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명반 에세이 36: 언니네 이발관(Sister's Barbershop) – 가장 보통의 존재
편안한 위로로 돌아온 섬뜩한 자각
■ 가장 보통의 존재
어릴 때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세상을 따라가는 사람이 되지 않고, 세상이 나를 따라오게 만들 거라고 다짐했으며, 나에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믿었다. 참 어리석고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오히려 지금의 나를 어리석고 부끄럽다 여길 테지만. 지금의 나는 세상에 구걸하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규정할수록 궁핍과 고독을 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규정짓던 시절의 버릇은 아직도 내 삶 깊숙한 곳에 잔존한다. 그 잔존하는 요소들이 나를 괴롭힐 때마다, 나는 외국어를 배우듯 이 문구를 마음으로 읊조린다. “나는 보통사람이다.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깨달을 무렵, 운명처럼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음반이 내 마음에 다가왔다. 이 앨범은 이런 문구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이 앨범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건 왜 섬뜩한 자각인 걸까. 아마 이 문구를 쓴 사람은 그 사건 이전엔 이런 자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나도 오랜 시간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 자신이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걸 자각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 거짓말로 결성한 밴드의 거짓말처럼 놀라운 행보들
올해 만우절엔 유난히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가 결성한 과정을 보면 만우절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밴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밴드의 리더 “이석원”은 90년대 초반 PC통신 음악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었는데, PC통신에서 활동하는 여러 뮤지션들에게 악플을 많이 남기는 걸로 유명했다. 그러다 PC통신 내에서 “모던 락 소모임”이라는 걸 만들게 되는데, 자신이 음악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발각될까봐 한 가지 뻥을 치게 된다. 그곳 사람들에게 자신이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리더라고 뻥을 쳤던 것이다. 이것이 “언니네 이발관”의 시작이었다. 이후 이석원은 KBS 라디오에도 출연하게 되어, 여기서도 있지도 않은 밴드인 언니네 이발관을 언급하며 더 큰 뻥을 치게 된다. 나중엔 이 뻥에 합류할 밴드 멤버들까지 모으게 된다. 놀라운 건 이 때 모인 멤버들조차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석원은 자신이 운영하던 레코드숍에서 밴드 “노이즈가든”의 멤버 “윤병주”를 만나 친구가 된다. 훗날 이석원은 노이즈가든이 록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이석원은 진지하게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윤병주는 이석원에게 음악을 할 것을 권유했고, 그의 권유로 언니네 이발관은 진짜 록 밴드가 되었다. 연주와 송라이팅을 연습하며 공연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1996년 11월에는 언니네 이발관 첫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가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의 인디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언니네 이발관은 평단의 호평과 함께 마니아층을 형성했으며, 뻥으로 탄생한 밴드답지 않은 놀라운 행보를 이어갔다. 이 시기에 벌써, 언니네 이발관은 “크라잉 넛”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인디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언니네 이발관의 행보는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특별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거짓말로 결성한 밴드의 거짓말처럼 놀라운 행보들이었다.
언니네 이발관 첫 앨범을 들어보면 이들의 행보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자의식에 충만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앨범 8번 트랙 “로랜드 고릴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곡은 언니네 이발관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격렬하고 날카로운 연주 속에서 이석원 특유의 독설이 담긴 가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거대한 몸집에 가면을 쓰고서 너 같은 아이들을 향해 ‘록 스피릿’ 내가 처음 너를 봤을 때, 네가 하는 일이라곤 남의 흉내 내는 것. 남들이 말하는 그런 정신, 없음 아무렴 어때.”
이 부분을 보면 이 노래의 가사가, 허구한 날 해외 밴드 카피나 해대면서 다른 음악인들에게 훈계나 늘어놓는 소위 “음악적 꼰대”들을 향한 직언이라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10번 트랙 “미움의 제국”도 주목해볼만 한데, 이 곡 역시 격렬하고 날카로운 연주를 갖고 있다. 여기에 가사는 날것의 거친 자기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넌 나를 믿고 사는 구나 너 이걸 아니. 죽이고 싶은 누가 있어 넌 모를 거야. 어쩌면 그래 나를 보는 저 눈을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이토록 자의식이 충만하던 언니네 이발관이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걸 깨닫는 건 얼마나 섬뜩한 일이었을까.
■ 섬뜩한 자각에서 출발해, 편안한 음악으로 채워진 앨범
데뷔 당시 언니네 이발관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내가 나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던 나의 10대 후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 때 나도 세상에 대한 원망과 충만한 자의식의 발현으로 실컷 자기혐오에 빠져있었는데, 그 때 내 심정이 “미움의 제국”이라는 곡과 통한다. 언니네 이발관 정규 1집에 대한 애정이 내 안에 깊어질수록, 2008년 발매된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깊어졌다. 나도 한 때는 자의식이 충만했다가 최근에야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을 시작한 만큼, 언니네 이발관이 얘기하는 “가장 보통의 존재” 또한 “비둘기는 하늘의 쥐”만큼이나 내 마음에 깊게 다가올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비둘기는 하늘의 쥐”보다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을 훨씬 내 마음에 깊게 두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앨범을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접했는데, 그 땐 아무래도 내 정서가 이 앨범과 맞지 않았는지 별 감흥이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자의식에 충만한 10대 후반이었으니까. 언니네 이발관, 워낙 유명한 밴드이기도 하고 그 밴드의 최신작인데다가, 평단의 호평도 줄줄이 일색이었고, 무엇보다 앨범 제목이 특별해 보였기 때문에 안 들어볼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앨범의 특별한 요소들 때문에 이 앨범을 처음 접하기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사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섬뜩한”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앨범 전체가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앨범을 처음 접할 당시에 나는 “어떤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는 아니라도 은유로서 밝혀주길 기대했고, 그것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아닌, 불편하고 음울한 음색에 묻어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역시 그 당시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고, 이 앨범에 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듣게 된 지금에서야 이 앨범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이 앨범은 록(Rock) 밴드로 시작한 언니네 이발관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 팝(Pop)과 펑크(Funk)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앨범이다. 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곡은 2번 트랙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하나뿐이며, 이마저도 록보다는 컨트리 뮤직(Country Music)에 더 가깝게 들릴 정도다. 사실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해 얘기 한다 그래놓고 록이라는 보통에서 벗어난 장르를 다루는 것도 모순이긴 하다.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해 얘기할 때는 역시 가장 보통의 음악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른 표현 방법일 것이다. 음악도 그렇고 가사 측면에 있어서도 섬뜩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곡한 은유들로 채우고 있다. 섬뜩한 자각에서 출발한 앨범이지만, 막상 앨범 안에 들어간 음악들은 섬뜩함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 가장 보통의 아픔, 그리고 연애
이 앨범은 자신이 왜 가장 보통의 존재인지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불친절하다고 할 수도 있다. 친절한 설명보다는 난해한 은유가 이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음악은 오히려 친근한 팝 정서가 가득하기에, 이 앨범 속에 담긴 은유를 음악과 함께 느긋하게 풀어볼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 앨범은 연애, 그리움, 푸념 등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만 이야기한다. “섬뜩한 자각”이라 말해놓고 겨우 이 정도라니, 내가 이 앨범을 처음 접할 무렵에는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이 앨범을 진득하게 들어보니, 이런 방법을 통해 얘기를 풀어가는 것이 꽤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해 말한다고 해놓고, 존재론에 대한 비일상적 철학적 사유나 늘어놓고 있으면, 그게 과연 가장 보통의 존재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가장 보통의 존재에게 가장 보통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닿으려면, 가장 보통의 존재들이 겪는 저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시절의 특별한 나는 이 당연한 사실도 잊어버릴 만큼 자의식 과잉이었던 거다.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가슴 아픈 트랙으로 뽑고 싶은 곡은 3번 트랙 “아름다운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 섬뜩한 자각이라는 게 연애 때문에 온 건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사람에게 가장 특별한 감정을 선사하는 것이 연애라면, 그 반대의 처절한 감정 또한 선사하는 것이 연애다. 이렇듯 연애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연애라는 걸 반복하다보면 특별한 감정에 대한 기대보다는 처절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연애를 통해 느끼는 가장 처절한 감정이란, 나조차도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에 역부족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그 무력함을 뽑을 수 있다. 나는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없고, 여기에서 자신이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라는 처절한 가사를 무심한 듯 읊조리는 이석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여기서 느껴지는 건 슬픔을 넘어선 완전한 체념이다. 가사는 저항하지만 목소리는 이미 체념을 뱉고 있다. 곡은 이런 괴리를 통해 아픔을 증폭시킨다.
사실 이 앨범은 1번 트랙 “가장 보통의 존재”부터 일상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에 관해 얘기한다. 그리움은 4번 트랙 “작은 마음”에서도 여유로운 리듬을 타고 은연중에 드러나며, 7번 트랙 “100년 동안의 진심”은 긴 기타 연주와 짧은 가사로 짙은 여운을 전하며 그리움의 깊이를 담아냈다. 사실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말이 가볍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통”이라는 단어 앞에 “가장”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모순을 형성하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이 앨범을 진득하게 듣고 있으면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 앨범은 마치 보통으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 같다. 아픔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오히려 가장 보통의 존재이기 때문에 느끼는 아픔도 있음을 항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움이란 어쩌면 특별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가장 보통의 존재이기 때문에 느끼는 가장 보편적인 아픔일 것이다. 이 앨범은 이런 아픔에 공감하듯 듣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 가장 보통의 존재로서 느끼는 절망과 희망
이 앨범은 연애 감정이나 그리움에 관해서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삶에서 은연중에 뱉어대는 소소한 푸념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그 푸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 8번 트랙 “인생은 금물”이다.
“인생은 금물. 함부로 태어나지는 마. 먼저 나온 사람의 말이 사랑 없는 재미없는 삶을 살거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네. 사랑도 금물. 함부로 빠져들지는 마. 먼저 해본 사람의 말이 자유 없는 재미없는 삶을 살거나 죽을 만큼 괴로울지도 몰라.”
본 앨범에서 가장 직설적인 가사를 가진 이 곡은, 가사만 보면 절절한 창법에 음울한 음색이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노래를 막상 들어보면 흥겨운 펑키(Funky) 리듬이 경쾌하게 곡을 지배한다. 가사와 음색의 상반된 구조를 통해 인생을 비웃으려는 의도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곡이 이런 구조를 가진 중요한 이유는 가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사랑도 금물 함부로 빠져들지는 마. 그러나 너는 결국 말을 듣지 않고 어느 누군가를 향해서 별이 되어 주러 떠나게 될 걸.”
여기서 왠지 누구나 다 말리는 일을 애써 진행하는 사람의 용기와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겨진다. 그는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용기는 현명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그는 어리석지만 용기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삶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뻗는다.
하지만 삶을 향해 발걸음을 뻗은 그의 희망도 영원할 수는 없었는지, 음색과 가사 모두 비참하게 바뀌어 9번 트랙 “나는”으로 향하게 된다.
“여기 남은 건 허망한 말뿐이네. 나는 외로이 큰소리로 소리쳐. 나도 변하지 않는 건 아닐 거야. 그저 용기를 낼 수가 없었을 뿐.”
이건 삶을 향해 발걸음 뻗는 사람의 뒷모습을 처량히 지켜보는 이의 푸념일 수도 있고, 삶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뻗었던 사람이 어느 날 마주한 감당 못할 커다란 시련 앞에 뱉는 체념일 수도 있다.
“참 더럽게 이상한 세상이야. 멈추라고 할 때까지 걸어야 해.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 그저 이렇게 하루를 살아갈 뿐.”
무언가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 목적도 이유도 잃은 채 그저 살아있기만 하는 가장 보통의 존재가 겪는 삶의 고단함을 담았다. 하지만 10번 트랙 “산들산들”은 삶이라는 게 언제나 절망만 가득한 건 아니라고 조용히 항변한다. 가장 보통의 존재에겐 가장 보통의 존재다운 삶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삶에 특별한 의미 같은 걸 찾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가치 있으며, 가장 보통의 존재는 그걸로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충족한다고 말한다. 앞서 표현한 짙은 그리움과 날선 절망들에 비하면, 이건 지극히 소심한 항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 가장 보통의 존재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게 늘 그런 거 아니겠는가. 거대한 절망 앞에 우리를 살게 하는 건, 화려하고 부담스러운 삶에 대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실은 그저 이토록 소심한 항변이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겨우 주는 게 보통의 삶 아니겠는가.
이 앨범은 콘셉트 앨범이다. 이 앨범은 콘셉트 앨범이라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고 들으면, 이 앨범의 구조가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잘 살펴보면 이 앨범은 콘셉트 앨범이 가진 기승전결에 꽤 충실한 앨범임을 알 수 있다. 특히 1번 트랙 “가장 보통의 존재”와 8번 트랙 “인생은 금물” 그리고 10번 트랙 “산들산들”에서 반복 노출하는 “별”이라는 단어의 흐름을 보면, 이 앨범의 콘셉트를 더 명확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별”이란 옳고 그름에서 벗어난 개체로서, 삶에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가 아닌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어떤 독립적인 장소를 말한다. 이 앨범은 별이 되는 것과 별로 향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가진 의미의 전부이며, 그것이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존재 그 자체가 그저 삶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가장 보통의 존재들은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 벅찬 존재들이다. 살아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왜 우리는 자의식이라는 걸 키워서 우리 삶에 무게를 억지로 더하려고 할까. 왜 그렇게 일부러 무너지려고 할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편안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위로를 전하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이 앨범은 은유로써 완곡히 말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특별한 항변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보통으로 충분하다고. 섬뜩한 자각은 어느새 편안한 위로가 되어 돌아왔다.
트랙리스트
1. 가장 보통의 존재
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3. 아름다운 것
4. 작은 마음
5. 의외의 사실
6. 알리바이
7. 100년 동안의 진심
8. 인생은 금물
9. 나는
10. 산들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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