세상을 다루고 있는 콘셉트 앨범인 셈이다. 두 번째 앨범뿐만 아니라, 세 번째, 네 번째 정규앨범까지도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노래로 꽉꽉 채운 트렌트 레즈너가 이 앨범에선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각적 접근을 하면서 앨범을 만든 것이다.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차이점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달라진 음악적 색깔이다. 트렌트 레즈너는 외모 면에서도 이전에 없던 우락부락한 근육을 키우고,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버리는 등의 변화를 취했다. 그러나 음악적인 면에서 있어선 달라진 그의 외모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흔히 평단과 그를 아는 대중은 그의 음악을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이라고 부른다. 트렌트 레즈너 본인은 자신의 음악이 어떤 용어로 정확히 정의되는 걸 싫어했는데, 아무튼 그의 음악이 이런 용어로 정의된 걸 보면, 대충 그의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있다.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이라고 함은 공장의 기계음을 연상시키는 록 음악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헤비메탈의 격렬한 연주가 결합한 형태의 음악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앨범들에선 인더스트리얼 록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보다 헤비메탈적인 측면이 좀 더 강한 편이었다면, 이 앨범에선 헤비메탈의 색채는 많이 죽고,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영향력이 훨씬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 잠시 92년에 발표한 나인 인치 네일스의 대표곡인 “Wish”를 감상해보자. “Year Zero” 시기 트렌트 레즈너의 외모와 음악적인 면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오직 소리와 가사만으로 창조한 세계

이제 이 앨범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이 앨범은 전술했듯이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셉트 앨범으로서,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1번 트랙부터 8번 트랙까지의 첫 부분은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해 계속되는 전쟁으로 병들어가는 미국 사회를 묘사한 것이고, 9번 트랙부터 16번 트랙까지의 두 번째 부분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종교인들의 행태를 묘사한 부분이다. 음악에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비중을 높인 것은 아무래도 트렌트 레즈너가 자신이 살고 있는 바로 그 시대, 혹은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를 묘사하기 위해 미래 지향적 사운드를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이 앨범이 발표된 2007년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때는 2001년 911테러로 인해, 이라크전이 발발한 후였고, 이라크전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된 조지 워커 부시가 연임에 성공해 대통령직 집권을 이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조지 워커 부시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트렌트 레즈너가 조지 워커 부시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꿈까지 꾼 것은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911테러를 일으킨 주범들은 “알 카에다”라고 불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이 앨범에 종교 얘기가 빠지지 않은 건 필연이었다.

 

솔직한 감상을 얘기하자면, 이 앨범에는 그다지 “명곡”이라고 할 만한 곡이 없다. 곡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그다지 인상 깊게 다가오는 트랙이 없는데,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다 보면, 트랙 배치가 정말 적재적소에 잘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트랙 하나하나의 개성보다도, 트랙 하나하나의 유기성이 만들어내는 조화에서 나오는 느낌에서 감탄하게 되는 그런 류의 앨범인 것이다.

 

 

▲ 3번 트랙 “Survivalism” 뮤직비디오

1번 트랙 “Hyperpower!”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인데, 극심한 혼란에 빠진 세계를 묘사하듯, 빠르고 육중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펼쳐진다. 그 위로 디스토션이 한껏 먹힌 기타 소리가 곡 전체를 강하게 활퀴고 지나간다. 2번 트랙 “The Beginning of the End”는 처음엔 잔잔하게 시작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어딘가 긴장된 느낌이 더해진다. 싱글컷으로 선공개된 적이 있는 3번 트랙 “Survivalism”에서는 2번 트랙의 긴장감을 이어가면서, 기괴한 느낌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결합한다. 4번 트랙 “The Good Soldier”에선 잠시 분위기가 슬프게 가라앉았다가, 5번 트랙 “Vessel”에선 이전 트랙들에서 감추어졌었던 광기가 다시 폭발하고, 6번 트랙 “Me, I’m Not”에선 다시 터질 커다란 재앙을 마주하듯 고요함 속에 긴장감이 흐른다.

 

마침내 7번 트랙 “Capital G”에서 그 재앙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곡은 조지 워커 부시가 폭탄 투하를 승인하는 장면을 묘사한 곡이다. 이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고, 8번 트랙 “My Violent Heart”라는 광기 속으로 들어간다. 고요한 가운데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흐르다가 폭발하듯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어지럽게 섞이는 곡이다. 전쟁의 광기가 훑고 지나가고 9번 트랙 “The Warning”에선 다시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듯 고요한 긴장이 흐른다. 10번 트랙 “God Given”에서는 점점 심해지는 종교인들의 독선을 묘사하는 것 같다. 흥겨운 리듬 안에 어딘가 추악한 꿍꿍이속이 감춰져있는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다.

 

■ 광기에 젖은 전쟁은 결국 쓸쓸한 참상만 남길 뿐이다

11번 트랙 “Meet Your Master”는 육중하고 긴장감 넘치는 헤비메탈 연주 위로 기괴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유유히 흐르는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종종 언급하곤 하는 성스러운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2번 트랙 “The Greater Good”은 본격적인 성전(聖戰)을 시작하기 전에 그들만의 은밀한 의식을 치루는 것 같은 기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이다. 13번 트랙 “The Great Destroyer”에서는 마침내 성전을 선포한 그들의 본격적인 침략이 시작된다. 그들의 격렬한 성전을 묘사하듯 이 곡은 이 앨범에 들어있는 그 어떤 곡보다도 가장 격렬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특히 곡 후반부에 난잡하게 몰아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마치 세계 모든 곳에 폭탄이 터지며 세계 종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묘사하는 것 같다.

 

 

▲ 13번 트랙 “The Great Destroyer”
 ▲ 16번 트랙 “Zero-Sum”

세계는 종말을 맞이하고 14번 트랙 “Another Version of the Truth”라는 연주곡이 다시 등장한다. 1번 트랙과 대조를 이루는 조용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곡이다. 곡 제목처럼, 전쟁의 광기 이면에 감춰진 슬픈 참상을 고요한 분위기의 연주에 담아낸 것 같다. 15번 트랙 “In This Twilight”은 전쟁이 끝나고 맞이하는 새로운 아침에 대한 곡이다. 저번 트랙에서 드러난 슬픈 정서가 이어지고, 마지막 16번 트랙 “Zero-Sum”에서는 인류를 끔찍한 전쟁 속으로 몰아넣었던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가사와 함께, 우울한 정서의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 곡이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악기는 점점 빠지고, 바람소리와 함께 피아노 소리만 덩그러니 남아 서서히 페이드아웃하면서 곡이 끝난다.

 

서서히 페이드아웃이 진행되는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지막 트랙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광기의 트랙들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결국 광기에 젖은 전쟁의 결과는 이런 쓸쓸한 느낌밖에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들의 어리석음이 인류를 얼마나 많이 병들게 하는지, 인류의 한 일원으로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곱씹게 된다. 콘셉트 앨범의 위력을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다. 이 앨범에서 가사와 소리로써 표현해낸, 서서히 광기에 젖어가는 세계의 모습이 마음에 너무 와 닿아서, 모든 트랙이 다 끝나고 나서도 함부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모든 트랙이 끝나고 나서 흐르는 무음(無音)조차도 하나의 음악이 되고, 그 앨범의 수록곡처럼 느껴진다. 이 앨범에서 묘사한 세상의 참상을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펼쳐지지 않게 하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찰하게 된다.

 

■ 명곡이 아닌 명반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준 앨범

이 앨범은 나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앨범이다. 물론 내가 인생명반 시리즈에 등장시킨 앨범치고,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는 앨범은 아예 없지만, 특히 이 앨범은 특별하다. 왜냐면 이 앨범은 나로 하여금 명곡이 아닌 명반이 주는 감동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앨범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앨범 단위로 많이 듣는 사람들은 종종 명곡이 많이 들어있다고 무조건 명반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한다. 즉, 명곡과 명반은 기준이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차이를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처음 깨닫게 해 준 앨범이 이 앨범이었다. 흔히 이런 경험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를 통해 처음으로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비틀즈도 핑크 플로이드도 아닌 나인 인치 네일스가 명반의 가치를 처음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내가 단 하나의 인생 최고의 명반으로 뽑는 “The Downward Spiral”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것도 이 앨범을 통해 명반의 가치를 처음 깨닫고 난 후였다.

 

이 앨범을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이 앨범을 다시 들었을 때, 이 앨범이 발표된 2007년과 내가 지금 이 앨범을 다시 듣고 있는 2017년을 비교해보게 되었다.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건, 10년 전에는 스마트폰이 지금만큼 상용화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세계인의 과반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로 상용화가 많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요즘도 그 때처럼 전쟁의 위협이 계속되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한다고 설치는 걸 보면, 세상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도 그다지 별로 안 든다. 이 앨범을 다시 들으면서, 이 앨범이 혹시 2017년을 예견하고 만들어진 앨범이 아닐까 싶은 묘한 기시감까지 느꼈다.

 

 

▲ “Year Zero” 앨범 아트의 일부분. 이 앨범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 이미지들이다. 위를 보면, 극심해지는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아래를 보면, 종교를 상징하는 성경이 한 손에 들려있고, 전쟁을 상징하는 총이 다른 한 손에 들려있다.

이것이 명곡이 아닌 명반의 참된 가치일 것이다. 곡 하나로는 담을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여러 곡이 하나의 정규앨범이 된 모습으로 발현시키는 것이다.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이 하나의 주제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앨범에서 전하고자 하는 느낌과 메시지가 더욱 깊고 육중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앨범을 통해 욕망에 사로잡힌 지도자가 아닌 현명하고 선량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트렌트 레즈너는 이 앨범을 토대로 영화나 TV드라마 혹은 소설까지 2차 창작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구체화된 2차 창작 출시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된 일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가 이 앨범을 통해 만들어낸 세계는 가사와 소리만 존재하는데도,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그 앨범에 들어있는 음악 자체만으로도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는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놀라운 음악적 변신을 거듭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앨범을 통해 그의 특유의 음악적 색깔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는 늘 변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이 앨범 “Year Zero”는 개인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데에만 사용하던 트렌트 레즈너 본인의 천재적 재능을 사회라는 거시적인 곳을 향해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명반이다.

 


트랙리스트

1. Hyperpower!

2. The Beginning Of The End

3. Survivalism

4. The Good Soldier

5. Vessel

6. Me, I'm Not

7. Capital G

8. My Violent Heart

9. The Warning

10. God Given

11. Meet Your Master

12. The Greater Good

13. The Great Destroyer

14. Another Version Of The Truth

15. In This Twilight

16. Zero-Sum


같이 보면 좋은 기사

▲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Bad Witch

 

 

▲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The Downward Spiral

 

 

▲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 Antichrist Supersta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