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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John Lennon) - John Lennon/Plastic Ono Band 인생명반 에세이 41: 존 레논(John Lennon) - John Lennon/Plastic Ono Band 고독한 혁명을 노래하다 ■ 홀로서기직장도, 종교도, 가족까지도 버리고 경기도에서 대구로 왔다. 대구는 나의 가장 괴로웠던 사춘기와 나의 가장 행복했던 유년시절이 공존하는 장소다. 대구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대구에서 꽤 오래 살았었다. 대구에 오면서 나는 추억의 냄새를 맡으러 내가 살았던 곳 주변을 돌아다녔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남구인데, 내가 어릴 적에 오래 살았던 곳은 달서구다. 이 때문에 남구와 달서구는 같은 대구지만 내게는 무척 다르게 느껴진다. 내게 남구가 철저한 현실의 공간이라면, 달서구는 영원히 과거 속에 박제된 장소처럼 느껴진다. 달서구에 갈 때마다 추억이 내 옆에 앉아 ..
노브레인(No Brain) - 청년폭도맹진가 인생명반 에세이 40: 청년폭도맹진가 조선펑크 궁극의 명반 ■ 펑크를 조선으로 끌고 온 힘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가 첫 번째 정규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를 발매하며 런던 펑크(London Punk)의 부흥을 알리던 때가 1977년이었다. 섹스 피스톨즈의 음반은 음악을 넘어서, 당시 런던 청년들이 꿈꾸던 이상향의 과격한 발현이었다. 거대 권력에 의해 억눌린 심정을 과격한 음악으로 발산했던 것이다. 그토록 과격한 음악이 아니고선, 이토록 오랫동안 억눌린 마음을 도무지 위로할 수 없었던 그들이었다. 정부에 실망한 그들은 섹스 피스톨즈를 따라 “I am an anti-Christ. I am an anarchist.(나는 적그리스도..
폴립(Polyp) - 永生(영생) 인생명반 에세이 39: 폴립(Polyp) - 永生(영생) 예술가의 실력이 영생을 만든다 ■ 고통을 전시하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예술가를 천박하게 여기는 시선은 동서고금 언제나 존재해왔다. 사실 최근 들어 자유시장경제체제가 득세하면서, 그를 기반으로 발전한 자본주의 영향이 예술가라는 직업군을 돋보이게 만들었기에, 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편이다. 요즘 잘 나가는 예술가는 대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곧 권력이니까, 예술가가 지닌 천박함은 돈으로 메꿀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이 예술의 길을 가는 것을 반대한다. 한마디로, 돈을 못 벌면 전혀 쓸모가 없는 직업군이란 인식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예술가는 왜 동서고금 천박한 취급..
소닉 유스(Sonic Youth) - Washing Machine 인생명반 에세이 38: 소닉 유스(Sonic Youth) - Washing Machine [ 낯선 감정들이 빚어내는 금강석 바다 ] ■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모른다. ​ 오랫동안 소닉 유스(Sonic Youth)에게 환장하면서 언젠간 소닉 유스에 대한 글을 꼭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쓰고 싶다는 생각만 오랫동안 간절했지, 쓸 수 있다는 확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소닉 유스에 대한 애정이 조금 시들해졌고, 다른 음악에 심취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그만큼 소닉 유스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간절함도 멀리 달아났다. 그렇게 몇 달을 소닉 유스에게 애정을 두고 있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닉 유스를 왜 좋아했지?” ​ 사실 다른 밴드를 들으면, 좋아하는..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The Fragile 인생명반 에세이 37: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 The Fragile 지옥에서 부르짖는 세상을 향한 마지막 구애 ■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것은 내가 종교적인 이유로 나인 인치 네일스 음악을 잠시 멀리했을 때 얘기다. 그 당시 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종교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나인 인치 네일스 특유의 음울하고 염세적인 분위기는 내 영성을 해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봉사활동 내내 그의 음악을 듣지 않았고, 주님만 생각하며 주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나의 사역으로 인해 그들이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그것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나의 우울함은 타고 난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 마음은 봉사 도중에도 자주 우울함 앞에 무너졌..
한국인이 좋아하는 헤이세이 J-POP 아티스트들의 명반 BEST 5 [ 인생명반 스페셜 16 ] ■ 시대를 향해 보내는 작별인사 이제 2019년 4월 30일로 기존 일본 덴노인 아키히토 덴노(明仁天皇)가 노령을 이유로 퇴임하고, 2019년 5월 1일부터 일본에 새로운 덴노인 나루히토(徳仁)가 즉위하게 된다. 따라서 5월 1일부터 이전에 쓰이던 연호 “헤이세이(平成)”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일본의 연호 “레이와(令和)”가 쓰이게 된다. 일본은 21세기 현재도 왕이 존재하는 나라로서, 왕에 따라 연도를 표기하는 연호가 다르게 붙여진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에는 왕에 따라 연호가 있었듯이 말이다. 헤이세이 시대란, 아키히토 덴노가 왕위에 있는 기간인 1989년 1월 8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30년의 기간을 말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연호란 시대의 상징이며, 연..
언니네 이발관(Sister's Barbershop) – 가장 보통의 존재 인생명반 에세이 36: 언니네 이발관(Sister's Barbershop) – 가장 보통의 존재   편안한 위로로 돌아온 섬뜩한 자각   ■ 가장 보통의 존재어릴 때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세상을 따라가는 사람이 되지 않고, 세상이 나를 따라오게 만들 거라고 다짐했으며, 나에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믿었다. 참 어리석고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오히려 지금의 나를 어리석고 부끄럽다 여길 테지만. 지금의 나는 세상에 구걸하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규정할수록 궁핍과 고독을 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규정짓던 시절의 버릇은 아직도 내 삶 깊숙..
재키와이(Jvcki Wai) - Enchanted Propaganda 인생명반 에세이 35: 재키와이(Jvcki Wai) - Enchanted Propaganda 발칙하고 영악한 혁명 장사꾼의 등장 ■ 혁명을 팝니다수원역에 갔다가 충격적인 광경을 본 적이 있다. 한 커플이 둘이서 후드티를 맞춰 입었는데, 그 후드 등짝에 아나키스트 심벌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충격적인 건 그 심볼을 등에 달고 한 손엔 연인의 손을, 다른 한손엔 쇼핑백을 한껏 들고 신난다는 듯이 껑충껑충 뛰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본인들이 등에 달고 있는 저 심벌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는 건가? 잘 알고 있다면 쇼핑백을 저렇게 잔뜩 들고 좋아할 리가 없는데’였다. 적어도 내 눈엔 저들이 저 심벌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게 분명해보였다. 자본의 평등을 주장하는 좌파 사..